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였던 안철수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이후 그의 행보를 놓고 누리꾼들의 논란이 거셉니다. 이 글은 조기숙 시민기자의 주장글에 이어 한청훤 시민기자의 주장을 담은 글입니다. 다른 독자의 글도 기다리겠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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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탈당 선언 "지금 야당엔 답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탈당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며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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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권이 생기고 나서부터 오로지 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이었던 정당만 찍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한국사회에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는 한 새정치연합의 후속 정당들만 찍을 전형적인 골수 야권 지지자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하며 또한 인간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20대 시절에는 열성적으로 안티조선 운동 참여했었습니다. 노사모에도 초기에 어느 정도 발을 담갔었던 시절을 보낸 사람입니다.

이렇게 옛날 일을 꺼낸 건 하찮은 과거 무용담을 자랑하자는 게 아닙니다. 최근 핫이슈였던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에 온갖 비아냥과 조소 그리고 환호를 보내시는 야권 내 문재인 대표와 주류 지지자들(저는 친노나 비노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거라 판단해서 주류와 비주류라고 호칭하겠습니다)이 제가 하는 조금이라도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해서입니다.

물론 저 또한 안 전 대표의 탈당 행위에 지극히 부정적입니다. 탈당으로 안 전 대표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났다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문 대표 취임 이후 대표 끊임없이 대표 흔들기에 나섰던 비주류측 의원들에게도 비판적입니다. 근래 10여 년 동안 야당의 주요한 문제점이 바로 취약한 지도력이었던 만큼, 문 대표에 대한 당내외 흔들기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안 전 대표의 몽니와 부당한 비주류의 대표 흔들기에 문 대표 지지자들께서 단지 극렬한 증오의 감정과 적대와 비아냥으로만 반응하는 것에 상당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더럽고 치사해도 안 전 대표와 비주류를 어떻게든 잘 달래서 힘을 합쳐야만 그나마 새누리당에 해볼만 하다는 정치적인 기초 상식 때문만은 결코 아닙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역지사지 정신을 발휘해서 안 전 대표와 야권 내 비주류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과 어떤 감정, 어떤 동기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지 고민해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지 저들이 그저 대의는 내팽개치고 사악한 권력욕과 노욕에 사로잡혀 선의의 피해만 당해온 불쌍한 문 대표를 박해하고 일부러 분탕질 치는 것이라 손쉽게 간주해 버린다면, 이는  문 대표와 야당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당헌에 보장된 임기 채우지 못하고 힘없이 대표 물러난 안철수

한번 과거로 돌아가서 하나 하나 있었던 일들을 복기해 봐야 합니다. '안철수 신당 세력'과 민주당의 전격적인 합당의 결과로 김한길-안철수가 공동대표로 취임했던 게 지난해 3월입니다. 그리고 지방선거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7.30 재보선 패배로 물러났던 게 불과 5개월도 안 지난 7월31일이었습니다. 안 전 대표는 어떠한 당의 공식적 절차 없이 당헌에 보장된 대표 임기(필자주 : 당헌상 대표 임기는 다음 전당대회 개최까지)도 채우지 못하고 힘없이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가 취임한 게 올해 2월이었으며 4월과 10월 재보선에 완패했음에도 안 전 대표와 달리 현재까지도 당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재보선 한번 패배로 자신이 주장한 새정치를 펼칠 기회도 없이 대표직에 물러났던 자신의 처지와 두 번의 재보선 패배에도 건재했던 문 대표를 비교해 보며 상당한 억울함과 불공평함을 느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안철수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당대표직이라는 것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처럼 임기를 철저히 보장해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물러나거나 바뀔 수 있는 자리라고 간주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모 아니면 도'식으로 정당한 절차 없이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를 다시 선출하자고 주장하며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하는 행위가 결코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전체 맥락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전당대회와 당대표 재선출 주장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의 신성한 원리와 원칙을 어기는 폭거나 당을 파괴하는 해당행위라고까지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한때 당대표였으며 지난 대선의 야권 유력주자였던 사람에게 새누리당을 향한 것만큼이나 온갖 야유와 조롱, 인신공격을 퍼붓는 것이 야권의 발전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는 행동인지 생각해 본다면 더더욱 아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 전 대표와 비주류의 무리한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는 것도 저는 충분히 선택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권력욕과 몽니를 부린다고 비아냥과 조롱을 할 게 아니라 최소한 역지사지를 발휘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비주류측의 대표 흔들기 공격을 무력화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같이 이렇게 결말이 난다면 안 전 대표나 비주류 측에서는 지속적으로 친노패권이니 주류의 이중잣대라느니 이러한 공격을 계속 할 것입니다.

'당대표 흔들기는 안된다' 절대 원칙으로 남아야

사태가 이왕 이렇게 된 상황에서 문 대표 체제 중심으로 뭉쳐서 총선에 임하는 게 야권과 야당 지지자 입장에서 최선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러한 사태에서 조금의 교훈을 찾아서 앞으로 야당이 지속적으로 분열과 반목과 지도력 위기와 막장드라마 연출 같은 동일한 비극적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대표 흔들기는 안된다는 원칙이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리를 잡고 설사 어느 당파나 계파가 당권을 잡든 야권 내 모든 사람이 준수해야 하는 절대 원칙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계파 선호에 따라 어떨 때는 당대표 바꾸는 건 별거 아니라고 치부하고 어떨 때는 당대표의 자리는 반드시 보위해야 한다고 간주한다면 아마도 안 전 대표 탈당 같은 비극은 야권 내에서 계속 발생할 것입니다. 그 최종 결말은 아마도 야당의 멸망과 새누리당의 장기 집권일 것입니다.

부디 오늘의 사태를 잘 기억해 두고 향후에는 설사 총선 이후 문 대표가 물러나서 다른 계파에서 당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대표로서 존중해 주었으면 하는 게 한 사람의 야권 지지자로서 부탁드리는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