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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에 소재한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전경
 서울 한남동에 소재한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전경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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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캄보디아 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캄보디아 국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들 사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숫 디나(Suth Dina) 주한 캄보디아 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훈센 총리의 통치에 반대해 항의 시위를 한 한국내 자국 이주 노동자들을 추적하는 데 한국의 공안 당국이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그 사진에는 대사가 익명의 한 남성과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숫 디나 대사는 해당 남성을 지목해 한국의 '특수 정보국'(영어로는 'Special Intelligence' (국정원 추정)) 소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덧붙여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이 한국에서 반정부 시위를 선동한 'KNN CAMBODIA'라고 불리는 불법 조직망을 단속하기 위해 현재 한국정부와 공조수사중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대해 한국정부는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과 거리를 두는 상황이다. <프놈펜 포스트>에 따르면, 한국 외교부는 불법 이주민 노동자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측으로부터 어떤 수사협조나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자 현지 영자신문 프놈펜 포스트에 실린 숫 디나 주한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기사
 지난 22일자 현지 영자신문 프놈펜 포스트에 실린 숫 디나 주한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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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 디나 대사가 이런 논란의 소지가 많은 주장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4년 4월 한국에 부임한 이래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 체류 캄보디아인 노동자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위협성 발언을 서슴지 않아 왔다.

작년 11월 야당인 캄보디아 구국당(CNRP) 지도부인 삼 랭시 총재와 껨 소카 부총재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도, 숫 디나 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고성 글을 올린 바 있다. 야당 집회에 참석하는 캄보디아인들을 모두 체포해서 본국으로 강제송환할 것이라는 협박성 메시지였다.

최근에는 그 수위와 정도를 넘어서 한국의 관계 당국과 공조를 취하고 있다는 위협성 발언까지 하면서 한국 거주 자국 노동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태다.

숫 디나 대사는 그러한 비난 여론에도 아랑곳 않고, 지난 17일 이번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다른 논란의 소지가 담긴 내용을 올렸다.

이번에는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에는 그와 캄보디아인 남성 3명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이 남성들이 2년 전 훈센 총리의 초상화를 불태우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용서를 받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한남동 대사관내 정원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동영상에서는 3명 중 연장자인 26살 청년 춤 마라디가 "이건 내 실수다. 사과한다. 캄보디아 정부가 내 사과를 받아주길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숫 디나 대사는 동영상에 등장한 남성들이 한국의 공안 당국에 체포될 것을 두려워해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에 자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훈센 총리 초상화 화형식은 지난 2014년 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요구 시위에서 헌병의 발포로 노동자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곧바로 서울에서 대규모 반정부 항의집회가 열리면서 발생한 바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숫 디나 대사의 페이스북 논란과 관련 캄보디아 외교부의 쭘 쏘운리 대변인은 지난 1월 21일,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를 통해 "숫 디나 대사의 페이스북 내용에 대해 알고 있지만, 해당 남성들에 관한 논평을 할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숫 디나 대사는 한때 반정부 활동가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3년에 결성한 반공산주의 정당인 '크메르 전선당'(Khmer Front Party)의 지도자이기도 했다. 2006년에 왕당파 '노로돔 라나릿 당'(NRP)의 대변인이 되며 변절하기 시작했고, 이후 2009년에는 또 다시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 인민당'(CPP)으로 전향한 경력을 갖고 있다.

싱크탱크 '미래 포럼' 창립자이기도 한 정치평론가 오우 위락씨는 <프놈펜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숫 디나 대사의 이러한 처신에 대해, 해외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을 공개적으로 위협하는데 외국(한국) 당국을 끌어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만일 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절대적으로 부적절한 행위이다. 설령 그 주장이 맞다고 해도 공개적으로 페이스북에 게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디나 대사가 이런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프놈펜의 CPP 여당 지도부로부터 '약하게' 보일 수도 있어서 한국 내 자국 노동자들의 반정부 정서를 억압하려 드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의 이러한 해석이 맞다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현재 숫 디나 대사의 페이스북은 그동안 논란을 일으켜 왔던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 게재해 놓은 상태이다. 심지어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기사화한 최근 현지신문 내용까지 스크랩해서 추가로 올린 상태다.

현지 일각에선 숫 디나 대사가 정부 지도자들의 SNS를 통한 정부 홍보 활용도를 잘 알기에 훈센 총리를 비롯한 정부고위층에게 자신이 정부여당을 위해 나름 헌신적인 노력하고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방편으로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0년 장기집권자 훈센총리는 요즘 페이스북에 푹 빠진 상태다. 그의 개인 페이스북은 이미 약 200만 명이 '좋아요'를 누른 상태다. 최근에는 SNS를 통한 소통을 강조하는 한편, 스마트폰을 통해 정부가 더욱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하며 정부 관계자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공식 발표가 아닌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다. 훈센 총리의 말 한마디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정부관료들은 훈센 총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때도 많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은 과거에도 여권을 분실한 자국민들에게 재발급 조건으로 공식 수수료를 훨씬 넘는 무리한 금품을 요구하는 등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지금까지도 국제결혼서류 접수시에 영사확인서류 한 장에 최소 수십만~100여 만 원 수준의 웃돈을 요구해 이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도 지난해 이 문제를 시정해줄 것을 캄보디아 외교부측에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2007년 이래로 우리나라에는 약 4만 명에 달하는 캄보디아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7천 명이 넘는 캄보디아인들이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입국했다.


태그:#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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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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