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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의 수락산역 주변 원룸촌. 수락산역과 마들역 사이 뒤편에 원룸촌이 형성되어 있다.
▲ 상계동의 수락산역 주변 원룸촌. 수락산역과 마들역 사이 뒤편에 원룸촌이 형성되어 있다.
ⓒ 정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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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기독교 단체에서 착한 임대인을 소개하는 모임에 참석했다. 주최 측에서는 최근 전·월세임대료 폭등에 사실상 정부와 정치권이 손을 놓은 상황에서, 주택시장에서 힘이 우위에 있는 임대인들이 세입자와 상생할 수 있기를 바라는 취지로 모임을 개최한 것이다. '착한 임대인'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바라보는 이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그 날 교회 장로 한 분이 착한 임대인으로 소개되었다. 그분은 당신이 '착한 임대인'으로 소개되는 이 모임에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며 참석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신앙인으로서 목사님의 권유로 참석했다고 하면서 겸손하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분은 원룸과 투룸 10여 가구를 월세로 임대하고 있는데, 5년간 월세를 올리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세입자들이 단기간만 살고 나가면, 거래비용( 도배·장판비, 중개수수료, 공실위험 등)과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하기 위해서 많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장기간 거주하면 임대인에게 득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날씨가 춥거나 폭우가 쏟아지면 세입자에게 '추운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고 주택 동파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알리는 문자를 보낸다고 했다. 그리고 그분은 명절에는 세입자들에게 명절인사와 함께 약소한 선물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 날 참석했던 세입자들은 5년 임대료 동결보다 세입자와 소통하고 있는 그분의 말씀에 많이 공감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명절에 선물하고 인사하는 경우는 처음 들었다"라고 놀라워했다.

주택 임대,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3월 신학기 개강을 앞두고 대학가에 방 구하기가 한창인 가운데 28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학교 외벽에 원룸·하숙 세입자를 구하는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다. 2015.1.28
 대전 유성구 충남대학교 외벽에 원룸·하숙 세입자를 구하는 전단이 빼곡히 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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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착한 임대인'의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들이 겪고 있는 임대인과 세입자 간의 현실을 생각해 보았다. 현재 임대인과 세입자들은 소통하고 인간적인 관계를 나눌 수 없는 상황이다. 임대인은 2년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전·월세 임대료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법에는 임대료 인상률에 제한이 없다) 세입자와 마음을 놓고 소통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임대인은 세입자와 대면하지 않고 전화로 통화하려고 한다. 2년 임대계약이 끝난 후 재계약을 원하는 세입자인 경우에, 거주할 때 느끼는 불편이나 불만사항을 터놓고 임대인에게 말할 수 없다

생활의 필수재인 주택을 놓고 임대인과 세입자들이 이렇게 소통하지 못하고 불편한데, 진정으로 소통 가능한 관계로 바꿀 수는 없는가?

임금인상을 놓고 대립하는 사용자와 노동자들도 안정적인 노사협상을 위해 노·사간에 상호 합의할 수 있는 일정한 임금인상기준 (예- 생산성 증가율, 물가인상률, 회사 순이익 증감률 등)을 정해놓은 경우에는 상호 임금인상수준을 예측할 수 있어 극한적으로 대립하지 않고 협상을 통해 타결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임대인이나 세입자가 서로 예측할 수 있는 임대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준 (예 - 물가인상률, 정기예금이자율, 실질임금인상률 등)이 있고 계약 기간이 2년이 아니라 장기 임대계약이 가능하다면, 임대인과 세입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소통하면서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날 '착한 임대인'의 말씀을 들으면서, 임대인과 세입자 간 상호 소통이 가능해지려면, 임대인들이 주택임대를 오직 재테크 수단이나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이를 임대인 개인에게만 부담 지울 수 없고, 제도적으로 장기임대차와 임대료인상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마련되어야 함을 느꼈다.

덧붙이는 글 | 박동수 기자는 서울세입자협회 대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서울시 임대주택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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