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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산다. 인구 2만명 수준인 산골이다. 군민으로 산 지 10년. 처음에 가장 놀란 점은 지역의 높은 투표율이었다. 아주 예외적인 일부를 제외하고는 투표하러 가는 것이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처럼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도시 출신인 나에게 충격처럼 다가왔다.

하나 더 놀란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당적을 가지고 있고 면단위 지역의 책임자로 있는 당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정치란 그냥 생활의 '끈' 같은 것이었고 군민과 국민의 이익과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과 그 진심이 느껴지는 정치인을 찾는 데에는 소홀했다.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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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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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도 별로 없고, 지역구도 워낙 넓어서 이슈로 소통하기도 힘든 곳. 한번 입성만 하고 크게 밉보이는 일이 없으면 3, 4선은 보장되는 것이 지역의 국회의원 자리였다. 중앙무대에서 큰 정치인은 미련 없이 수도권으로 자신의 지역구를 옮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 지역의 생리였다. 덕택에 투표를 스무 번은 넘게 하셨을 이곳 어르신들에게도 정치인은 늘 거짓말에다 쇼를 달고 사는 인간종으로 취급되어 왔던 것이다.

일부의 젊은 유권자들은 정치혐오를 '투표하지 않음'으로 표현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권리 포기에 대한 '해악'을 잘 모른다. 이런 경우라면 더욱더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을 우습게 알 것이다. 일부 '조직'만 잘 돌리고 '돈'만 적당히 쓰면 '배지'를 차지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길 거다. 투표율 낮은 대학생 등의 청년권리를 대다수의 정치인들이 별로 신경쓰지 않는 일은 당연한 결과다.

"바꾸어야 한다"고 입에 달고 사는 유권자는 많았어도 정작 그들의 선택이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거대 여당을 적절히 견제하기 위해서 제1야당을 힘껏 지원하는 것이 '전략적'이었다. 하지만 우린 버림받았다. 지난 반세기 넘게 싸워서 찾은 정권을 허무하게 내어주고 8년간 역사를 40년 전으로 되돌리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야 많겠다. 하지만 최근의 필리버스터와 또 그 중단 그리고 그들이 그리 목 놓아 외치던 악법의 통과를 허무하게 내어 주는 모습을 보면서 '뚝심있고, 흔들리지 않는' 야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둠과 무시무시한 탄압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던 야당의 모습이 오늘날 한국사회를 이만큼이라도 민주화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에 뿌리 박혀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은 굳건하게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고 대를 잇고 있다. 벌어져가는 소득격차, 학교와 학원에서 경쟁에 갇힌 아이들, 출구 없는 사회생활에 내몰린 청년들, 빈곤의 구덩이로 처박혀 허우적대는 노인들.

결국 답은 정치밖에 없다. 굳어진 그들만의 정치가 아니라 소수를 존중하고, 환경과 미래를 내다보며, 함께 더불어 사는 생활 속의 정치를 추구하는 집단이 필요하다. 녹색당은 2012년 창당했고 그해 총선에서 1%도 안 되는 지지를 받고 해산되었다. 헌법소원을 통해 정당이름을 다시 찾아서 이번 총선에 3%로 비례대표 1명이 원내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열 명의 출사표. 책이 담고 있는 공약이기도 하다. 그들의 정치는 농촌을 생각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농민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인데 이미 공약으로 지난 대선부터 빈번하게 이용되어 오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노인연금이 그것이다. 서울시와 성남시가 청년기본소득을 정책화 하여 성남은 이미 시행단계에 들어갔다.

이미 외국산농산물에 침수당해 살아날 방법이 없는 농촌의 희망은 사람뿐이다. 그들이 땅을 지키고 가꾸고 우리에게 안전하고도 지속적인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직불금과 융자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이미 농촌지역 주민들도 보고 알고 있는 상황이다.

먹거리 주권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바로 시행 가능한 정책은 기본소득이다. 청년과 노인에 적용하기 이전에 농촌에 적용하는 것이 죽어가는 농촌에 희망의 씨앗을 틔우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은 그들의 진심을 느껴서라거나 정치적 능력을 예측하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감독, 고등학교 교사, 환경단체 실무자 등의 경력을 가진, 이제 막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은 출마자들. 시민단체 티가 물씬 나는 그들의 어깨에 놓인 사명과 창당 이후 오늘에 모인 8천 당원 중 여성이 절반을 넘는다는 점.

당원 중 무작위 추첨으로 뽑은 대의원과 10%의 소수자 위원이 함께 한 다양성과 평등적 가치가 풍성한 대의원회의. 함께 하는 이들 덕분에 행복의 굳은 의지를 실천 중이기 때문이다. 3%를 목표로 하는 정당. 이번 총선 정당 지지는 녹색으로 정했다.

덧붙이는 글 | 황윤, 이계삼 외/포도밭 출판사/10,000원



숨통이 트인다 - 녹색 당신의 한 수

황윤 외 지음, 포도밭출판사(2015)


태그:#숨통이 트인다, #녹색당, #녹색당출마의변, #황윤, #이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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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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