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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알영상] 안철수 과거와의 대화, "부패 비리의 원칙"
ⓒ 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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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주춤하고 있다. 부패 척결 등 기득권과 작별을 선언하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힘을 보태는 등 호기롭게 창당을 선언한지 12일 만이다. 더욱이 이 같은 당의 '하락세'는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 거칠게 정리하자면 그 배경엔 네 가지 악재가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입법로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신학용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에 대해 "문제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전 안 의원이 비리 혐의로 기소만 돼도 공천 등에서 배제하자고 주장했던 혁신안과 신 의원의 입당이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단 회의에 참석한 신학용 의원이 안철수 의원 등과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신학용, 임내현, 안철수, 김영환, 김한길 의원.
▲ '징역형' 신학용 받아들인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입법로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신학용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에 대해 "문제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전 안 의원이 비리 혐의로 기소만 돼도 공천 등에서 배제하자고 주장했던 혁신안과 신 의원의 입당이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단 회의에 참석한 신학용 의원이 안철수 의원 등과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신학용, 임내현, 안철수, 김영환, 김한길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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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①] 불투명한 원내교섭단체 빈 자리 채우기

우선 수월해 보였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1월 초까지 이어진 더불어민주당의 탈당 행렬이 사실상 '일시 정지'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의 사퇴 의사 발표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영입으로 더민주의 '탈당 원심력'이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이 합류를 바랐던 박영선 의원도 더민주에 잔류하리라는 관측이 많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김종인 더민주 선대위원장이 박 의원에게 선대위 수석부위원장 역할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더민주 탈당을 선언한 조경태 의원도 마찬가지다. 조 의원은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에서 모두 연락받았다고 밝혔지만, 결론은 새누리당 입당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더민주의 전북 지역 의원 9명을 비롯해 이윤석 의원 등 박지원계로 분류되는 의원도 잔류 의사를 밝혔다.

물론, 안철수 의원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원내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원내 교섭 단체 구성은 약 88억 원의 국고 보조금 수령뿐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당의 영향력을 공고히 할 수 있어 신생 정당의 '필요 조건'으로 꼽힌다. 현재 국민의당은 합류 의사를 밝힌 신학용 의원을 포함, 총 15석을 확보한 상태다.    

[악재②] '좌충우돌' 한상진의 '역사' 발언 

안승근 용인대 객원교수(4.19혁명유공자)가 지난 19일 오전 마포구 국민의당앞에서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4.19국립묘지에서 한 '이승만 국부' 발언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 교수는 '독재자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대통령과 국부로 추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4.19 정신을 계승한다는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발언 취소와 4.19영령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안철수 대표 대표를 향해서도 '창당이념에 독재자를 국부로 칭송하는 역사인식이 포함된 것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 '이승만 국부' 발언 규탄 국민의당앞 1인 시위 안승근 용인대 객원교수(4.19혁명유공자)가 지난 19일 오전 마포구 국민의당앞에서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4.19국립묘지에서 한 '이승만 국부' 발언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안 교수는 '독재자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대통령과 국부로 추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4.19 정신을 계승한다는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발언 취소와 4.19영령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안철수 대표 대표를 향해서도 '창당이념에 독재자를 국부로 칭송하는 역사인식이 포함된 것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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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입'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 4.19 민주열사 묘역 참배 후 이승만 대통령을 놓고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한다"고 말해 역사 인식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해명 기자회견에서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합리적 토론을 할 때가 됐다"고 말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관련 기사 : 한상진 "이승만 '국부' 이해해달라... 모순은 아냐").

4.19 열사 유가족 뿐만 아니라 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한 위원장은 4.19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 20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찾아 역사 인식 논란을 적극 진화했다.

그러나 쉽게 수그러들 사안이 아니었다. 일단, 안철수 의원이 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진보·보수의 이념 지형을 떠나 미래 지향적인 정치 구도를 만들겠다'는 창당 취지가 한 위원장의 발언으로 옅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위원장의 '설화'는 '이승만 국부' 논란만이 아니다. 한 위원장은 18일 당 확대기획조정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김종인 위원장을 겨냥, "전두환 정권의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분"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당에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한 위원장과 함께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여준 전 장관이 1984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보 비서관을 지낸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악재③] 김종인 네거티브, 자충수가 되다

'김종인 저격'은 한 위원장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은 19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앞장 선 분을 선대위원장으로, 당의 얼굴로 모신 것이 원칙인가"라며 '김종인 네거티브'에 합류했다.

안 의원도 같은 날 기자들에게 "김종인 위원장의 영입은 원칙 없는 승리라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분들이 그런 선택을 하다니,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라며 "만약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절대 동의하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 관계에 맞지 않았다. 당시 김 위원장이 현역 의원 신분이 아니라 탄핵 가결안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더군다나 당시 탄핵 표결에 참여한 이들은 국민의당에 속해 있었다. 윤여준 전 장관과 김영환 창당준비위 부위원장이 각각 한나라당 의원과 새천년민주당 의원으로서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더민주의 '김종인 영입' 효과를 차단하려고 쓴 극약이 자충수로 돌아온 셈이다. 안 의원이 "만약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절대 동의하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 역시 사실 관계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몇 마디 충고를 했는데 얼굴이 확 굳어진 (노 전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기대를 접었다"라는 2010년 김 위원장의 <시사인> 인터뷰 기사를 링크하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그를 (경제)부총리 1순위로 올렸다"라고 밝힌 바 있다.

[악재④] 비리 혐의 의원의 신당 합류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입법로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신학용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에 대해 "문제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전 안 의원이 비리 혐의로 기소만 돼도 공천 등에서 배제하자고 주장했던 혁신안과 신 의원의 입당이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단 회의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이 신학용 의원의 신상발언을 듣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입법로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신학용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에 대해 "문제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전 안 의원이 비리 혐의로 기소만 돼도 공천 등에서 배제하자고 주장했던 혁신안과 신 의원의 입당이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단 회의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이 신학용 의원의 신상발언을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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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이 지난 19일 신학용 의원의 합류를 받아들인 점도 스스로 불러온 악재로 꼽힌다. 신 의원은 지난 12월 '입법 로비'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안 의원이 더민주 탈당 전 제시했던 '10대 혁신안'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당시 안 의원은 부패 척결을 혁신의 디딤돌로 강조했다. 즉, 국민의당 정체성과 배치되는 행보인 셈이다(관련 기사 : '비리 영입' 논란 신학용 "당이 원하면 무소속 잔류").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서 "(신학용 의원은) 이미 재판 중이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아직 유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창당 초기에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외부 영입 인사로 발표했던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과 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 한승철 전 검사장 등의 비리 의혹 전력이 드러나 '영입 취소' 사태를 겪은 것. 이밖에도 공동창당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도 비리 전력이 드러나 논란을 키우는 중이다. 일례로 창당발기인 중 한 명인 최락도 전 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 대가로 뇌물을 제공했다가 구속기소 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안 의원이 신 의원의 합류를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수용한다는 것에 대해 정치권 안팎은 물론, 야권 지지층 내에서도 의문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영입 기준이 안 의원의 혁신 기준에 명확히 부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싸움 붙이지 마시라."

이 같은 악재에 국민의당이 내놓은 반응이다. 최원식 대변인은 20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네거티브 논란'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 사실 오류로 드러난 네거티브 전략, '부패 척결'을 외쳐놓고 비리 혐의 의원의 합류를 수용한 것, 이 모든 '싸움'의 시작점은 늘 국민의당이었다.


태그:#안철수, #국민의당, #김종인,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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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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