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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봄의 기운이 성큼 다가온 만큼이나 다시 선명하게 기억 나는 날이 있다. 4월 16일 봄날. 허망하게 304명이 생을 마감하게 된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다가온 것이다. 참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발 벗고 나서는 시민 4명에게 4월 16일의 기억이 무뎌질 때 꺼내보는 사진을 한 장씩 꼽아 달라고 했다.

1. 이다혜양의 입관식 사진

미안해요
▲ 다혜 입관 미안해요
ⓒ 김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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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 단원고 다혜 미안해
ⓒ 김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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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 고상현씨는 단원고 2학년 10반 이다혜양의 입관식 사진을 꼽았다.

"작년 어버이날 근처에 다혜양 어머니께서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봤다. 실제로 보니까 충격적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아이들의 시신 사진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사진이 더 의미 있는 것은 짧은 생을 마감하고 떠나는 다혜의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꽃길처럼 예쁘게 가라고 만들어 준 그 마음이다."

고상현씨는 이 사진을 단원고 250명 아이들의 상징이라고 생각하고 스마트폰과 컴퓨터 안에 간직해 놓았다고 했다. 볼 때마다 슬프고 분노할 수밖에 없지만 그로 인해 지속적으로 세월호 참사 진실을 위해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다혜양 어머니는 누군가가 그 사진으로 인해서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기억해주고 먼저 앞장서주는 것이 감사하다. 다혜는 참사 일주일 후 발견되었다. 다른 곳은 다 곱게 나왔는데 손가락 있는 데만 벗겨져 있었다. 아마 살아 나오려고 그랬나 싶다. 입관식 사진 같은 경우는 내가 원래 상조 쪽에 근무를 했고 동료들이 다혜의 입관식을 해주고, 다혜 예쁘게 보내주었다며 그 사진을 건네주었던 것이다. 

다혜는 항상 밝고 씩씩했던 첫째 딸이었다. 명절 같은 날 엄마 힘들까 봐 엄마 주변을 지키며 일을 거드는 속 깊은 딸이었다. 지금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슴이 오그라들면서 찢어지는 것 같다가 그것을 뭔가 짓누르고 갈기갈기 찢어놓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서 힘들다."

작년 8월부터 항암치료를 받으며, 이제 방사능 치료를 받고 있다는 다혜엄마는 "이런 아픔은 아무것도 아니라서 어디 가서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원 21명 중에 1명의 생존자만 남긴 2학년 10반 다혜양의 어머니는 남은 다혜동생들을 지키기 위해서 기운을 차리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2. 광화문 삭발식 사진

삭발식
▲ 세월호 엄마들 삭발식
ⓒ 엄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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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리본 조형물작업에 참여한 엄미혜씨는 작년 4월 세월호 1주기가 되기 전 광화문 삭발식 사진을 꼽았다.

"그때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데 잘린 머리카락들이 날아와 내 얼굴을 때렸다. 삭발식 하기 전에는 순범엄마랑 동진엄마랑 같이 사진도 찍고 담담했었다. 하지만 막상 삭발식이 시작되고 나서는 '어쩌다가 대한민국엔 이런 일이 생기는가',  '왜 자식 잃은 엄마들이 머리까지 삭발해야하는가', '불통정부는 왜 유가족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아서 머리까지 깎아야 하는가' 이런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서 눈물이 났다. 삭발하는 엄마들도 울고 보는 사람들도 울고 나도 울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엄미혜씨는 세월호 참사부터 지금까지 상처받은 사람들을 극단으로 몰아세우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지금, 아이들의 영정사진을 보는 것조차 죄스럽다고 했다.

3. 아이가 들고 있던 '가만히 있으라' 피켓

아이들
▲ 가만히 있으라 아이들
ⓒ 김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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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라 0416 홍대버스킹 제안자인 김권환씨는 마스크 쓴 한 여자아이가 '가만히 있으라' 피켓을 들고 있는 사진을 꼽았다. 그는 참사가 일어난 지 채 한 달도 안 된 2014년 5월 11일부터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앞에서 버스킹과 세월호 인양을 위한 피케팅과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에 있는 아이들이 불합리한 상황에서 소리를 못 내는 세상이 될까 두렵다며 그는 말을 꺼냈다.

"아이들이 이 망가진 세상을 그대로 물려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합리와 부조리에 소리 내고, 또 제대로 하라고 말할 수 있는 '가만히 있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 시들어 버리면 안 되니까. 잊히는 게 제일 두렵다. 잊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또 뭔가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줄 수 있을 테니까.  잊지 않게 하기 위해 노래한다."

이어 김권환씨는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이 돌아오길 바라며, 약자가 보호받는 세상을 위해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정부에 항거하고 있다고 했다.

4. 세월호 아래 두 소녀의 뒷모습(그림)

기다리고 있어요
▲ 두 소녀 기다리고 있어요
ⓒ 공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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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5시민연대 운영진이자 세월호 진상조사에 도움을 주고 있는 공순주씨는 세월호 아래 두 소녀의 뒷모습이 그려진 그림을 건넸다.

"그림은 두 소녀가 바다 위쪽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심이 깊지 않으니 진짜 세월호 옆에서 보면 딱 저 정도일 것이다. 아이들이 아직 바다 속에 있다. 2년이 다 됐는데도 엄마아빠가 구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상상하곤 한다. 마치 아이들이 자신들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엄마아빠한테 연락하려고 세월호 구석구석 휴대폰을 찾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공순주씨는 배가 침몰되는 사건은 있을 수 있어도 국가에서 구조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놓고 마치 구조를 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을 속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분노를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아직도 그녀의 인생에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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