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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걸 색깔있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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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라고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십시오.

■ 방송 :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

■ 채널 : 팟캐스트(+아이튠즈 http://omn.kr/adno +팟빵 http://omn.kr/fe10)

■ 진행 :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

■ 출연 :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색깔 있는 인터뷰>

아래는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와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의 일문일답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 교수가 2월 마지막 날이었던 29일에 더불어민주당의 국민통합위원장직을 수락했죠.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 결집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김 위원장님을 모셔서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들어 보겠습니다. 지난 1월 24일이던가요? 그때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셨어요. 벌써 두 달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입당 후에 주로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그동안 개인적으로 저희 당 후보들 개소식이나 행사에 참석했고요. 언론계, 학계 여러 분야의 분들을 만나면서 조언도 구하고, 도움도 청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입당 전과 입당 후를 비교해보자면 개인적 생활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어떤 건가요?
"많이 바빠진 거 하고. (웃음) 예전에는 사람들을 많이 안 만났는데 요즘에는 많이 만난다는 거 그 정도죠."

-다양한 사람을 만나실 텐데 주로 위원장님께 하는 당부는 어떤 게 많은가요?
"더불어민주당, 야권 전체를 포함한 얘기지만 야당에 대해 실망하신 분들도 많고. 지금 상황에 대해서 불안해하시는 분도 많아서. 그런 거에 관한 염려.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건의를 많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야당이 왜 이렇게 무기력한 것이냐'는 성토가 많았단 얘기신가요?
"저도 100% 공감하는 것이지만, 전에 언론인 한 분이 칼럼에서 정확하게 지적하셨는데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분열이나 자기 이익만 챙기려고 '나만 살고 보자'는 태도도 문제지만, 심각한 문제가 구호만 외치고, 주장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고, 결과물은 보여 주지 못하는, 일관성없는 모습. 그거에 실망한 분들이 많고. (야당에) 믿음이 가지 않아서. '여당이 싫지만, 불안한 야당보다는 낫다'고 여당을 찍어 주는 분들도 꽤 있고. 그런 현실을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통합위원장직을 수락하셨어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당에서 하게 되는 건가요? 
"지금 생긴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중요한 역할을 지금부터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 대비해서 일차적으로 호남을 비롯한 전통적인 지지자들, (야당에) 불안해하시고, 실망해서 등을 돌리신 분들에게 다시 희망을 드리고. 그분들이 돌아오셔서 당을 건강하게 만들고, 수권 정당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도움을 달라고 호소해서... 일단, 지지층 결집을 해야 하니까요. 요즘 집토끼, 산토끼 얘기를 하는데 자신의 지지기반도 확고하게 결집 못 시키는 정당이 외연 확장을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자신이 서 있는 땅이 흔들리는데 뛰어서 높이 매달린 열매를 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실제로 국민통합위원장을 수락하신 뒤에 호남 지역을 직접 방문하면서 민심을 들을 기회가 있으셨나요?
"전남 광양, 전주와 군산을 방문했는데요. 아직 본격적인 호남 대책을 가지고 호남 공략을 시작했다고 말씀드릴 순 없고. 그 부분은 준비 중이고요. 처음 제가 나섰을 때 언론 인터뷰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전 같은 구시대적 방법 '내가 누구 아들인데, 내 얼굴 봐서 좀 찍어 주시오' 이런 말은 하지 않을 것이고요.

그분들의 뜻을 겸허한 자세로 수렴하고, 그분들의 질책을 다 듣고 그런 후에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잘못한 것도 많고. 여러분을 실망하게 했는데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이니 그런 것을 믿어 주시고, 회초리로 때리시더라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 그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등을 돌리고, 욕만 해서는 당이 바뀌지 않아서 다시 돌아오셔서 당을 개혁하고, 수권정당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같이 동참해달라'는 호소를 하고 싶습니다."

-'아버님의 후광을 이용한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말씀으로 들려요. 그렇습니까? 구체적으로 호남 공략은 어떤 내용으로 준비하고 계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 부분은 당내에 계신 분들과 상의가 끝나지 않아서 나중에 밝히겠습니다."

-'어떤 특정 지역을 특화하는 것이 국민 통합과 관련이 있을까. 물론, 지지층 결집은 되겠지만...' 이런 고민도 있거든요.
"좋은 지적이신데요. 사실은 옛날 같으면 저희가 호남 얘기를 꺼낼 필요도 없고. 저희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같으면 호남 지역에 가면 '여기는 올 필요가 없다. 알아서 찍어 줄 테니 다른 데 가서 선거 운동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좀 한심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호남권에서 유권자 여러분들이 불안해하시니까. 안심시켜 드릴 수밖에 없고.

문제는 국민의당은 야권 분열을 획책한 사람들이고, 야권 통합이나 연대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그러면서도 또 저희 아버지의 이름을 들먹이고, 자기네들이 적통이니 뭐니 그런 소리를 하고 있거든요. 이런 부분은 과거 지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국민이 언제 김대중 정신을 들먹이면서 '내가 그분하고 얼마나 친했었고, 그분을 얼마나 존경하고' 이런 옛날 얘기하라고 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국민이 원하는 건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제대로 발전시키고 계승해서 시대에 맞는 정치를 하고. 박근혜 정권과 치열하게 싸워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상위 1%만 위한 세상에서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세상으로 바꿔 내는 실력을 보여 달라는 거거든요. 능력을 보여 주면서 그것을 가지고 경쟁을 하자고 해야지. 과거 얘기를 하면서 내가 적통이니 이런 소리 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앞서 전북 군산, 전남 광양 같은 곳을 다니셨다고 하셨어요. 호남 민심,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가 있던가요?
"제가 그분들의 의견을 다 들어 보지는 못했지만, 먼저 말씀드린 대로 불안해하시는 것 같고. 야권이 이런 식으로 가다가 공멸하는 것이 아니냐. 그러면 결국, 어부지리는 새누리당 정권이 갖게 되는 것이고요. 경제 실패, 민주주의 후퇴 이런 심각한 죄를 저지른 박근혜 정권이 심판받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되거든요. 지금 여당에서 이전투구, 지저분한 싸움을 국민이 다 쳐다보는 데도 하는 것은 야권이 분열돼서 어떤 식으로 해도 자기네들이 이긴다는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안철수 대표가 한 언론과 인터뷰했는데요. 그 인터뷰 내용을 봤는데 '원내교섭단체가 목표'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20석 정도면 원내교섭단체가 되는데요. 실제 이런 목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지금 워낙 정치 상황이 불확실해서 다음 달 총선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예측 못 합니다. 저도 뭐라 말씀드릴 순 없지만, 같은 당의 천정배, 김한길 두 분이 말씀하신 대로 그 당이 20석을 얻든, 30석을 얻든 새누리당이 180석, 200석을 얻어 버리면 결국 야권은 다 공멸하는 것이고. 수구 보수 정권의 장기 집권이 가능해질 수 있으니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섭단체 구성하고, 못 하고는..."

-'지금 박근혜 정권에 장기 집권의 길이 열린다면 원내교섭단체가 된들 그것이 한국 정치 발전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 그런 목표가 지금 정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느냐?'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유신 초기나 5공화국 초기 국회처럼. 여당이 마음대로 하는 국회가 되어 버리면 야당에서 몇 명이 있고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죠."

-정청래 의원 컷오프에 대해 많은 분이 분개하시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공천 작업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관여하지도 않고. 좋은 분들이 공천되기만 바랄 뿐인데, 정청래 의원의 (공천) 탈락은 안타까운 일이고.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분 (공천) 탈락이 결정되기 전에 조선일보나 국민의당 측에서 '저런 사람은 탈락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그것을 의식해서 (탈락) 한 것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그게 사실이면 외부 세력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좌우했다는 소리가 될 수 있어서 그러면 안 되겠죠. 어쨌든 그분이 (공천 탈락) 발표 난 후에도 묵묵히 별말씀 안 하시고 당을 지키고 계신 것을 보면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가 되고... 그런 선당후사의 자세는 다른 사람들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재심을 통해서라도 (정청래 의원이) 구제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제 시민 필리버스터가 열렸어요. 어제 오후 5시부터 밤늦도록 이어진 필리버스터가 진행됐고. 오늘 오후에도 시민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예정인데 이런 시민들의 반응을 읽지 못한 지도부는 어떻게 보십니까?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라서 지켜봐야겠지만, 정청래 의원을 싫어하는 사람도 꽤 있겠죠. '우리 쪽 적극 지지층이 많이 있으시니까 그런 여론도 지도부에서 고려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지지 세력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공천을 했다면 이것은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매우 심각한 문제로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제가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해서 함부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집토끼들은 어차피 우리를 찍게 돼 있다' 이런 생각을 하시면 안 됩니다. '열성적인 팬들만 가지고는 정치 못 한다' 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역할, 그런 것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고도 생각합니다."

-지난 2012년 총선, 대선 때도 똑같이 지적됐던 바입니다. '어차피 저 사람들은 우릴 찍을 수밖에 없어. 아무리 우리가 나쁜 짓을 해도 저분들은 새누리당 안 찍는다'는 입장이 있어요. 두 번째 말씀하신 대로 'SNS에서 극성스럽게 쫓아다니는 팬덤이 극복돼야 한다'는 주장도 당내 인사 중에 많습니다. 이 문제를 적절하게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앞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 봅니다. 당내에도 의견이 서로 달라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옳은 말씀이고요. 우리 쪽 골수 지지자들. 진보 성향에 팟캐스트 이런 걸 많이 들으시는 분들은 새누리당의 골수 지지자와는 조금 다른 것이 이분들은 명분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라서 그런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잘못 간다고 생각하시면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할 수 있는 분들이라 생각됩니다."

-어제 정청래 의원 컷오프 이후에 당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지 않았습니까. '탈당계를 내겠다'는 의견을 주신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이번 주에 계속 이어지는 더불어콘서트도 가지 말자'는 얘기도 있어요. 실망에서 새누리당은 찍을 수 없으니 그냥 투표하지 말자는 무당층으로 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투표 참여를 감퇴시키는 거로 귀결되는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그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더불어민주당이 잘못하는 것이 많더라도 새누리당 심판을 외면하셔서 안 될 것 같고요. 잘못하는 부분은 적극 (투표에) 참여해주셔서 더불어민주당이 그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더 강하게 질책하시고,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결국, 화가 나서 등을 돌리기보다는 더 적극적인 참여가 야당을 바로 서게 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온라인 당원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당원이)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10만의 당원이 모집됐는데 결과가 이렇게 지지자를 배반하는 결정이 나와서 다시 등을 돌려서 '아, 도와주고 싶지 않다'는 감정적인 반대로 돌아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측면은 지도부가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려운 문제인데요. 제가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은 이유도 이 위원회를 통해서 불안해하시고, 실망하신 지지자분들을 끌어모아서 그분들의 의사가 제대로 당내에 전달돼서, 당이 혁신되고,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는 그런 역할을 하려고 이번에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은 것입니다. 아직 (당내) 의견 수렴을 할 시간이 없어서 함부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저도 그분들 생각과 많이 다르지 않고. 그분들의 의견을 더 충실히 들어서 앞으로 우리 핵심 지지층인 여러분께 믿음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핵심 지지층들이 더불어민주당에 관한 믿음, 신뢰할 수 있도록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께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의에 찬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97년에 아버지께서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과 연대를 하셨을 때도 저희 지지자들은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이 정권 교체에 필요해서 그렇게 하셨지만 '자민련 측에 동화되지는 않는다'는 걸 다 알고 계셔서 (지지자들이) 불안해하지 않으신 거죠. '화이부동'이라고 '화합은 하지만 동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희 아버지께서 내세우셨고. 그것들을 지지자들이 믿어 주셔서 가능했던 것이죠."

-그 신뢰를 배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중요해서 그런 정치가 정착돼야 야권의 지지자들이 떠나지 않고 주변에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데요. 그렇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서... 불신하고, 선거 안 해버려서 그런 분이 많았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야당의 문제점, 지지자들이 실망했던 점. 그것이 바로 일관성이 없었다는 거... 지도부를 뽑아 놓고 그다음에 반대편에서 흔들고, 선거 지고, 그러면 물러나고, 비상대책위 만들어서 혁신안 내놨는데 혁신안은 흐지부지되고... 이런 식으로 반복하니까. 당명도 조금만 뭐 하면 바꾸고 회사로 치면 유령 회사처럼 오늘은 여기 있었다가 내일은 저기 있었다 하니까 최소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자기네 당이 어디에 있는지 항상 찾을 수 있는데. 저희 쪽 지지자들은 이 당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으니 불안 할 수밖에 없죠."

-개인적인 얘기를 여쭐게요.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것이 '한 개인에게는 명예일까?', '멍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선생님 인생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해요.
"부담되는 점이 분명히 있죠. 저는 프라이버시를 소중히 여겨서. 남들이 저 알아보는 것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고... 아무래도 많이 의식이 되죠. 제가 만약에 뭘 해서 잘 되면 사람들이 '저 사람은 배경이 있어서 잘 됐을 거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거고. 제가 뭘 해서 실패하면 '아유, 누구 아들인데 저것밖에 안 되냐. 무능하다'고 말할 테니까. 어떻게 해도 좋은 소리 듣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때로는 벗어나고 싶단 생각도 드셨을 것 같아요. 정치하겠다고 결심하셨던 가장 큰 이유는 '차라리 아버지의 아들로 정치인으로 사는 게 훨씬 더 낫겠다'는 판단을 하신 건가요? 아니면 지금 정치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정치를) 하신 건가요?
"저는 아직 직업 정치인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저희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 이명박 정권에 의해서 평생 목숨 걸고 지키시려 했던 민주주의, 인권, 한반도 평화 이런 가치가 위협받는 걸 보시면서 안타까워하셨는데.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져서 이명박 정권 때만 해도 '설마 이보다 더한 정권이 나올까?' 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어 버려서 제가 어쩔 수 없이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정치를 통해 반드시 이건 해야겠다'는 게 있다면 어떤 건가요?  
"박정희 정권 시대, 5공, 6공을 지나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으시는 걸 봐와서 지금 시련은 그때보다는 아닌 것 같고요. 옛날에 비해선 '야당 하기가 편해졌다' 그 대신에 야당 의원들도 예전과 달리 '정신 자세가 느슨해졌다'는 문제는 있겠죠. 제가 사실 충분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나와서 '어떤 것을 해야겠다'는 것이 다 정리되진 않았고. 야당이 바로 서고, 야당이 혁신하는 것에 여러 지지자분의 도움을 받아서 저도 한몫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 할 수 있겠죠."

-문재인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 영입 제안을 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김홍걸이) 비례대표나 지역구를 요구하지 않았다'가 언론 보도로 나온 바 있어요. 실제 그때로 영입 상황이 어땠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전에도 제가 언급했지만, 영입이라 말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고요. 저는 외부 사람이 아니고, 더불어민주당에 당적은 없었지만 한 식구라 생각해서. '멀리 살던 친척이 도와주러 왔다'는 식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고요. 영입이란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제가 제 발로 들어 와서 더욱이. 그리고 조금 전에 말씀하신 국회 진출 건도 제가 놀라기도 하고, 실망한 것은 언론, 정계의 많은 사람이 '정치 활동은 국회의원이 돼야 할 수 있다'고 잘못 알고 있고. 정치적으로 '이걸 내가 줬으면 무언가 하나를 받는 게 당연하다' 정치를 거래의 차원에서, 장사 차원에서 생각하는데 잘못됐고요.

저희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을 생각해봐도 그분은 그런 식으로 정치하시지 않았거든요. 대의와 명분을 중요시하셨고, 상대에게 훨씬 더 큰 부분을 양보하시면서도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셨던 분입니다. 정치를 그런 거래 차원에서만 보는 건 잘못이라 보고요. 심지어 탈당해서 나간 과거 동교동계에 계셨던 분들조차도 제가 입당한 것은 비판하시면서도 '이왕 (당에) 들어갔으니 한 자리 받아라'는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입니까? 예를 들어, 김종인 대표나 문재인 대표를 비난하면서 저보고 한 자리 받으란 소리는 그분들한테 가서 듣기 좋은 소리 하고, 구걸해서라도 한 자리 받으라는 뜻 아닙니까."

-이율배반적이네요. 겉으로는 입당에 대해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뒤로는 기왕 들어갔으니 국회의원 받으란 식으로 얘기한 것 아닙니까. 한국 정치의 어두운 단면을 공개해주신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네가 하나 줬으니 뭔가 하나 받아야 한다' 그것은 정치를 장사로 보는 사람의 생각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고요. 그렇게 정치를 하면 안 되는 것이죠."

-그러면 이번 총선에 출마를 안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제가 곧 입장을 확실히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제 생각은 정리됐지만,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서. 주변에 상의를 더 하고 최종적으로 견해를 밝힐 생각입니다."

-김대중 정신을 여러 자리에서 강조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2016년 3월, 현재 야권 정치인들이 견지해야 할 김대중 정신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라 보십니까.
"한두 가지 말씀드리자면 그분의 정신은 '통합과 화합', '사리사욕을 뛰어넘어서 대의를 쫓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열과 '스스로 호남을 고립시키겠다', '호남 자민련이면 어떠냐'는 얘기를 하면서 김대중 정신을 들먹이는 건 말이 되지 않고요. 아버지께서는 호남을 고립시키려는 세력과 싸워서 오히려 다른 지역, 다른 정치 세력과 손을 잡아 대통합을 이뤄 정권 교체를 하신 분입니다.

그분의 말씀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들먹이는 건 (말이) 맞지 않고요. 평소에 원균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자기 필요할 때만 이순신 장군을 들먹이면서 '본받자'고 하면 어떤 사람이 그 말에 진정성이 있다고 받아들이겠습니까. 내가 김대중 정신을 계승했다는 소리를 하는 분이 있는데 그것은 말로만 떠들 게 아니고,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하고요.

김대중 정신을 계승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꼭 그분 출신이 호남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돌아가신 분을 모신 적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분이 소중히 생각했던 가치를 지켜 가는 일을 하는 분이라면 다들 김대중 정신을 계승한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유족들이나 종군 위안부 할머니분들을 아무 대가 바라지 않고 돕는 분들. 그런 분들이 진정한 김대중 정신의 계승자라 할 수 있죠."

-'DJ(김대중)의 정치적 아들이다'라고 자임한 박지원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으로 입당했어요. 다시 통합을 요구하는 복잡한 상황인데요. 박지원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실 거라 보십니까.
"두뇌가 명석하신 분이니까 여러 생각이 있으시겠죠. 일단, (박지원 전 대표가) '야권에 대통합을 위해서 움직이시겠다'고 하셨으니까. 너무 멀리 가시면 되돌아오실 수 없으니 그 점만 유념해주셨으면 합니다."

-어제 한완상 전 부총리와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님을 모셔서 말씀을 들었는데요. '일 대 일 구도를 만들지 않으면 선거가 되겠느냐'는 걱정에서 '비상정치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이런 시민사회 원로의 제안을 받아서 이른바 정치와 시민사회가 하나의 큰 덩어리를 만들어서 국민운동 차원으로 가는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아직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총선 때까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아서 사실 쉬운 일이 아니고. 양당의 지도부가 나서서 뭔가를 하셔야 할 것 같은데 저쪽에 안철수 대표는 처절하게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처음에 주장했던 '야당 심판을 거두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있어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끝으로 하고 싶으신 당부 말씀 있으실 것 같아요. 
"제가 요즘 계속하는 얘기인데요. 물론, 우리나라 정치가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고, 한심한 정치인도 꽤 있죠. 그렇지만, 그 사람들도 다 대한민국 국민이고, 다 대한민국 유권자가 뽑아서 국회로 간 사람입니다. 잘못 뽑고 난 다음에 후회해봐야 4년 동안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인에게) 욕만 하고, 한탄만 하실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투표하고, 잘못한 정치인은 심판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치가 바뀔 수 있습니다.

미국 샌더스 대선 후보 경우 1월 한 달 만 수많은 사람이 소액 모금으로 2백억 원을 모아줬습니다. 부자들의 뭉칫돈을 받는 후보들보다 더 큰 활약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힘이 모여야 정치가 바뀝니다. 물론, '한국에는 그렇게 훌륭한 정치인이 없어서 후원을 못 해준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훌륭한 정치인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 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키워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부지런하고 현명한 유권자가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끝>


태그:#팟짱, #장윤선,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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