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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가 백정들의 신분해방 정신을 기리고자 20년 전 1500여 명의 시민 성금이 모아 세워진 형평운동기념탑의 이전을 요구해 논란이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형평운동기념탑 이전은 백정들의 영혼을 차별하는 것"이라며 그대로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주시가 기념탑 이전을 요구하는 이유는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사업 때문이다. 진주시는 진주성 촉석문 앞 일명 '장어거리'를 철거하고 이곳에 2만 5000㎡ 규모의 진주대첩기념광장을 조성할 예정이다.

진주시는 2007년부터 보상비 600억과 시설비 380억 총 98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광장 공사는 올해 말까지 착공해 2018년 하반기에 완료할 예정이다.

진주성 정문 앞에 있는 형평운동기념탑.
 진주성 정문 앞에 있는 형평운동기념탑.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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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는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진주대첩을 되새기는 공간이 없다는 여론이 있다"며 "진주대첩의 역사성 제고와 호국충절 진주의 얼을 되살리고 첨단산업 문화도시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진주시가 계획하고 있는 광장 조성사업 터 안에 형평운동기념탑이 있다. 이 탑은 1996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춰 시민 1500여 명의 성금으로 세워졌다. 이 탑은 일제 강점기 형평사 창립 축하식이 열렸던 옛 진주극장(현 J-시티) 앞에 세우려 했지만, 터가 좁고 땅값이 비싸 지금의 자리인 촉석문 앞으로 변경되었다.

최근 진주시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에 형평탑 이전을 요구했다. 그러나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형평탑을 이전할 수 없고 그대로 존치하거나 아니면 이전할 경우 '공원'을 조성해 줄 것을 진주시에 요구하고 있다.

"진주시, 의견 수렴과정이 충분했는가"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29일 낸 성명서를 통해 형평탑 존치를 강조했다. 이들은 우선 진주대첩기념광장에 대해 "약 10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사업 주체인 진주시가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문화체육관광부)나 경남도 예산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는 장어거리가 없어진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언제부턴가 진주성 앞 장어거리는 진주의 명소로 자리잡아온 것이 사실이다. 진주정신 근거의 하나인 형평운동기념탑이 쫓겨날 운명"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진주시에서 형평탑 이전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논리는 광장의 기본 콘셉트가 '비움'의 광장이란다. 그래야 진주성이 잘 보이고 남강유등축제나 개천예술제, 진주대첩제 등 대규모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된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현재의 진주성 공간이나 시설로도 그런 행사를 치르기에는 충분하다. 새로운 시의 랜드마크를 조성하여 눈에 띄는 민선 시장의 업적을 쌓기 위한 이 사업에 '비움'이라는 콘셉트가 특정 상징물이 들어가야 한다는 여러 단체의 주장을 무마시키기 위한 명분용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비록 외성이긴 하지만 수백년 동안 진주성 안에 들어갈 수 없었던 백정들의 한을 달래주는 의미도 있었다. 어떤 역사적 유물이나 유적은 원래 있었던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그것이 장소성이고 그 자체가 역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형평탑은 성안에 들어갈 수 없었던 백정들의 피맺힌 한이 서려있고, 그것을 달래고자 한 진주시민들의 거룩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이라며 "이 사업을 구실로 형평탑을 진주성 밖으로 내치는 것은 백정들의 영혼을 차별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진주성 촉석문 앞 '진주대첩기념광장' 조감도.
 진주성 촉석문 앞 '진주대첩기념광장' 조감도.
ⓒ 진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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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진주대첩기념광장이라는 이름에 형평탑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며 "여기에 왜 진주대첩기념광장인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진주성을 상징하는 것은 진주대첩만이 아니다. 1862년 진주농민항쟁도 있고, 1895년 이후 전개된 항일의병투쟁도 있으며, 무엇보다 진주성에 터한 수많은 민초들의 삶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주대첩기념광장이라고 했을 때 흔히 임진년 전투만을 지칭하게 됨으로써 7만 군관민이 희생된 계사년 전투는 우리의 시야에서 멀어지게 된다"며 "진주성 전투, 진주농민항쟁, 형평운동을 모티브로 한 상징물을 배치하면 반침략-반봉건-평화와 인권이라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유일무이한 공간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이 단체는 "형평탑의 단순한 이전은 절대 불가 입장이며, 그 대안으로 진주역사(문화)광장으로 바꾸어 진주정신을 대표하는 상징물의 하나로 존치하자는 것"이라며 "그동안 진주시가 진주대첩기념광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과연 진주시민들의 의견 수렴과정이 충분했는가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진주시는 행정 절차를 준수했다고 강변하겠지만, 진주에서 알 만한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업계획에도 설계자문위원회를 구성․운영하겠다고 되어 있는 만큼 향후 실시설계 과정에 진주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태그:#형평운동, #형평운동기념탑, #진주대첩, #진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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