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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23일 양일간 여주에서 남한강생태학교를 운영하는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여주교사 모임' 선생님들과 함께 강원도 철원으로 겨울철새를 보러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날은 영하 18도가 넘는 강추위로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때였으나 철새들은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상관없이 강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자기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많은 새들을 보았습니다만 여기에서는 쉽게 눈에 띄는 두루미, 기러기, 독수리에 대해 소개를 하려고 합니다.

두루미는 '두릅두릅' 하면서 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만 사람들에게는 한자어인 학(鶴)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두루미는 날 때 부리 끝에서 다리 끝까지의 길이가 160cm에 이르는 대형조류입니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말이 있듯 움직임과 울음소리가 우아하여 옛부터 귀한 새로 생각해 왔습니다. 양반집에서는 두루미의 날개 깃을 잘라내서 집에서 키우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두루미는 우리나라를 통해 일본까지 겨울을 나기 위해 이동하는데 우리나라를 찾는 두루미는 색에 따라 크게 두루미(흰색), 재두루미(회색), 흑두루미(검은색)로 나눕니다. 두루미는 정수리가 빨간색이고 재두루미는 눈주변이 빨간데 이것은 털의 색이 아니라 피부의 색이라고 합니다.

봄이 되면 이 붉은 점이 더 크고 붉게 물든다고 합니다. 특히 흰두루미는 앉아 있을 때 꼬리가 검은 것처럼 보이지만 날 때 보면 날개의 끝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의 새들은 꼬리털로 균형과 방향을 잡지만 두루미는 꼬리가 발달하지 않아 긴 다리로 그러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철원에는 이 중에 흰두루미와 재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고 남쪽 순천만에는 재두루미와 흑두루미가 있습니다.

두루미는 여름철 두 마리 정도의 새끼를 부화하여 남쪽으로 이동하여 겨울을 나는데 이동하는 도중 대다수가 도태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겨울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두루미는 대부분 새끼가 하나 정도 있거나 없는 두루미 가족이 많습니다. 새끼를 둘을 거느리고 있는 부모 두루미는 최상의 건강 상태로 먹이 활동을 쉽게 할 수 있고 잠을 자는 자리가 가까운 영역을 소유하게 되면 크게 소리를 내서 다른 두루미의 접근을 막는다고 합니다.

두루미는 가족끼리 먹이 활동을 하지만 잠을 잘 때는 많은 수가 모여 사방을 경계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함께 잠을 잡니다. 잠을 잘 때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발을 번갈아가면서 교대합니다. 두루미가 자고 난 얼음 위를 가 보면 얼음이 녹아 발자국이 생긴다고 하네요. 사람마다 잠을 자는 자세가 조금씩 다르듯이 두루미도 앉아서 자기도 하고 두 발로 서서 자기도 한다고 합니다.

해가 산 위로 떠올라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할 시간이면 두루미들은 가족 단위로 먹이 활동을 하는 자기 논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어른들은 두 다리를 쭉 펴고 우아하게 날아가지만 어린 새끼들은 아직은 추워서 다리를 몸털 안에 넣고 날아갑니다. 우리나라의 두루미들은 주로 논에 떨어진 곡식을 주워 먹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를 키우기 위해 볏집을 모두 수거하여 사료로 만들어 먹이가 없기 때문에 지방정부에서는 농부들에게 보조금을 주어 볏집을 썰어서 논에 뿌려주는 사업을 별도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볼 수 없었던 공장식 대형 축산업이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입니다. 덕분에 두루미들이 살 곳이 크게 줄어 들었습니다.

잠을 잘 때와는 대조적으로 먹이 활동을 하는 곳에서 흰두루미는 다른 가족이 근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나름 자신의 먹이영역을 갖추고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 교배가 되지 않는 재두루미와는 같은 논에서 함께 먹이를 먹는 것을 허용합니다. 한편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는 교배가 이루어져 종종 잡종을 낳기도 합니다.

부모 두루미에게 1년 동안 보살핌을 받은 새끼들은 독립하여 청년 두루미들끼리 집단생활을 하는데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데도 유용하지만 자신의 짝을 찾으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짝을 찾으면 날개를 펴고 크게 울어 자신들이 짝이 되었음을 다른 동료들에게 알리고 춤을 추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는데 우리의 조상들은 이런 모습을 관찰하여 학춤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천적을 피하기 위해 물에서 잠을 잔다
▲ 철원 이길리 한탄강변에서 잠을 자는 두루미 가족 천적을 피하기 위해 물에서 잠을 잔다
ⓒ 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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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두루미들은 함께 모여 생활을 한다.
▲ 철원 청년 두루미 무리 청년 두루미들은 함께 모여 생활을 한다.
ⓒ 임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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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두루미는 다른 가족에게 곁을 내주지 않지만 재두루미에게는 허용한다.
▲ 철원 흰두루미와 재두루미 흰두루미는 다른 가족에게 곁을 내주지 않지만 재두루미에게는 허용한다.
ⓒ 이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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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부분이 갈색인 흰두루미는 아직 어린새로 부모와 함께 먹이활동을 한다
▲ 철원 흰두루미 가족 목부분이 갈색인 흰두루미는 아직 어린새로 부모와 함께 먹이활동을 한다
ⓒ 이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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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는 우는 소리가 '기륵기륵' 한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만 먹이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러기들의 소리를 들어보면 그렇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영어로는 야생거위(Wild Goose)라고 합니다. 기러기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철새였으나 두루미와 같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이제는 청동오리와 같이 쉽게 볼 수 있는 새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기러기 역시 두루미와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해가 떠오르면 먹이 활동을 하러 떠나는데 두루미와는 달리 큰 집단을 이뤄 비상을 시작합니다. 너무 많은 개체가 함께 날아오르면 자기들끼리도 분간을 할 수 없어 날아가다가 다시 돌아오는 녀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기러기들은 수많은 동료 중에서 울음소리와 꼬리날개의 무늬를 보고 자신의 가족을 식별한다고 합니다.

하늘을 날 때는 V자형을 이루는데 맨 앞에는 항로를 이끄는 놈이 앞장을 서는데 구간마다 서로 소리를 질러 교대를 합니다. 바람의 저항이 가장 큰 위치이기 때문에 체력소모도 크지만 다음 세대를 교육시키기 위해 선두에 서는 기회를 두루 갖는다고 합니다.

아침에 먹이 활동을 위해 자신들의 먹이터로 날아갈 때는 큰 집단을 이뤄 날아오르는 것과는 반대로 해가 질 때 잠자리로 돌아오는 기러기는 보다 작은 단위로 돌아오는데 그때가 거의 유사하여 하늘을 골고루 뒤덮게 되는데 아주 큰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옛날에는 이런 장관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을텐데 이제는 철원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많이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눌러 잠자리로 돌아오는 기러기떼의 모습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 철원 토교저수지로 날아드는 기러기 무리 먹이활동을 하다가 해가 질 때가 되면 기러기들은 잠자리로 무리를 지어 동시에 들어온다.
ⓒ 최새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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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때면 모두 잠자리로 돌아온다
▲ 철원 토교저수지 기러기떼 해가 질 때면 모두 잠자리로 돌아온다
ⓒ 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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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대머리 독(禿)자와 우리말 '수리'를 써서 만든 이름입니다. 다 큰 어른 독수리는 머리에 털이 없지만 2년이나 3년 정도 된 청년독수리는 아직 머리에 털이 덜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앉아 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때는 3m가 넘는 큰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 때의 위용은 찾아보기 어렵고 조금 지저분해 보입니다.

독수리는 동물사체 안에 머리를 넣어 내장부터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머리에 털이 있으면 털이 피에 젖기에 위생이나 비행 등에 있어 어려 가지 불편한 점이 발생하여 오히려 머리에 털이 없는 편이 좋습니다.

독수리는 몽골 지역에서 지내다가 먹이가 부족해지는 겨울철에는 남쪽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이동거리가 길수록 힘이 약한 놈들이라고 합니다. 약한 녀석들일수록 더 많은 거리를 내려와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청년 무리들 중에는 간혹 아주 나이가 많은 독수리들도 끼어 있다고 합니다. 몸집도 크고 먹이사슬에서 상위에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청년 독수리나 흰꼬리수리는 미성숙하기 때문에 텃새인 까마귀의 텃세에 종종 수난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아주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독수리는 한반도 전역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주로 무리를 이루어 살기 때문에 날개 끝에 큰깃털이 분명하게 보이는 큰 새가 하늘을 빙빙 돌면 독수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돼지를 키우는 농장 주변에 혹시 먹을 것이 있으면 떼로 모여 앉아 있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기도 합니다. 운 좋게도 작년 12월 충주 남한강 가운데에서 먹이를 먹는 독수리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머리에 털이 덜 빠진 어린 새
▲ 철원 갈마읍 독수리 머리에 털이 덜 빠진 어린 새
ⓒ 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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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대형조류라고 해도 어린 새들은 모여서 산다
▲ 철원 갈마읍 독수리떼 아무리 대형조류라고 해도 어린 새들은 모여서 산다
ⓒ 김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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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는 '곡곡' 하면서 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에게는 흰새라는 뜻의 일본식 한자어인 백조(白鳥)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부이상의 지역에서는 주로 큰고니가 겨울을 납니다. 고니는 두루미나 기러기보다 훨씬 늦게 움직였습니다. 고니들은 잠은 기러기와 함께 자고 먹이 활동은 두루미와 함께 하였습니다. 고니는 물 속에 머리를 넣고 풀을 뜯어 먹습니다.

너무나 복에 겨워 작년 겨울 충주 남한강가에서 100마리가 넘는 고니떼가 함께 모여 우는 모습을 감상해서 그런지 철원에서 본 몇 마리의 고니 가족은 크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 Good Earth 홈페이지에도 올렸습니다. http://good4earth.org/?p=253

- 글쓴이는 Good Earth의 홈페이지 관리자입니다.



태그:#겨울철새, #두루미, #기러기, #독수리,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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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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