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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한테 사탕 한 알은 얼마나 대단한가 하고 늘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사탕 한 알이면 '울던 아이도 울음 뚝'이고, '눈물이 가득하던 아이도 눈물 뚝'입니다. '싸우던 아이도 싸움 뚝'이 되도록 하고, '떼쓰던 아이도 떼 뚝'이 되도록 해요.

사탕 한 알은 언제나 대단한 힘을 내지만, 때때로 얄궂은 힘도 냅니다. 이를테면, 사탕은 자꾸 사탕을 먹고 싶도록 이끕니다. 사탕 한 알이 울음이나 싸움이나 떼를 끝낼 수 있더라도, 사탕 맛을 본 아이는 자꾸 사탕을 먹고 싶습니다. 바야흐로 사탕을 더 먹고 자꾸 먹고 또 먹고 거듭 먹고 내처 먹고 한결같이 먹겠다면서 울거나 엉겨붙거나 떼를 쓸 수 있어요.

어른들은 아이를 보며 섣불리 사탕으로 달래려 해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사탕 한 알로 달래려는 몸짓으로는 아무것도 달래지 못해요.

겉그림
 겉그림
ⓒ 계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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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있는 사탕을 먹으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단다. 자, 이 노란 사탕 하나 먹어 보지 않을래?" (3쪽)

"사탕을 다 먹고 나면 신기한 힘도 사라진단다. 이번엔 이 파란 사탕을 먹어 보렴!" (9쪽)

미야니시 타츠야 님이 빚은 그림책 <우와! 신기한 사탕이다>(계수나무,2009)를 읽습니다. 숲에서 사는 꿀꿀이(돼지)가 어느 날 '숲 속 사탕가게'에서 '놀라운 사탕'을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힘이 없고 어린 꿀꿀이는 이제껏 동무나 이웃한테서 놀림을 제법 받은 듯합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돼지 가운데 멧돼지도 아닌 집돼지라면 웬만한 숲짐승한테 여러모로 밀릴 테니까요.

이런 집돼지인 꿀꿀이는 사탕가게에서 아주 놀라운 사탕을 맛봅니다. 범이 우는 소리가 나는 사탕을 맛보고, 늑대 모습으로 바뀌는 사탕을 맛보지요. 작은 사탕 한 알이지만, 이 사탕 한 알로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는 재미를 깨닫습니다. 이리하여 '놀라운 사탕'을 잔뜩 장만해서 주머니에 챙겨요. 그러고는 숲 속으로 들어가서 '장난'을 치기로 합니다.

속그림. 숲에 있는 사탕가게.
 속그림. 숲에 있는 사탕가게.
ⓒ 계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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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이는 기뻐하며 숲 속으로 들어갔어요. 조금 뒤, "어디, 장난 좀 쳐 볼까?" 꿀꿀이는 빨간 사탕 세 개를 한꺼번에 입에 털어넣었어요. (16쪽)

놀라운 사탕을 손에 쥔 꿀꿀이가 하는 일은 '놀이'가 아닌 '장난'입니다. 숲에 있는 동무나 이웃하고 재미를 나누려는 놀이를 할 생각을 품지 못해요. 숲에 있는 동무나 이웃을 골리거나 놀리려는 장난을 칠 생각을 해요.

아무래도 여느 때에 받은 놀림을 돌려주겠노라 하는 생각이었겠지요. 너희도 좀 놀림을 받고 깜짝 놀라 보렴 하면서 장난을 치겠노라 하는 생각이었을 테지요.

가만히 따지면, 꿀꿀이가 그동안 받았을 놀림은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꿀꿀이가 다른 동무나 이웃을 놀려도 될 만하지 않아요. 네가 나를 놀렸으니 나도 너를 놀리면 될까요? 네가 나를 괴롭혔으니 나도 다른 누군가를 찾아서 괴롭히면 될까요? 네가 내 뺨을 때렸으니 나도 나보다 여린 누군가를 붙잡고 뺨을 때리면 될까요?

장난꾸러기가 된 꿀꿀이는 혼자서 신납니다. 이러다가 꿀꿀이는 숲에서 '참 늑대'를 만나요. 사탕을 먹고 '거짓 늑대'가 된 꿀꿀이는 '참 늑대'가 이끄는 대로 늑대 무리로 가야 하지요. '참 늑대'는 '거짓 늑대'인 꿀꿀이더러 그곳에서 뭐 하느냐고, 우리(늑대) 무리로 가야 하지 않느냐고 데려가지요.

속그림. 사탕을 먹자.
 속그림. 사탕을 먹자.
ⓒ 계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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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언제나 무리를 지어서 다녀요. 혼자 다니지 않지요. 꿀꿀이는 이 대목을 잘 모른 듯해요. 사탕을 먹고 늑대 모습이 된다 하더라도 숲에 있는 늑대는 놀라지 않겠지요. 왜 저놈이 저기에서 혼자 저러나 하고 여기겠지요. 그러니까, 거짓 늑대 노릇을 하는 꿀꿀이는 아주 큰일이 났습니다. 사탕이 다 녹으면 거짓 늑대로 꾸민 모습이 모두 사라질 텐데, 어떡해야 할까요.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게다가 입 안의 사탕이 다 녹으면서 꿀꿀이의 몸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크크크, 잡았다!" '아, 이젠 틀렸어!' 그때 너구리 아저씨가 한 말이 떠올랐어요. '깜짝 놀랄 일이 생길 거야.' (29쪽)

그림책 <우와! 신기한 사탕이다>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첫째, 놀라운 사탕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둘째, 놀라운 사탕으로 재미난 놀이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셋째, 놀라운 사탕으로 신나게 장난을 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넷째, 놀라운 사탕으로 혼자 신나게 장난을 치다가 큰코 다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다섯째, 장난을 치더라도 가볍게 한 번만 칠 노릇이고, 동무나 이웃을 자꾸 놀래키면 스스로 덫에 갇힌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여섯째, 놀라운 뭔가로 장난을 치는 삶은 아무한테도 재미없기 때문에, 동무랑 이웃하고 다 함께 어깨를 겯고 재미난 삶을 짓는 길을 생각하자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속그림. 사탕을 먹고는 범 소리를 낸다.
 속그림. 사탕을 먹고는 범 소리를 낸다.
ⓒ 계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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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문득 한 알을 얻어서 먹는 사탕일 때에 맛있습니다. '사탕중독'이 된다면, 즐거운 맛을 누리는 살림이 아니라, '사탕이 없으면 마치 죽음과 같이 되는' 어리석은 모습이에요.

사탕에 매여서 '놀라운 뭔가'를 손에 쥐어야 하지 않습니다. 장난감도 그렇고 책이나 다른 여러 가지도 똑같습니다. 어른들도 이와 같아요. 술을 날마다 자주 마셔야 즐거울 수 있지 않아요. 가끔 문득 누리는 술 한 잔이 기쁨이 될 수 있어요. 동무하고 이웃을 불러서 도란도란 알맞게 누리는 조촐한 잔치가 될 때에 비로소 기쁨이라 할 만해요.

놀라운 사탕으로 그야말로 놀라운 일을 겪은 꿀꿀이는 앞으로는 더 사탕으로 장난을 치자는 생각을 안 하겠지요? 사탕 한 알이 있으면 동무하고 반을 나누어 먹을 수 있겠지요? 남을 놀리거나 괴롭히는 데에서는 기쁨이나 즐거움이 없는 줄 잘 느꼈을 테지요?

속그림. 꿀꿀이는 '사탕 힘'만 믿고 숲에서 마구 장난을 친다.
 속그림. 꿀꿀이는 '사탕 힘'만 믿고 숲에서 마구 장난을 친다.
ⓒ 계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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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우와! 신기한 사탕이다>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 / 계일 옮김 / 계수나무 펴냄 / 2009.12.25. / 9500원)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우와! 신기한 사탕이다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계일 옮김, 계수나무(2009)


태그:#우와 신기한 사탕이다,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책, #어린이책,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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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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