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계삼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이계삼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 남어진

관련사진보기


이계삼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가 2월 11일, 경남 양산 웅상읍 효암학원에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을 만났다. 채 이사장은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는 인터뷰로 널리 알려졌다. (관련 기사 : "노인 봐주지 말라는 말은 젊은이들 속지 말라는 뜻")

그러나 그가 <녹색평론>의 오랜 애독자이자 녹색당의 당원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이계삼 후보가 '녹색당원'이라는 정체성을 앞장세우고 부담스러운 만남을 요청했을 때, 채 이사장은 자그마한 밥집에서 반주를 곁들여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시국 만담이 늘어지는 저녁 밥상. 채 이사장의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평가는 분명했다. "민중들이 이명박에게 속게 만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간의 실책, 그리고 IMF 구제금융 이후 천문학적으로 투입된 공적 자금이 초래한 재앙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이 후보가 밀양 송전탑 싸움에서 새삼 정치의 중요성을 절감했노라고 고백하자, 채 이사장은 "그걸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 건 단순하다. 자본주의 회계상에 시효가 지나간 건 100%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칼같이 정리했다. 정확하다. 밀양 송전탑의 비밀은 그것이다. 저들이 밀양 송전탑을 이토록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신고리 1~6호기의 증설과 고리 1~4호기의 수명연장이다.

이 후보는 "이명박 때는 4대강으로 강을 파 뒤집더니, 이번 정부는 명산마다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기를 쓰네요"라며 좀 더 '녹색당스러운' 대화를 이어갔다. 채 이사장은 "국가 권력이 이렇게 저렇게 민중을 속이는 짓이라고 본다. 발전, 진보, 전부 같잖은 소리다. 방향이 있어야 발전이고 진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식당에서 나와 산책을 하며, 효암학원에 속한 개운중학교까지 걸어갔다. 그리고는 학교 현관 가운데에 놓인, 나무로 된 마루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갔다.

'풀빛 떼거리', 아름답고 통쾌한 말

이계삼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계삼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마주보고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다솜

관련사진보기


채 이사장은 "불평등을 조장하고 강화시키는 건 무효라는 것을 가르치는 일부터 하자. 어떤 미명 하에서도 불평등을 조장하는 건 반인권적이며, 전부 무효다. 전제에서 이미 잘못되었다. 인간은 평등하다. 키도 크고 작고 살찌고 마르고 관계없이, 인간이 인간을 존중한다는 것이 평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73년, 오일쇼크로 탄광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던 시절, 이미 탄광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광부들의 10년 치 임금을 근무연차 누진율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지급했다고 한다. 개인 재산을 나누어주었다고 누군가 칭찬하면 "이 세상 것을 내가 잠시 맡은 건데, 개인 재산이라는 게 어디 있냐"고 되묻는 사람이다.

그런 채 이사장이 말한다. "풀빛 민주주의라 하면 안 되나. 녹색당이라 할 거 없이. 풀빛 떼거리! 말이 재미있잖아. 머리가 허옇지만, 나도 끼워줘!" 마음이 절로 환해지는 제안이다. 풀빛 떼거리라니, 아름답고 통쾌하다.

이계삼 후보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이 정권 아래서 살면서 사람들이 지쳐 있고 마음이 많이 힘든 것 같다"고. 채 이사장이 단호하게 답했다. "더 흉측한 시절이 오더라도 우리가 살아남고 끊임없이 비폭력혁명할 줄 알도록 벼를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경박하고, 우리가 게을러서 이런 일이 났으니까." 채 이사장은, 이미 속은 걸 가지고 한탄하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제시하는 길은, 기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잘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 잘하려고 하다 보면 꼭 거꾸로 되고, 낙담하고, 부끄러워지고, 창피해지므로. 그럼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것도 아니라고 한다. 열심히 하는 건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신나게, 재미있게 가자는 것이 채 이사장의 제안이다.

녹색당이 그렇다. 8천 명의 풀빛 떼거리들이 노래하는 것. 세상을 바꾸고 우리 자신을 혁신하는 것. 신나게, 즐겁게. 잘하려고 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건 끝도 없으니 그저 신나게, 즐겁게 기를 쓰는 것.


태그:#녹색당, #이계삼, #채현국, #총선, #비례대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