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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입구
▲ 나주목관아의 외삼문 들어가는 입구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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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100년 넘게 같은 음식을 만드는 음식점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장인정신으로 무장된 일본의 경우에 흔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음식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에서 100년이 넘게 음식점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지 않다. 전라남도 나주에 가면 그런 음식점이 있다. 최근 TV프로에 등장하면서 더 유명세를 타게된 한 음식점은 4대를 이어오면서도 그 맛이 변하지 않은 곳이다.

나주라는 지역은 맛의 중심이면서 전라남도를 아우르는 지역이었다. 특히 나주는 한국에서 최초로 장이 선 곳으로 조선시대 5일장의 형태로 장시가 들어 섰다. 전라남도는 예로부터 음식문화가 발전하고 쌀의 생산이 많던 곳이라 가장 풍요로운 곳이기도 하다. 호남의 각종 물건들이 나주로 몰려들었고 당연히 이들이 먹을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금성관과 동익헌
▲ 나주목관아 내부 금성관과 동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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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서는 소고기를 이용한 음식인 나주 곰탕이 발달하였다. 나주곰탕은 사골을 우려낸 국물안에 밥을 말아 넣은 다음 위에 얇게 저민 소고기를 듬뿍 넣는다. 마지막으로 계란 고명과 각종 파와 살짝 가미된 고춧가루가 나주 곰탕의 본모습이다.

전라도를 관할했던 나주 관아는 다른 지역의 관아와 그 위용이 다르다. 이곳에 부임해 오는 관찰사들은 자주 나주곰탕을 즐겼다고 한다. 나주의 뒤에 붙은 州(주)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과거에 이곳은 중심지였다. 고려시대부터 조신시대까지 목(牧)으로서 1000여 년간 전라도를 관리했으며 조선시대 지방통치 중심지의 구조를 온전히 가지고 있는 곳이다.  나주는 농업이 발달한 곳이어서 근대로 오기 전까지는 한반도에서 풍요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했다.

외삼문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
▲ 정수루 외삼문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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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노하우가 쌓인 공간
▲ 탕이 끓여지고 있는 가마솥 오랜 노하우가 쌓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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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주목 관아가 있는 곳에는 객사, 동헌, 읍성, 향교가 남아 있으며 나주객사, 대성전, 명륜당은 조선시대 건축사적으로 볼 때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주목 관아는 2007년 7월 31일 대한민국 사적 제483호 지정되었다.

나주곰탕으로 유명한 음식점을 방문했다. 이 음식점은 고기를 얇게 썰어 가마솥에 까는데 육수가 고기에 스며들어야 제맛이 나기 때문에 오래 익힌다고 한다. 나주곰탕의 국물은 다른 국물음식과 달리 맑은 국물이 핵심이다. 국물이 맑다고 해서 진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래도록 끓이고 재료를 아끼지 않고 넣으면 국물이 맑으면서도 깊어질 수 있다.

진득한 국물의 곰탕
▲ 나주곰탕 진득한 국물의 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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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도시에서도 나주곰탕을 먹어볼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나주곰탕은 나주를 와서 먹어야 제맛인 것 같다. 나주목 관아를 한 번 둘러보고 먹는 곰탕의 맛은 시대를 초월한 그런 느낌을 선사한다. 수저를 곰탕 그릇 안에 넣어서 휘 젓자 얇게 저며진 고기가 적지 않게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14~17 수저쯤 뜨면 곰탕 한 그릇을 비울 수 있는데 고기의 양도 대충 그 정도는 되어 보였다. 한 수저를 떠서 입안에 넣자 대도시에서 사람의 입맛에 따라 변형된 그런 맛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어온 진하고 토속적인 맛이 느껴진다. 밥알에 사골 냄새가 배어있고 그 위에 얹어진 담백한 소고기를 씹자 육수가 배어나온다. 수저에 걸쳐있는 계란 고명과 파가 잡내를 잡아주면서 깔끔한 뒷맛을 선사해준다.

아삭거리는 맛
▲ 깍두기 아삭거리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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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비워진 그릇
▲ 빈그릇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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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과 가장 잘 어울리는 찬은 아마 깍두기일 듯하다. 이 음식점의 깍두기는 살짝 달달하면서도 맑다. 나주곰탕의 맑은 국물이 살짝 가미된 밥 위에 깍두기를 얹어 먹으면 입안에서 아삭거리면서도 진한 곰탕의 맛을 가리지 않는다.

깍두기와 김치를 얹어서 먹다 보니 어느새 곰탕 그릇은 바닥을 드러냈다. 깨만이 남아서 음식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데 무언가 아쉽다. 출출함은 없어졌지만 조금은 더 먹어도 괜찮을 텐데 하는 그런 느낌이다.

최근 TV프로에 나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점 안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장터는 아니지만 나주곰탕의 진한 맛을 느껴보려는 사람들의 소리로 식당 안은 왁자지껄했다. 어디서들 알고 찾아왔는지는 모르지만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물건을 팔러 왔다가 먹기 쉽지 않았던 나주곰탕 한 그릇에 행복해했을 것이다.

나주의 시간은 지나갔지만 나주곰탕의 맛은 현재 진행형이다.



태그:#나주목관아, #나주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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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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