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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왼쪽)이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알파고와의 세번째 대국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9단은 이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에 불계패로 져 3연패를 기록했다.
 이세돌 9단(왼쪽)이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알파고와의 세번째 대국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9단은 이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에 불계패로 져 3연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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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심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이세돌 9단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인간 승리'는 없었다.

이세돌 9단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세 번째 대국에서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 176수 만에 불계패(기권패)했다. 세계 바둑 최고수에 맞서 3연승을 거둔 알파고는 나머지 대국 결과에 관계없이 최종 승리를 확정하고 우승 상금 100만 달러도 가져갔다.

초반부터 강수 둔 이세돌, 흔들림 없는 알파고

앞서 9일, 10일 대국에서 연거푸 패한 이 9단은 이날 예고한 대로 초반부터 강한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알파고도 이 9단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으면서 반격했고, 중후반부 들어서는 이 9단의 실수를 틈타 우세를 점했다. 수세에 몰린 이 9단은 자신에게 주어진 2시간을 모두 쓰고 먼저 초읽기(1분 초읽기 세 차례 모두 쓰면 시간패)에 들어간 뒤 패싸움으로 마지막 반전을 노렸지만 결국 4시간여 만인 오후 5시 10분쯤 돌을 던졌다.

이세돌 9단은 이날 대국이 끝난 뒤 "기대가 많았을 텐데 무력한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면서 "여러 가지 바둑적 경험은 있었지만 이런 심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걸 이겨내기엔 내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고개를 떨궜다.

다만 이 9단은 "세 판을 져 승패는 갈렸지만 인간은 심리적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알파고의) 능력을 평가하기엔 4, 5국이 더 정확할 수 있다"면서 남은 대국을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특히 영어 해설자인 마이클 레드먼드 9단이 "알파고를 통해 바둑계에 제3의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극찬하자,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굉장히 놀라운 프로그램이지만 아직 완벽한 신의 경지에 오른 정도는 아니다"고 맞섰다.

"이세돌이 패한 거지 인간이 패한 건 아니다"

이세돌 9단(오른쪽)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5번기 세번째 대국을 진행하고 있다.
 이세돌 9단(오른쪽)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5번기 세번째 대국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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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9단은 "알파고는 분명 인간과 다른 감각을 보여줬고 인간보다 우월한 것도 보여줬지만 1, 2국 모두 조금씩 약점은 보여 인간에게 메시지를 던질 만한 실력은 아니었다"면서 "오늘 패배는 이세돌이 패한 거지 인간이 패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대국이 벌어져 더 부담스러웠던 게 아니냐는 영국 <가디언>지 기자 질문에 이 9단은 "한국이니 오히려 더 편했을 것"이라면서 "그것보다는 사람과 사람 대국에선 2대 0으로 밀려도 이 정도 스트레스는 아닐 텐데,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의 승부는 새로운 경험이어서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허무하게 마지막을 내줬다"고 심리적 요인을 패인으로 들었다.

한국어 해설자인 이현욱 8단도 "이세돌 9단이 인간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흔들린 것이 좋지 않은 결과로 나왔다"면서 "(이세돌은) 내가 아는 가장 강한 심장을 가진 바둑 기사인데 보이지 않는 벽, 실체 없는 상대와 대결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실감했다"고 거들었다.

이현욱 8단은 "아직 4, 5국 남아 있어 이 9단이 더는 긴장이나 부담감을 갖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이세돌다운 바둑을 보여주면 아직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설자들 "패싸움도 피하지 않는 알파고, 약점 안 드러나" 

바둑전문채널 <바둑TV> 해설자인 이희성 9단은 이날 "이세돌답지 않은 실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우려했던 대로 이세돌이 최상 전력을 다했으나, 알파고도 거기에 맞춰 (강하게) 나왔다"면서 "이 9단에게도 기회는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느슨하게 대응한 게 아쉽다"고 밝혔다.

홍민표 9단도 "우리가 기대했던 부분(패싸움)에서 알파고의 약점이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한 수 한 수 거듭될수록 알파고가 더 완벽해지고 진화하는 느낌이다"라고 평가했다.

이현욱 8단은 "이세돌 9단이 초반부터 적극적인 승부를 거는 작전을 걸었지만 알파고도 초중반 전투력이 강하다는 걸 보여줬다"면서 "알파고가 패싸움을 두려워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줘 알파고의 약점이 뭔가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도 한국을 찾아 직접 대국을 지켜봤다. 대학원 다닐 때 바둑을 뒀다는 브린은 "바둑은 매우 미학적이고 체스보다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걸 가르쳐주는 게임"이라면서 "최고의 바둑 기사가 두는 걸 보면 아름다움을 느끼는데 바둑이 가진 아름다움을 접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게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부는 정해졌지만 이젠 이세돌 9단이 도전할 차례다. 오는 13일과 15일 이어질 4국과 5국에서 이 9단이 '인간 승리'를 거둘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태그:#이세돌,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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