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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를 위한 '불법 서명'에서 홍준표 경남지사는 자유로울까? 허위서명 사건이 터져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홍 지사가 했던 발언이 새삼 관심을 끈다.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추진본부'는 보수단체와 새누리당, 홍준표 지사 지지자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서명에 들어가 120일 만인 오는 12일 서명을 마감한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가 유효하려면 26만 7416명(경남 유권자 10%) 이상 서명해야 한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운동은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 절차가 진행되면서 맞불을 놓기 위해 시작되었다. 학부모와 시민단체, 야당은 홍준표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지난해 7~11월 사이 서명을 벌여 36만 명의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홍 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중단' '성완종 게이트' 등의 이유를 들었고, 박 교육감주민소환추진본부는 '전교조가 장악한 교육청' 등이 주민소환 추진의 이유였다.

홍준표 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의 주민소환 여부를 묻는 투표가 실제 이루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선관위가 서명부를 검토한 뒤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그 시기는 4월 총선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고발 조치... "중대한 사건이라 중앙선관위 공조"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창원 북면 한 공장 가건물 사무실에서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 허위작성자 5명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사진은 증거 현장의 모습.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창원 북면 한 공장 가건물 사무실에서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 허위작성자 5명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사진은 증거 현장의 모습.
ⓒ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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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불법 서명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에 불법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구체적으로 신원을 밝히기를 꺼리다 보니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드물었다.

지난해 12월 22일 창원 의창구 북면 한 공장 가건물 사무실에서 여성 5명이 2만4000여 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가 적힌 주소록을 갖고 돌려쓰기 방법으로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를 작성하다 경남선관위에 적발된 것이다. 경남선관위는 이들이 며칠간 비슷한 작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허위서명된 서명부 600여 권을 포함해 총 2200여 권의 서명부와 필기구 22통이 나왔다. 경남선관위는 지난해 12월 28일 서명부 허위작성자 5명을 고발하고, 지시․공모자와 주소록 제공자를 수사의뢰했다.

이 같은 사실은 선관위가 보도자료를 내면서 알려졌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경남선관위가 아닌 중앙선관위에서 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31일 누리집에 보도자료를 게재했다. 새해 1월 1일까지 극히 일부인 4개 언론만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2일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추가 확인한 내용을 포함해 보도했고, 이후 상당수 언론들이 뒤따라 보도했다. 경남선관위는 "사안이 중대해서 중앙선관위와 공조해 보도자료를 냈다"고 해명했다.

경찰 수사 핵심은? 

이 사건은 현재 창원서부경찰서가 수사하고 있다. 고발인 조사에 이어 피고발인 5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서명부 허위작성의 윗선이 누구인지, 주소록과 서명부를 누가 제공했는지를 밝히는 게 경찰 수사의 핵심이다.

주소록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만 적혀 있다. 정당이나 선거조직에서 사용하는 자료는 대개 전화번호와 남녀구분이 되어 있어, 서명부 허위작성에 사용된 주소록은 선거조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민소환(선출직 공직자)과 주민투표(정책) 서명은 이전에는 주민등록번호를 적었지만, 개인정보 보호에 따라 지난해부터 생년월일을 적는 것으로 바뀌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 일부가 드러났다. 허위서명부를 작성했던 사무실의 소유주가 밝혀지고, 여성 일부의 신원이 밝혀진 것이다. 그곳은 박치근 프로축구 경남FC 대표이사가 공동소유자다. 박 대표이사는 홍준표 지사의 최측근이고, 선거캠프 운동원이었다.

박 대표이사는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수임인으로 등록해 '프로축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대표이사는 "공장 부지는 공동소유가 맞고 임대를 해주었다"고 했다.

박 대표이사가 임대해 주었다고 한 곳은 한 산악회를 말한다. 이 산악회는 홍준표 지사의 외곽지원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서명부 허위작성 혐의로 고발된 여성 5명 중에는 이 산악회 회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산악회 간부는 경남교육감주민소환추진본부 공동대표로 있다.

박종옥 경남교육감주민소환추진본부 공동대표는 언론을 통해 이번 허위서명 사건에 대해 "주민소환 자체가 생소해 발생한 시행착오다"며 "지역에서 과잉 충성을 하려는 사람들의 일탈행위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는 "2만4000여명의 주소록을 가지고 허위서명을 조작한 것이 시행착오인가?", "주소록의 출처는 어디인가?", "과잉충성한 사람이 누구이고 왜 과잉충성할 수밖에 없었는가?"라고 따졌다.

이외에도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 활동과 관련해 갖가지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영일 남해군수 부인이 어린이집을 다니며 서명을 받기도 했고, 은행 창구에 수임인도 없는 가운데 서명용지가 놓여 있기도 했다.

또 수임인이 될 수 없는 마을 이장이 서명을 받거나 안내방송을 한 사례가 있었고, 공무원이 서명을 받거나 지원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산청에서는 수임인이 아닌 한 노인이 77명의 서명을 받아 선관위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경남선관위는 "홍준표지사 주민소환 서명과 관련한 고발이나 경고 등 처분은 한 건도 없고, 지금까지 박종훈교육감 주민소환 서명과 관련해 고발 1건, 경고 2건, 준수촉구 2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남해군수 부인의 서명 등에 대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교육청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은 무효"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부'를 허위작성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4일 오후 경남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서명의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고, 불법행위자를 엄벌에 처하라"고 촉구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부'를 허위작성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4일 오후 경남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서명의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고, 불법행위자를 엄벌에 처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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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은 서명부 허위서명 사건이 터진 뒤인 지난 3일 입장문을 통해 "민주주의 시계를 수십 년 전으로 되돌린 전근대적 범죄행위를 접하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교육청은 "이번 사건은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으로부터 홍 지사를 지키겠다는 발상으로 교육감 소환운동을 무리하게 벌이다 발생한 필연적 귀결"이라며 "조직적 서명부 위조 사건으로 교육감 소환운동은 원천무효임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홍준표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 더불어민주당․정의당․노동당․녹색당 경남도당뿐만 아니라, 진주, 김해, 양산, 사천지역 학부모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연일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 무효'와 함께 철저한 수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홍준표 지사 과거 발언 보니...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이 18일 오후 경남도의회 의장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회동한 뒤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이 18일 오후 경남도의회 의장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회동한 뒤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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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이 홍 지사 주민소환 추진을 구체화할 때, 홍준표 지사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7월 1일 기자간담회 때 홍 지사는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주민소환을 양자(홍준표 지사와 박종훈 교육감)가 하게 되면 재미가 있을 거야. 양자가 하게 되면 현실화 되겠죠. 내년(2016년) 총선 앞두고 둘 다 주민소환대에 한번 서보지 뭐. 누가 쫓겨나는지... 양자가 같이 주민소환에 서명을 받아보자고. 누가, 어느 그룹이 24만(유권자 10%)을 채우는지. 아마 날 지지하는 그룹에서 주민소환을 본격적으로 할 거예요."

주민소환 투표 비용과 관련한 질문에서 홍 지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우리만 120만 원 내놓고 투표해봤자 투표율도 안 오르고 같이 하면 투표율이 40% 될 거다. 그렇게 안 되겠나? 그러니까 날 지지하는 그룹에서는 같이 해서 승부를 보게 될 거다. 무슨 주민소환을 좌파들 전유물인 줄 아나? 그거 아니다. 우리를 지지하는 그룹에서도 주민소환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거다. 언론에는 그쪽만 나왔는데, 우리도 본격적으로 할 거다."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 절차가 진행되면 그 반발로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에 나설 것이라고 한 발언이다.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출범한 '박종훈교육감주민소환추진본부'에는 홍 지사 지지자들이 참여했다. 진주와 합천, 하동지역에서는 '경남지사 지키기 범도민운동본부'를 결성해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동의서' 내지 '공청회 요청서' 용지가 나돌기도 했다.

경남지사지키기 하동본부는 지난해 12월 9일 하동군청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박종훈 교육감 측의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야권이 총 연대하여 홍준표 지사를 퇴진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데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며 "야권세력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범도민적인 힘을 모아 경남지사를 지키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영국 경남도의원(정의당)은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이 청구요건을 갖추지 못해서 급한 마음에 조직적으로 탈법행위가 저질러진 것으로 보인다"며 "홍준표 지사는 그동안 박 교육감의 주민소환을 선동하는 발언을 해왔는데, 이번 기회에 그 같은 발언이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태그:#홍준표 지사, #주민소환, #박종훈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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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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