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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따복공동체 지원센터'가 추천한, 마을에서 꿈을 펼치는 청년들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김지혜 한국천일염 남양주 협동조합 이사장
 김지혜 한국천일염 남양주 협동조합 이사장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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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청년이 없다는데, 그럼 청년들은 죄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렇다. 마을에는 청년이 없다. 청년뿐만 아니라 중년도 없고 장년도 없다. 마을이 없으니 마을에 청년이나 중년이 없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사는 곳은 어디일까? 말장난 같지만, 그것도 '마을'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의미의 마을은 아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마을은 공동체를 말한다. 마을과 같은 말이 동네인데, 동(洞)의 뜻에서 유래한 마을에는 '같은 우물을 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마을이 곧 공동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마을로 간 청년은 바로 공동체라는 의미의 마을로 간 이들을 말한다.

김지혜 '한국 천일염 남양주 협동조합(아래 천일염협동조합)' 이사장은 올해 26살 청춘이다. 약 6개월 전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인 남양주로 내려와 '마을 만들기'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가 마을에서 하는 일은 협동조합교육과 천일염협동조합 운영이다. 그는 천일염협동조합을 운영하며 협동조합 청소년 지도자 양성 등의 활동을 하는 '협동조합 교육네트워크(아래 협교네)'라는 단체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2월 30일 오전 김지혜 이사장을 천일염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나 '마을'과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지혜 이사장을 마을로 이끈 김정원(49세) 남양주시 협동조합 연합회 운영이사와 전민석(35세) 남양주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도 이날 함께 만났다.

"고등학교 시절 농촌 체험하면서 협동의 중요성 알게 돼"

왼쪽부터- 김정원 남양주시 협동조합 연합회 기획운영 이사, 김지혜 한국 천일염 남양주 협동조합 이사장, 전민석 남양주시 사회적 경제 지원 센터장
 왼쪽부터- 김정원 남양주시 협동조합 연합회 기획운영 이사, 김지혜 한국 천일염 남양주 협동조합 이사장, 전민석 남양주시 사회적 경제 지원 센터장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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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래전 몸에 밴 것 같은 수줍은 표정과 속삭이는 듯한 조용한 말투. 김 이사장의 첫인상은 상상했던 것과 거리가 멀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사업가에게도 벅차다는 협동조합을 운영한다기에 무척 당차고 똑 부러진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상상했던 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듣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의 말은 너무 느렸다. 살짝 지치려 할 때쯤 김정원 운영이사가 "기자님이 너무 딱딱하게 질문해서 답변하기 힘든 거 같아요. 청년들하고 대화하려면 부드러워야 해요"라고 충고했다. 가끔 취재가 아닌 취조를 하는 것 같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한테 듣던 터라 말투부터 부드럽게 바꿨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그의 입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가 술술 터져 나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는데 솔직히 별로 행복하지 않았어요. 다이어트 회사에서 영양 상담을 했는데 건강에 유익한 상담이라기보다는 회사 이익을 위한 상담에 더 가까웠어요. 제 뜻과 맞지 않는 일이었어요. 또 집과 회사가 너무 멀다는 것도 힘들었고요. 왕복 4시간이었으니 새벽에 출근해서 밤 10시는 돼야 돌아올 수 있었지요. 직장 그만두고 대학 선배(전민석 센터장)를 찾아가 마을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이분(김정원 운영이사)을 소개해 줬어요."

김지혜 이사장이 직장을 그만두고 마을에 온 이유다. 그가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에는 대학 시절 봉사 활동을 위해 방문했던 사회적 기업과 고등학교 때 만난 평택 농민들이 있다.

"대학 때 장애인을 고용해서 옷 만드는 회사에 봉사 활동을 하러 간 적이 있는데 그 회사가 당시에는 이름도 생소한 사회적 기업이었어요. 그곳에서 사회적 기업이란 게 참 유익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됐죠. 이분(김정원 운영이사)한테 협동조합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회적 기업이 협동조합과 많이 닮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협동조합에 호감을 느끼게 됐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에서 협동조합을 해보기로 결심하게 된 거죠.

고등학교 때 농민들을 만난 것도 참 인상적인 기억인데, 그 기억도 제가 마을에 뿌리박을 결심을 하게 된 이유예요. 평택 농민회라는 단체에 계신 분들이었어요. 서로 돕고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서로 도와야 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과 농민회는 많이 닮았어요. 그분들과 이야기하면서 협동의 중요성도 알게 됐고요."

"마을이 청년들에게 블루오션이 될 수도"

협동조합 교육 네트워크, 성인들에게 협동조합에 관한 교육을 하는 모습
 협동조합 교육 네트워크, 성인들에게 협동조합에 관한 교육을 하는 모습
ⓒ 협동조합 교육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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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교네 일원으로서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청소년들에게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그는 이 일을 무척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그는 "우리 프로그램 진행 할 때는 자는 애들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흥미로워해서 덩달아 저도 즐겁다"라고 들뜬 어조로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아이들이 스스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사업도 아이들이 직접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이 '모의 협동조합'을 직접 만들어보는 식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협동조합 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협교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응8(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그런 시끌벅적하고 따뜻한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26살 김지혜 이사장의 소박한 꿈이다. 이 말에 이어 그는 "이력서 쓰고 면접 보는 노력 절반만 기울이면 마을에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많은 청년들이 마을에 내려와 '응답하라 1988'같은 마을을 만들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김정원 운영이사와 전민석 센터장도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를 협동조합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장담했다. 또한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가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공동체(마을)가 청년들에게 일자리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장담했다.

"천일염 협동조합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올해 목표만 5명 채용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마을이 청년들에게 블루오션인 셈이죠. 대기업만 바라보지 말고 청년들 패기로 마을에 와서 협동조합에 도전한다면 길이 분명히 열릴 것이라 자신합니다."

-김정원 남양주시 협동조합 연합회 운영이사-

"우리가 사회적 경제를 시작한 지 이제 채 10년이 되지 않았어요. 지금 시작하면 10년 후에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죠. 이런 점에서 봐도 마을은 역시 청년들에게 블루오션입니다."

-전민석 남양주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장-


태그:#청년,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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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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