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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날(2월 8일)에도 공교롭게 야근이었다. 그러나 동방예의지국의 국민답게 집안의 어르신께 세배를 아니 하면 '아니 되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오전 8시경 선친을 향하여 정성의 차례를 올렸다. 그런데 예년과는 달리 절을 올리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았다. 아이들이 직장에 얽매여 오지 못한 데 따른 섭섭함이 그 같은 돌출적 행동으로 이어졌지 싶었다.

"아버님, 올해도 살기가 팍팍하여 많이 차리진 못 했습니다. 그러나 정성은 다했으니 많이 드십시오. 그리고 다음 달이면 제 딸이 결혼합니다. 아버님께서 살아계시어 당신의 유일한 손녀의 그 결혼식을 저와 같이 보셨더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요!"

절을 올리면서도 분출되는 눈가의 이슬은 제어하기 어려웠다. 차례를 마친 뒤 떡국을 먹자마자 아산으로 달려갔다. 여전히 건강하신 숙부님이 새삼 감사했다. "작은아버지~ 밖에 나가셔서 약주 한잔 하시지요."

"오늘 같은 날 영업하는 식당이 있으려나? 그러지 말고 차례음식과 떡국으로 간단히 마시자꾸나." "떡국으로 어찌 술안주를 하시려고요? 제가 서운하여 그러니 잠깐 나가시죠!"

마침 시장 안에는 영업하는 음식점이 더러 눈에 띄었다. 소머리국밥과 내장탕을 안주삼아 소주 두 병을 마셨다. "다음 달 결혼 전에 딸과 사윗감을 데리고 인사 오겠습니다." "그럼, 그래야지~"

"올해도 건강하셔야 합니다!" "고맙다, 잘 가거라." 숙부님과의 술자리를 뒤로 하고 온양온천 역에서 전철을 타고 kt 천안아산 역으로 가면서 근처 사는 동창을 만나 차나 한 잔 나누려고 카톡을 보냈다. 하지만 건강이 안 좋아 나올 수 없다는 답신이 왔다.

곧 도착한 ktx에 올랐다. 설 연휴는 이틀이나 남았건만 객실 안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저들도 나처럼 설을 맞아 고향에 다녀오는 것이렷다? 그래, 말이야 바른 말이지 고향처럼 안온한 곳이 또 어디에 있을쏘냐! 고향은 또한 정서 위안(慰安)의 정점이 아니겠는가. 

내 고향 천안엔 이제 남아있는 게 없다. 죽마고우들과 초등학교 동창들 빼고는. 올 설날에도 천안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간이역'으로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다음 주엔 또 초등 동창의 자혼(子婚)이 있고 한 주 뒤엔 동창회 모임 및 척사(擲柶- 윷놀이)의 즐거움까지 있음에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처갓집도 찾아 세배를 올리는 사위노릇까지 마치고 나니 비로소 설날의 대장정(?)을 마쳤다는 느낌이었다. 설 연휴를 마치고 나면 가뜩이나 빈털터리인 서민의 주머니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된다.

그럼에도 애써 이를 긍정적 마인드로 치환할 수 있는 건 '설날'이라는 건 분명 위안을 주는 날인 까닭이리라. 설날이 없었다면 어찌 감히 고향에 가서 세배까지 할 수 있었으랴!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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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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