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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그날로 삶이 멈춘 사람들이 있다. 675일 전,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에서 아직 수습되지 못한 남현철(17), 박영인(16), 조은화(17), 허다윤(17), 고창석(40), 양승진(57), 권재근(50), 권혁규(50), 이영숙(51)의 가족들이다.

단원고 2학년이었던 조은화양 아버지(조남성)와 어머니(이금희)는 "지금은 세월호 속에 내 딸이 없을까봐 공포와 두려움 속에 산다"며 "대한민국이 책임지고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부모들은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창원촛불모임'이 19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연 간담회에 참석했다. 창원촛불모임은 세월호 참사 뒤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창원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창원촛불모임'은 19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단원고 2년)양의 아버지(조남성)와 어머니(이금희)씨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창원촛불모임'은 19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단원고 2년)양의 아버지(조남성)와 어머니(이금희)씨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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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 앞서 세월호 참사를 담은 영상을 상영했는데, 100여 명의 참가자들 중 일부는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피켓을 들고 길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동안 장관을 비롯한 정부의 이름 있는 사람들한테 무릎을 꿇기도 하고 빌기도 했다. 배가 그대로 인양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675일 전 그날 상황을 떠올린 아버지는 "수학여행 가는 딸한테 잘 갔다 오라는 말도 못했다"며 "지금은 은화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오는 3월부터 인양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다. 현장 상황이 나빠 작업 시간도 얼마 되지 않는다. 배를 빨리, 온전하게 올릴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뉘우치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은화도 사람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딸"

어머니가 말을 이어갔다. 어머니는 "2014년 4월 16일에도 은화 엄마였고, 2015년에도 은화 엄마였으며, 오늘도 은화 엄마다. 앞으로 계속 은화 엄마다. 죽을 때까지다"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2014년 4월 15일 밤 인천항에 갔던 딸이 전화를 해서 안개 때문에 출항하지 못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차라리 그 때 '수학여행 가지 말고 오라 할 걸, 데리러 갈 걸' 하는 생각을 한다"며 "사고 당일 아침 전화통화를 하는데 배가 이상하다고 해서 처음에는 파도가 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어떤 아이는 살아서 돌아오고, 어떤 아이는 납골당에 있다. 아직 세월호 속에 있는 아이도 있다"며 "670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지금도 딸이 '엄마'하고 부르며 집에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상 '미수습자'라는 표현은 처음이다. '실종자'는 내 잘못도 포함되어 있는 말이다"며 "우리는 4월 16일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그 날에 머물러 있다. 은화도 사람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며,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딸이다"라고 덧붙였다.

어머니는 "배 속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세계가 지켜보았다"며 "그 9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기본이다. 미수습자를 찾는 게 그 가족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고, 생존자들도 살아가는데 연결이 되는 문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진상규명이 세월호 없이 가능하겠느냐, 미수습자 9명이 빠진 상태에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언제까지 바라만 보고, 기억하고만 있을 것이냐. 빨리, 온전한 상태에서 인양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어머니는 종이컵 밑에 구멍을 뚫어 들어 올리며 그 속에 들어가 있던 내용물이 흐르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어머니는 "선체를 들어 올릴 때 그 속에 들어 있는 물품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고, 그 속에는 미수습자도 빠져 나갈 수 있다.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을 위해 만든 게 법이며, 9명 또한 세월호의 당사자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창원촛불모임'은 19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단원고 2년)양의 아버지(조남성)와 어머니(이금희)씨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창원촛불모임'은 19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단원고 2년)양의 아버지(조남성)와 어머니(이금희)씨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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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용기 내달라 부탁"

참가자들도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진도에 일곱 차례 봉사활동을 다녀왔다고 한 김영수(70, 마산)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가 세월호 인양에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어 분통이 터진다"며 "그물망을 촘촘히 해서 머리카락 하나라도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창원)씨는 "용기를 내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용기를 내달라고 부탁드린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돈에 대한 탐욕의 체계는 단지 나쁜 것을 넘어 사람들을 노예로 만드는 교묘한 독재'라고 말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는 노예라 할 수 없다, 끝까지 용기를 내달라"고 부탁했다.

또 한 참가자는 "부모님들은 생계를 어떻게 하는지 걱정이다"라고 물었다. 은화 어머니는 "대한민국 몇 퍼센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아침에 출근해야 먹고 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학교에서 들었던 여행자보험과 국민성금, 그리고 해양수산부의 기금도 마찬가지로 미수습자들은 어떤 것도 수령하지 못한 상태다"라며 "얼마 전에 미수습자 가족들도 정부에 신청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을 것인데, 그것과 관련해 어떤 서류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는 사람한테 빌려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수습자도 세월호 희생자 안에 들어 있다. 생존자가 있고, 사망자가 있다. 미수습자는 소수다. 소수를 조금 더 배려해 달라. 숨조차 쉬지 못하는 부모들이다."

아버지는 "자식을 못 찾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국가가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 그것도 빨리, 온전한 상태로 말이다"며 "그런데 다들 관심이 없다. 국회의원들은 특별법을 만들어놓고 관심조차 없으며, 사정하고 매달려도 안 된다. 야당은 힘이 없다고 나몰라라 한다"고 말했다.

은화 부모들은 전날 저녁 거제 옥포성당에서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와 '리멤버0416거제'에서 마련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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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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