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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원들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지난 1일로 8일째 진행됐다. 지난 1일 오후 국회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트를 하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당과 거대정보기관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 "과반 의석을 주시면 국민여러분이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흘리는 박영선 의원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의원들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지난 1일로 8일째 진행됐다. 지난 1일 오후 국회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트를 하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당과 거대정보기관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필리버스터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 "과반 의석을 주시면 국민여러분이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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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중단을 결정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박영선 의원이 국회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의식한 것인지 '모든 비난의 화살을 저에게 쏘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박영선 의원의 눈물은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에 분노한 국민의 마음을 해소해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작위적'이라며 박영선 의원을 비난하는 온라인의 댓글과 의견이 넘쳐났습니다.

사실 필리버스터 중단은 언제든 이루어질 수 있었고, 국민들 또한 이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너무 무기력하게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 획정 문제나 4.13 총선에서의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에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분명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박영선 의원의 눈물은 너무 설득력이 부족했습니다.

박영선 위원은 "과반 의석을 갖지 않는 한 저희가 필리버스터를 끝내면, 정의화 의장이 직권상정했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은 통과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일까요?

과반 의석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박영선 의원은 마치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던 새누리당의 17대 국회 모습을 기억한다면 반드시 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등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등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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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던 2006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해 57일간의 장외투쟁을 했고, 결국 그들의 뜻을 이루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이 노무현이었기에 그들의 장외투쟁이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소통, 합의, 대화라는 방식을 택하지 않기 때문에 장외투쟁을 해봤자 장외투쟁이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이런 상황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고 해도 과연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에게 '과반 의석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눈물로 호소해야 할까요. 그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정당이 과연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처절한 반성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필리버스터 중단이 총선 승리를 위한 길인가

박영선 의원은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선거법을 통과시키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역대 총선 정당별 의석 현황
 역대 총선 정당별 의석 현황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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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총선에서 집권당이었던 민정당은 125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평화민주당 70석, 통일민주당 59석, 신민주공화당 35석을 합치면 여당보다 더 많았습니다. 여소야대가 됐습니다. 결국, 노태우 정권은 3당 합당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했습니다.

이후 14대, 15대, 16대 총선을 보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없었습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열풍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18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중간중간 합당 등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던 일도 있지만, 이것은 국민의 정치적 행동이 반영된 결과물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역대 총선을 통해 본다면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면 꼭 야당이 승리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국회와 선거 일정 문제 등의 역풍으로 야당이 반드시 패배한다고 미리 단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선거는 어떤 이슈가 유권자를 사로잡고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는 박영선 의원의 주장은 국민을 설득하기 힘듭니다.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트윗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트윗
ⓒ 트위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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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블로거로 각종 데이터와 자료를 수집해봐도 정치는 살아 숨 쉬는 생물과 같아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때가 많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 그 누가 온라인 당원 가입으로 지지율이 다시 오르리라 예상했습니까? 올랐던 지지율이 떨어졌다가 다시 필리버스터 때문에 올랐습니다. 이것을 예측했던 사람이 더불어민주당에 있었을까요?

총선에서 승리하고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국가 안보와 경제 논리에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논리에 찬성하는 시민이 많을수록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정치를 자꾸 당장 한두 달 앞에 벌어지는 선거의 잣대로만 보지 맙시다. 총선에서 무엇을 국민에게 이해시키고, 대선에서 어떤 방식으로 국민을 사로잡고, 지방선거에서 어떤 인물을 내세울지 등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선거에 이기려는 명분을 찾으려고 했다면, 국회 마당에서 국민과 함께 필리버스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토론하고 이를 생중계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박영선 의원의 착오는 국민이 만들어 놓은 지지율과 관심과 기대를 자신들의 잣대로만 생각하고 결정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더하기의 정치'가 아닌 '뺄셈의 정치'를 한 셈입니다. 뺄셈은 자신들이 해놓고 눈물로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 지지해달라'는 호소는 오만한 자기변명에 불과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박영선, #필리버스터, #총선, #국회,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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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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