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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내 직업을 물어볼 때 가장 곤란하다.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나는 때마다 여러 모드로 변신을 하는데, 직업을 이야기 하다보면 "수학 전공했다며 어쩌다가 글 쓰고 디자인을 하게 되었냐"고 반문한다.

그렇다. 나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학부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수학 성적은 100점에 가까웠고, 심지어 대학수능시험에서 언어영역 점수보다 수리영역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을 때가 많았다. 나는 수학을 좋아했고, 수학 전공을 하는 것도 즐거웠다.

출판사 편집부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20대 후반의 일이다. 이 일을 하면서 나는 수학 전공인 것이 디자인을 하는데 도움을 줄 때가 많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수학을 접목해 디자인을 하기 때문이다.

여백을 계산하면서 각종 사이즈를 x, y, z라는 미지수로 두고 방정식을 풀기도 하고, 비례식을 도입해서 인쇄물의 비율을 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색상을 숫자로 인식하는 것을 아주 편하게 생각하는데, 어떠한 색을 보면 CMYK가 어떤 비율로 섞였는지 알 수 있다.

수학 배워서 뭐에 써먹어요?

<달콤새콤 수학한입> 팀 샤르티에(저자) | 김수환(역자) |프리렉 | 2016-01-11 | 15,000원
▲ <달콤새콤 수학 한입> <달콤새콤 수학한입> 팀 샤르티에(저자) | 김수환(역자) |프리렉 | 2016-01-11 | 15,000원
ⓒ 프리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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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 하나가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어요?"이다. 일상에서 수학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컴퓨터, 그 중에서도 보안과 관련된 것이다. 인증서나 보안카드 등이 바로 일상에서의 수학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달콤새콤 수학 한입>(팀 샤르디에 지음, 김수환 번역, 프리렉, 2016)은 일상에서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데이비드슨 대학의 조교수로 수학과 컴퓨터 공학을 가르치는 저자 팀 샤르티에(TIM CHARTIER)는 수학의 다양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다양한 자료와 이미지로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어떤 사람이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물어봤을 때 최소한 하나의 답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학은 일상생활에서 사용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수학을 한 입만 맛 보면 그런 적용 사례들을 알아 보고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 <달콤새콤 수학 한입> 중에서.

예를 들어 DVD 30장과 CD 30장을 DVD는 2장당 3달러에 팔고, CD는 3장당 3달러에 판다고 가정했을 때 수입은 75달러이다. 그런데 다음에는 CD와 DVD 5장을 묶어서 6달러에 팔게 되었더니 동일하게 60장을 다 팔았는데도, 수입이 72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잃어버린 3달러는 어디로 갔을까? 바로 묶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인데, 일상에서 사소한 문제들을 쉽게 지나치곤 한다. 

일상에서의 수학 원리는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앵그리버드 게임을 하면서 쏘는 각도(접선의 기울기)에 따라서 포물선의 방정식을 생각해볼 수도 있고, 낙서를 하면서 오일러의 법칙(꼭지점+면-모서리=2)의 법칙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M&Ms 초콜릿으로 적분을 생각해볼 수도 있고, 팝아트 작품들은 사진의 색상 정보를 일반화하여 0과 1로 구성된 행렬의 변환을 거침으로써 만들 수 있다.

수학책으로 쌓는 다양한 이야기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보다보면(아무리 수학교과서에 스토리텔링이 많이 도입되었다 하더라도) '수학'이라는 과목은 '계산' 혹은 '문제풀이'라고 생각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은 수학을 재미없는 과목으로 취급하거나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수학 과외를 하던 때 학생이 수학 교양서를 읽고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꽤 오랫동안 과외를 했지만 스스로 수학책을 구입해 읽는 학생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미적분 관련 책이었는데 "재밌냐?"는 나의 질문에, 이 학생은 "완전 재밌어요. 미적분이 왜 생겼는지 알게 되었는 걸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이과생이었던 이 친구는 사진을 전공하겠다며 대학에 갔고, 지금은 프랑스에서 여전히 사진을 공부하고 있다. 

최근 아는 분이 나에게 "아이가 미술 전공을 하고 싶어하는데, 수학 공부를 전혀 안 해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요즘 대학입시에서도 미대도 비실기 전형으로 들어가는 세상이고, 미대 면접에서도 다양한 이슈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한다.

수학 내신 점수도 중요하고 수능성적도 좋아야 미대에 가는 지금의 현실이지만, 중고등학생들에게 수학 문제풀이를 잘해 점수만 잘 받으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삶 속에서 다양하다.

흔히들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죠?"라고 묻곤 합니다. 공식과 문제 풀이가 수학의 전부는 아닙니다.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우선 수학이 세상에 어떻게 응용되는지 살펴봅시다. 그러면 흥미가 생기고 시야가 넓어져 수학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 <달콤새콤 수학 한입> 중에서.

이것이 바로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이고, 내가 수학을 전공자로서 디자인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덧붙이는 글 | <달콤새콤 수학한입> 팀 샤르티에(저자) | 김수환(역자) |프리렉 | 2016-01-11 | 15,000원



달콤새콤, 수학 한 입 - 놀이처럼 접근하는 친근한 수학

팀 샤르티에 지음, 김수환 옮김, 프리렉(2016)


태그:#수학, #수학교양책, #자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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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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