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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17일 오후 4시 기준,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百度)의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검색어는 '쯔위사과(周子瑜致歉)'다. 해당 검색어로만 무려 21만 4900번의 검색이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관 검색어로는 '쯔위대만국기사건(周子瑜台湾国旗事件)', '쯔위 대만(周子瑜台湾国)'이 이어졌다. 연예인 개인의 실명이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것은 중국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지난해 말 한국 엔터테인먼트 JYP의 소속 가수 쯔위(본명 저우쯔위, 周子瑜)가 한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모국인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 공분이 일었고,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60년 갈등의 골, 수면 위로 나오다

 트와이스의 쯔위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드는 장면
 트와이스의 쯔위가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드는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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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에서 '쯔위'가 소속 그룹 '트와이스'의 멤버들과 함께 자국 국기를 흔드는 장면이 전파를 탔고, 이에 대해 일부 중국인들이 쯔위를 '대만 독립 지지자'로 지명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한국에 알려진 바와 달리, 중국 현지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온라인에서 이 문제가 하나 둘 제기된 바 있다. 지난 60년간 깊어 질대로 깊어진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兩岸) 문제의 골이 이번 대만 국기 영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8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는 문제가 된 해당 TV프로그램의 영상 일부를 캡처한 사진이 개인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한국에서 이번 사건이 문제화되기 이전이다.

당시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지적받은 부분은 쯔위의 "저는 대만에서 왔습니다(我是从台湾来的)"라는 발언이다. 이는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들어 문제를 키웠다고 한국에 알려진 부분과 다소 차이가 있다.

 문제로 지적 받고 있는 영상.
 문제로 지적 받고 있는 영상.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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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영상.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영상.
ⓒ douba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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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또 다른 중국인 가수인 f(x)의 '엠버(amber)'는 앞서 한국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을 소개하며 '저는 미국에서 출생했지만, 중국인입니다(我是中國人,但是是在美國出生的。)"라고 발언했다.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소개한 이 영상은 쯔위와 비교되며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9년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데뷔한 그룹  소속 중국인 가수 엠버 역시, 미국에서 출생 후 대만에서 성장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중국 현지에서는 쯔위와 엠버 두 가수의 답변을 비교하며 "질문의 본질은 같지만 다른 답변을 한 두 사람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이냐"면서 "모든 사람에게 가족이 있듯이, 중국인에게도 '하나의 중국'이란 국가가 있다"며 이번 사건이 쯔위 본인이 가진 국가 의식 부족탓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쯔위 사과 영상 캡처
 쯔위 사과 영상 캡처
ⓒ jyp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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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 15일 소속사 JYP와 쯔위 본인은 서둘러 사과 내용을 담은 글과 동영상을 온라인에 공식 게재했다. 하지만 사과문이 게재된 후 오히려 중국 현지에서는 "진심을 담은 사과라기 보단, 중국 시장 진출을 겨냥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문제를 재빨리 넘기기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라며 "(쯔위는) 어린 나이(16세)에 중국에서 활동을 중단 당할까봐 '억지 사과'한 것이다, 좁은 한국에서만 예술 활동을 하게 될 것이 두려웠느냐"라는 높은 수위의 비난 글이 쇄도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지난 17일 오전 한 때 중국 최대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SNS 웨이보에서는 '쯔위'를 검색 금지어로 설정하는 등 악화된 여론이 극도로 치달았지만 같은 날 오후에는 다시 해당 단어를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쯔위의 사과 영상이 앞서 문제가 된 영상의 캡처본과 동시에 게재되고 있다. 이 캡처본에는 쯔위에 대해 '대만에서 왔다(台湾来的)'라는 중국어로 번역된 문구와 대만 국기가 커다랗게 쓰여있어 중국인들의 반감을 크게 사고 있는 모양새다.

쯔위의 사과 영상을 캡처한 아이디 'GLR TING'은 이번 사건과 해당 영상에 대해 "한국에서 중국은 물론 대만의 얼굴에도 먹칠한 사건이다"라면서 "대륙(중국)에서는 대만 독립주의자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으니 오지 마라"라는 글을 게재했다.

또 다른 아이디 '南河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안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며, 양안 관계와 아무런 연관이 없던 외세(한국)를 끌어들이면서 문제의 사안을 키웠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짜 '하나의 중국'이 되려면

중국인들의 이 같은 비난에는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 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외부인들의 눈에는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대만에 거주하는 대만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문제지만, 이들에게는 '대륙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대만에 거주하는 중국인'으로, 이들 모두 하나의 중국인으로 통합되는 식이다.

이번 사건을 비난하는 이들이 "(쯔위는) 더 이상 중국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라는 표현 대신, "'대륙'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중국과 대만은 2014년 2월, 1949년 대만 국민당 정부 수립 이후 65년 만에 첫 장관급 회담이 이뤄졌다. 이듬해 5월 진행된 중국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 대만 국민당 주리룬(朱立倫) 주석의 '국공 수뇌회담'에서는 양안 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공동의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

이때 양안이 협력을 약속한 내용은 '대만은 대륙에 속하지 않는 독립국가(一邊一國), 중국과 대만은 별개(一中一台)라는 주장은 국가와 민족의 이해와 정면에서 배치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양안 정상급 회담에서 주로 논의한 내용의 중심에는 '하나의 중국'을 표방한다는 내용이 있다. 같은 해 11월, 시 주석과 대만 마잉주 총통이 분단 이후 양안 정상의 신분으로 처음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양안 쌍방이 민족과 역사의 책임에 부응하는 선택을 하자'면서도 "민족의 이익을 생각하고, 한 마음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자'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중국인들과 중국 정부의 열망이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쉬운 점은 지난 16일, 향후 지속적인 양안 관계 회복을 이어갈 대만의 차기 총통으로 선출된 차이잉원(蔡英文) 당선인에 대해 중국 국영 언론과 수십여 개에 달하는 중국의 대표적 지역지에서도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쯔위를 향한 비난의 본질에는 중국인들이 '하나의 중국'에 대한 중요성을 강력하게 역설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반(反) 중국적 정치 성향을 가진 민진당(民进党)을 대표한 차 당선인의 선거 압승 결과에 대해서는 큰 이목을 집중하지 않으며, 경계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실제로 17일 오후 9시까지도, 대만의 총통 선거 결과를 일부 인터넷 언론이 단신으로 처리한 것이 중국 언론이 보인 반응의 전부다.

하지만 당선에 앞서 차 당선인은 "대만과 중국은 '조화 속에서 다르고, 조화 속에서 공동 기반을 추구하는(和而不同, 和而求同)'관계를 유지하고 평화와 발전을 위한 조화를 노력 할  것"이라고 밝히며 양안의 우호적인 관계 회복에 큰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이 오랫동안 강력하게 역설해 왔던 거주지와 출신지를 배제한 '하나의 중국'을 진정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경계심 보다는 대국적인 면모를 보여줘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이번 사건에서 진정한 의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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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베이징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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