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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의 창업코너에는 다양한 책이 전시되어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책이 도움이 될까? 인터넷 포털에서 '창업'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대부분이 광고다. 뉴스도 예외는 아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올바른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창업을 준비하는 첫 단추가 검색이라면 잘못된 출발이다. 검색을 기다리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그물에 걸리기 십상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창업 마케팅 코너에서
 교보문고 광화문점 창업 마케팅 코너에서
ⓒ 황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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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보다 중요한 것은 성공적인 안착이다."

<독한 창업>의 저자 허건 소장이 새로운 책을 출간했다. 관심 있게 읽은 책이었기 때문에 두 번째 책도 읽었다.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은 자영업 트렌드에 대한 다양한 키워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내 가게를 열심히 운영해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고, 생존을 걱정하는 미래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외부의 동향과 사회의 변화에도 관심을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처럼, 예비창업자와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은 사고의 방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 표지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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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창업시장의 문제를 저자의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경제 규모에 비해 업체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더욱이 절대 다수의 예비 사업자가 비자발적으로 자영업을 선택하게 됐다. 적정 수를 훨씬 초과하는 규모로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몰리는 상황이니 모두가 죽겠다는 말이 나온다. 열심히 일하면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이게 되지 않고 있다"라고 할 수 있다.

OECD의 '한 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201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업체 수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가 많은 게 문제라기 보다는 비자발적인 창업과 준비 안 된 창업이 많기 때문이다.

퇴직을 한 사람이 이직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치킨집이나 할까?'가 회자된 적이 있다. 수능 등급에 따라 누구는 치킨을 시키고, 튀기고, 배달한다는 가슴 아픈 글도 있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경력으로 먹고 살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식당 창업으로 몰리는 게 문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할까?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 목차 중에서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 목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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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제 자영업에서 성실성이 성공을 보장하던 시대는 끝났다.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수익과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고 이는 트렌드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영업에서 트렌드는 어떠한 의미를 갖는 걸까?"라고 주장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자금은 부족하지만 근면성실하면 망하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 동네만 봐도 녹록치 않다. 1년 365일 문을 열고 하루도 쉬지 않고, 손님을 기다리는 식당이 수두룩 하다. 24시간을 근면 성실하게 운영하는 편의점은 눈에 보이는 곳만 10곳이 넘는다. 골목상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편의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모두가 다 열심히 사는 현실에서 저자는 트렌드에 주목하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자영업에서 트렌드를 찾을 수 있을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자영업에서 트렌드를 찾는 출발점은 '많이 보고 듣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영감이나 통찰을 얻는 것이다."

많이 보고 듣는 게 귀가 얇아지라는 게 아니다. '많이 보고 들은 정보를 활용하자'는 주장은 남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라는 게 아니다. 우리 가게 건너편에 새로 오픈한 경쟁점포의 매출이 궁금해서 지인을 손님으로 보낸다든지, 어슬렁거리라는 뜻도 아니다.

중심을 놓치지 않는 본인만의 경영철학을 세우기 위해, 신문과 뉴스를 가까이 하고, 책을 읽으면서 업계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공부하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자영업자가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대한민국 장여업 트렌드 2016 중에서 자영업 사장님이 O2O가 뭔지를 알아야 하는 이유
 대한민국 장여업 트렌드 2016 중에서 자영업 사장님이 O2O가 뭔지를 알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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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시대에는 내 가게 옆에 오픈한 매장과 경쟁을 했지만,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대는 대기업과 외국의 거대자본과도 싸움을 해야한다. 저자는 이렇게 증명한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전통시장의 매출이 반 토막 나는 동안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3배 정도 성장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새로운 소매업태가 나타나면서 고객들의 소비 장소가 바뀐 것이다. 소매업 트렌드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관계처럼 온라인 커머스가 증가하면서 소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다.

예컨대, 아파트 상가 옆에 어떤 과일 가게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예전에는 과일 가게에 손님이 갑자기 줄어들면 과일가게 사장님은 '손님들이 새로 생긴 대형마트로 갔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손님들이 온라인 상점으로 간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 말이 맞다. 창업을 하고 가게를 운영하는 목적은 신규고객을 창출하고,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활동이다. 고객은 알아서 찾아오지 않는다. 자영업도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게 고객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카카오톡 사업용 아이디인 '옐로아이디'를 통해 단체 메시지를 보내고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고객관리를 할 수 있는 '도도포인트'를 이용하면 간편하게 고객의 정보를 얻고 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옐로아이디'와 '도도포인트'만 잘 활용해도 소상공인의 고객관리에 도움이 된다. 다만, 운영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감나무가 있어도 감은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 옐로아이디, 도도포인트 그리고 O2O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자영업자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boiling frog)' 인지도 모른다.

'끓는 물 속 개구리'는 무능 또는 무지 때문에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차가운 물에서 물이 펄펄 끓을 때까지 위험을 느끼지 못하다가 결국 죽게 된다는 얘기다. 무섭지 않은가? 창업시장에 들어오면 뛰어 오를지, 사라지게 될지의 싸움을 시작하게 되는거다.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 중에서 카카오톡 옐로아이디에 대한 이미지 설명자료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 중에서 카카오톡 옐로아이디에 대한 이미지 설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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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 중에서 도도포인트에 대한 이미지 설명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 중에서 도도포인트에 대한 이미지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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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오투오'라고 읽는다. Online to Offline, Offline to Online)는 자영업자의 매장 운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책에서 예로 든 세탁소 앱도 O2O의 큰 흐름 중 하나이다. 매일 아침마다 "세탁" 이라고 외치며, 아파트 복도를 뛰어 다니며 세탁물을 수거하던 사람의 일거리가 어느 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아야 하는거다. 

"세탁소도 스마트폰과 상관없는 영역이 아니다. 세탁물 수거, 배달 앱 중에는 크린바스켓이 있다. 크린바스켓은 옷 세탁 분야에서 전국의 대형 세탁소와 고객을 연결하는 대표적 O2O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걸 누가 쓰겠어"라며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어어' 하는 사이에 음식 배달앱은 배달시장의 일정 부분을 파고들었다.

미국의 대표 세탁 배달 서비스인 워시오Washio는 1년 만에 약 8배에 달하는 성장을 했다. 세탁 뿐만 아니라  집 청소, 장보고, 가전제품 설치, 가구 수리 등 고객이 요구하는 생활 서비스들을 방문해서 해결해준다. 고객의 요구만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해결해준다고 해서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로 부르기도 한다."

온디맨드(on demand)는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가 모든 구매를 결정한다는 IT 용어였다. 이제는 산업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여지고 있다. 외식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동네밥집에 자주 오던 손님이 안 오기 시작하면 주인은 장사가 안 된다며 새로운 메뉴를 늘릴지도 모른다.

손님이 안 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손님이 안 오는 이유는 맛이 없거나, 메뉴가 적어서가 아니라 편의점에서 밥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명 연예인과 셰프도 자신의 얼굴을 내세워서 도시락을 팔기 시작했다. 조리기술을 배우고 대출까지 받으면서, 없는 돈으로 어렵게 식당을 열었더니 유명한 사람들과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 중에서 중식시장에 대한 이미지 설명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 중에서 중식시장에 대한 이미지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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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작가는 중식 시장을 주목하라고 한다. 중식 시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짜장면이나 짬뽕이 아니다.

"최근에 일본에서 중식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중식(中食)은 중국 음식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밖에서 먹는 외식(外食)시장과 집밥을 의미하는 내식(內食)시장 사이에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외식과 집밥 사이에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란 뜻이다. 슈퍼마켓 등에서 식재료를 구입해서 가정내에서 조리를 해서 먹는 것은 내식이고, 레스토랑이나 식당 등으로 나가서 먹는 것은 외식이다. 중식은 내식과 외식의 중간에 위치한 식사 스타일이다. 다시 말해서 중식은 시장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반찬과 도시락을 구입하여 가정과 학교, 직장 등에서 간단한 조리나 가열을 한 후에, 아니면 가져온 그대로 먹는 식사 스타일 혹은 그런 식품류를 뜻한다."

저자는 중식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국내 중식 시장은 저성장 시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도시락은 전문점 보다는 편의점 도시락 형태로, 가정간편식은 대형마트와 식품 제조업체 등의 대기업이 주도하면서, 중식 시장이 커지게 된다고 한다.

일산 이마트타운의 피코코키친 사례도 가까운 중식 시장의 미래가 될 수 있다. 도시락이나 반찬이 중식시장의 유망 아이템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이나 중소업체가 뛰어 들어서 쉽게 안착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창업은 준비와 공부가 필요하다.

책에서 좋은 사례로 소개해도 참고만 하는게 좋다. 나한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저자는 말미에서 프리미엄 김밥과 돼지고기 프랜차이즈 업체의 성공 사례를 소개 했지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장사 잘 되는 브랜드를 선택하기 보다는 '매출 보다는, 내가 가져가는 진짜 이익은 얼마인지?'와 '적성에 맞는지?'를 꼼꼼하게 생각해야 한다.

월 매출이 1억 원이 넘어도 재료비와 인건비로 모두 지출되는 경우도 있고, 월 매출이 1천만 원이어도 1인~2인 운영으로 알뜰하게 운영해서 직장인 월급만큼은 가져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창업은 겉치레와 자랑이 아니다. 화려한 과거는 잊어 버리고, 가족에 대한 책임과 밥벌이의 고민을 갖게 될 때 현실이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2016년 대한민국 자영업 시장의 갈증을 모두 풀어주지는 못 했다. 다만, 근면성실로 버티며 성장을 모색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한다. 생존하기 위해사회적 흐름과 고객의 변화, 트렌드를 관찰하고 이를 내 가게에 적용시켜야 할 때다. 내부적으로 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외부에 대한 시야를 계속 넓혀가야 한다. 그래야 사는 시대다.

우리 동네의 사람은 내 가게에 돈을 쓸까? 아니면 다른 곳에 가서 더 많은 돈을 쓸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고객이 돈을 '어디서,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문제의 답을 찾게 된다.

우리동네도 아니고 내 가게도 아닌 제3의 길, 2016년에는 고객을 찾기 위한 절대 반지의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절대 반지를 찾게 될 또 하나의 지침서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은 성장이 아닌 생존의 시대를 맞이한 자영업자 모두에게 권하는 책이다.

[허건 작가소개]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경영컨설턴트로 일하며 삼성그룹 계열사, 외국계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을 수행했다. 대한민국 자영업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행복한 가게연구소'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황춘원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jejecafe.blog.me/)에도 함께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자영업 트렌드 2016

허건 지음, 미래의창(2015)


태그:#창업, #자영업,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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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강원도 속초로 이사 온 가족의 따뜻한 일상으로 위로와 희망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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