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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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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의 핵개발 목표는 최단 시일내 전략핵무기 실전배치와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 투발능력 과시이다. 그런데 그게 의욕만 갖고 될까? 북한 핵능력을 분석하고 장거리미사일 발사시 주목해야 할 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2016년 벽두 1월 4일 김정은은 소위 "소규모의 수소폭탄" 폭발시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4차핵시험이 전형적인 수소탄 시험은 아니지만, 플루토늄을 중심 핵탄두로 삼고 삼중수소를 활용하여 우라늄을 기폭제로 사용한 증폭핵분열탄 (boosted nuclear fission bomb)이라는 점에서 기술진보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서 한 번 핵물질 재고를 점검하여 실제 핵무기 보유 규모를 예측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 초여름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의 냉각탑을 철거한 이후 추가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졌고, 재고로 갖고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무기급 농축우라늄을 확보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다. (추가적인 핵물질 확보에 제약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주장처럼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는 필수다.)

그런데 교리에 따르면 적어도 7~9기 이상의 핵무기를 가져야 "2차 핵공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이 있고 그래야 적대적 핵무기 보유국으로부터 핵억지력이 갖춰진다. 자신들이 선제 1차 핵공격을 한 뒤 상대방의 무차별 핵·재래식 공격에도 살아남아 두 번째 핵공격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핵무기 보유를 통한 안보가 가능하다는 로직이다.

'북한 투발수단 능력' 5가지로 분석해보니...

그런데 북한은 플루토늄 46~54kg, 무기급 농축우라늄 45~60kg 정도를 보유했을 것이다. 4차례 핵시험에서 최소 플루토늄 24kg에 무기급 우라늄 10kg 정도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면 플루토늄 22~30kg이 남는다. 많이 봐줘서 핵탄두 5기 분량, 우라늄 폭탄 2기 분량 합해서 모두 7기이다. 그러나 소형화 다종화를 통해 탄두 수를 2기 정도 늘리고 일부 초보적 수소탄 기술까지 결합시켰다면 계산상으로는 약 10기 정도의 핵무기가 있고 그중 5~7기의 핵분열방식 무기는 실전배치되었다고 봐야 한다. 나머지 능력은 증폭핵분열탄이나 핵융합 수소탄의 보유 가능성을 열어서 공포의 모호성(ambiguity of terror) 이라는 베일에 싸두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핵공격력과 핵억지력이 확보된 것은 아니다. 미국 본토공격능력을 공인받기 위해선 투발수단(delivery means를 일반적으로 운반수단이라고 번역하는데 6자회담시 굳이 북한은 투발수단이라는 표현을 선호했다)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북한이 실행에 옮길 것을 가정하여 북한의 투발수단 능력을 분석할 다섯가지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1.일차적으로 은하3호의 비행거리가 중요하다. 2단 분리에 성공한다면 1만 3000km 이상 비행거리를 과시할 수 있다. 이번 시험의 초점은 일단 여기에 맞춰질 것이다.

2. 국제해사기구 IMO에 제출한 항행금지구역에 발사체가 단계별로 탈착하는가이다. 사전에 설정한 궤적에 따라 컴퓨터 전자장치의 지시대로 비행하느냐 하는 무기로서의 안정성과 연관되어 있다.

3. 포착하기 쉽진 않지만 발사체에 탑재한 광명성 위성의 크기이다. 핵탄두 크기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4. 이번 최대 관심은 액체연료가 아닌 고체연료를 쓸 것인가 여부이다. 이는 고정식이 아닌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실전 배치가 목전에 와 있는지를 판단케 해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액체연료를 썼는데 연료주입에만 48~72시간 걸렸다. 무기로서의 장거리 미사일이 되려면 고체연료가 아니면 안된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CIA 동북아 담당에서 국무부를 거쳐 다시 CIA로 돌아갔던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장은 이번에 이란의 자금으로 개발한 고체연료를 쓸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나는 동창리 발사기지의 미사일 거치대 높이를 고려한다면 고체연료를 쓰진 못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고체 연료를 사용한 ICBM급 엔진연소시험이 아직까지는 노출된 것이 없다. 그러나 고체연료를 액체연료에 보조장치로 장착한다면 이는 가장 눈에 띄는 기술진보가 될 것이다.

5.성층권 재진입을 시도할 것인가? 1만 3000km 비행의 중간(mid course) 아닌 종말 단계 (terminal phase)에서 궤도 수정이 보인다면 재진입 시도로 볼 수도 있다. 이는 공격무기로서의 정교함과 연관이 있다.

섣부르긴 하지만 예상키로 1과 2는 달성할 것 같다. 3은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4 연료는 액체이다. 일부 고체연료를 보강할 수 있다고 하나 그동안 옥외엔진 실험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그걸 장착해서 성공한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서두에서 말한 북한 김정은의 핵무기 실전배치와 이동식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한꺼번에 완성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5 재진입은 시도해보는데 실패인지 성공인지는 발사후 북한의 주장을 먼저 들어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고체연료를 쓰지 못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새로운 게 눈에 띨 게 없고 성공한다 한들 별로 남는 게 없는 무모한 도박일 수 있겠다.

2월 서해안 바람이 많이 불어 연료분사에 문제가 생기면 1단계 분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최악의 경우 중국으로 날아갈 수도 있다. 일단 액체연료 주입을 끝마치면 금속부식을 막기 위해 72시간 내에 쏘아 올려야 한다.

핵기폭장치시험보다 미사일의 장거리투발시험이 더 위험하고 정치적 외교적 부담이 크다. 앞으로 2~3주 지켜볼 일이다. 굳이 바람 많은 2월에 장거리미사일을 쏘려는 이유가 고체연료 확보에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발사대에 투발수단을 거치했다가 다시 내릴 수도 있다. 기술적 이유보다는 중국이 만류해서 관두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모든 관계당사국에게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겠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선원은 국제정치학 박사이며, 참여정부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냈습니다.



태그:#북한, #북한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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