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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2014년 작
▲ 퇴진 이하 2014년 작
ⓒ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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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마을에 해마다 수확이 끝나면 산적들이 식량을 빼앗아 간다. 애원도 하고, 사정도 하지만 소용없다. 참다못한 마을 사람들은 산적과 맞서기로 한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대표작 <7인의 사무라이>다. 같은 듯 다른 제목의 전시회가 화제다. 칼이 아닌 '풍자 정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누고 나섰다. 기자도 참여 작가 중 하나다.

그런데 사무라이가 아니라 '사무또라이'다. '사무'(思無)란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거고, 라이(Lie)는 한국어로 '거짓말'이다. 아무 생각 없는 또라이들의 거짓말이란 뜻이다. 말을 못 하게 하고, 말을 할 수 없는 세상을 비트는 탄식을 담았다. 이 전시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가폭력에 대항하며, 정면대결을 벌이는 동시에 예술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 경고를 발랄하게 품고 있다.

16일 5시. 오픈에 맞추어 가수, 작가들이 나와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날 퍼포먼스는 가수 윤광호 외 7명의 작가들이 세월호 참사, 국정교과서 등 박근혜 (가)짜(대)통령과 현 정권의 실정과 폭력을 주제로 40분간 이어질 예정이다.

"정치를 마음껏 가지고 놀아야... 그것이 독재시대 예술의 역할"

웹포스터
▲ 7인의 사무또라이전 웹포스터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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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안을 한 배인석 작가는 "국정에 발맞춰 문화융성을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명감을 불태운다, 7명의 작가가 7일 동안 대통령의 미스터리 7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말까? 짜고 치는 고스톱은 재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광화문 거리에서 세월호의 아픔을 퍼포먼스로 표현하다가, 경범죄로 벌금형을 치르면서 '광화문 청순녀'로 알려진 홍승희 작가는 (관련 기사: "심리 치료가 필요한 여왕님은 왕궁으로") "정치가 개판이라고 미술까지 개판일 수는 없다"면서 "친구가 울고 있는데 혼자 웃을 수 없다/ 이웃이 넘어졌는데 나 혼자 갈 수 없다/ 지금 울고 있는 사람들을 두고서/ 꽃나비 그림만 그릴 수 없다/ 추운 고공에서 밤을 지새고/ 연탄 하나로 겨울을 버틸 누군가/ 지하철 바닥에 잠든 이웃을 두고/ 나 혼자 따뜻한 작업실에서 그림 그릴 수 없다/ 예술은 세상이라는 캔버스에 그리는/ 삶의 궤적과 균열이다"라고 말했다.

이하 작가는 "정치가 세상을 가지려고 한다면 그 정치는 제 역할을 못한다, 정치가 권력을 이용해 예술을 가지려고 한다면, 예술은 정치를 예술의 세계에 가지고 와서 마음껏 가지고 놀아야 한다, 그것이 독재시대의 예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생각만 하는 사람, 생각하는 바다, 생각하는 테러. 박건. 2015년 작
▲ 생각 3종 세트 왼쪽부터 생각만 하는 사람, 생각하는 바다, 생각하는 테러. 박건. 2015년 작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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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른 작가는 "백남기 농부님의 쾌유를 빌며 부당(부정!)한 국가권력을 향해, 작고 보잘것없을지라도 내가 지닌 저항의 무기인 붓을 들어 본다"며 "단 한 번도 민중이 직접 나서지 않고 이룰 수 있었던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인철 작가는 "푸시킨 행님께서 사회가 나를 속이드래도 지랄발광 하지 말라 했는데... 어쩔 수 없심니다"라며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는 각오를 익살맞게 전했다.

박불똥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달이 해를 가리는 야만의 시대 상황을 직시하며 젊은 미술가와 '젊잖은' 미술가 여럿이 어울려 2015년 연말 망년회 겸 살풀이 난장판 '7인의 사무또라이'전을 마련했다, 각자 나름 멋지게 실천하고 있는 현장미술 내지 행동주의미술을 구태의연한 '갤러리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자니 당연히 자괴감이 없지 않다, But,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그저 무람없이 서로 격려로 연대와 흥취를 기꺼이 더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박불똥 작 2012 
(박건 아트포스터 컬렉션)
▲ ROAD 1 박불똥 작 2012 (박건 아트포스터 컬렉션)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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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세상이 지랄 같으니 세월호가 침몰할 수도 있다고 본다. 대법원 판결도 침몰 책임을 선장 일당에게 내렸다. 그런데 구조를 하지 않아 일으킨 참사는 대통령 일당이 져야 한다. 세월호 안팎에서 얼마나 애타도록 구조를 기다렸는가. 구조는 없었다. 쥐어짜낸 눈물 몇 방울, 입에 발린 사과로 해결될 수 있겠는가. 국정원 선거개입으로 강탈한 가짜 대통령 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세월오월'의 작가 홍성담과 앗싸라비아 창작단의 미공개 신작, 아트포스터로 공개

앗싸라비아 작 Winter is coming_2015
▲ 아트포스터박건컬렉션 앗싸라비아 작 Winter is coming_2015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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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또한 본 전시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의식있는 작가들의 소중한 작품들을 아트포스터로 만들어 '아트포스터 박건컬렉션'이라는 콘셉트로 전시하기로 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애호가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삶과 작가 정신이 살아 있는 동시대 대표작을 A3 크기로 출력하고,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 친필 서명을 받아 완성했다.

아트포스터컬렉션은 청와대 침몰, 세월호 송환 이미지를 웹자보에 올려 많은 누리꾼들에게 폭발적인 공감을 준 앗싸라비아의 신작을 공개한다. 또한 최근 "표현의 자유는 질서 유지 위해 제한 가능"하다는 판결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관련 기사 :  "왜 대통령 그려진 전단지만 기소합니까?") 이하 작가의 작품 '퇴진' 등 4종도, 거리의 벽과 허공으로 날리는 것을 멈추고 미술관으로 잠시 돌아와 걸린다.

정치미술의 대표작가 박불똥 작가의 '로드1'과 '음란물'로 판정 당하고 작품 수십 점을 소각 당한 최경태 작가의 (관련 기사 : 화가 최경태 "난 포르노가 좋고 중독되어 있다") 또 다른 작품도 아트포스터로 볼 수 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가폭력에 맞서 혼신을 다해 표현하고 있는 홍성담 작가의 아트포스터는 밍기적 거리는 미술 표현 방식에 통쾌함을 주고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행동하는 파견미술가 이윤엽, 페미니즘 작가 정정엽을 비롯해 박미화, 박문종, 윤주동, 고제민 등 한국 동시대를 대표하는 중진 작가 12인의 대표작품 40여 종이 걸린다. 미술가 7인이 펼치는 연말 특별한 미술 쇼! 혼란한 시국에 명쾌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침체된 미술계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홍성담 작 리파두교사도행적-1_162x400_캔버스에아크릴릭_2015
(박건아트포스터컬렉션)
▲ 리파두교사도행적-1 홍성담 작 리파두교사도행적-1_162x400_캔버스에아크릴릭_2015 (박건아트포스터컬렉션)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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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포스터박건컬렉션 앗싸라비아창작단 2014년 작
▲ 청와대 침몰 아트포스터박건컬렉션 앗싸라비아창작단 2014년 작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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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 작. 헤헤해 탈랄라 2015
▲ 7인의 사무또라이 포스터 박건 작. 헤헤해 탈랄라 2015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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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박정훈 기자

덧붙이는 글 | 전시기간: 2015.12.16~22
참여작가 박건. 박불똥. 배인석. 이인철. 이하. 흐른. 홍승희
퍼포먼스: 16일 pm5 부터 40분간 시연
1. 윤광호: 기다리래 외 2곡
2. 박건, 홍승희: 4분16초
3. 김사빈: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 크고 아름다운 W.C_call sign zero',
4. 송아영: 남조선 력사교과서 국정화를 축하드립네다
5. 남조선인민평크 마C는 '바꾸네 바꾸네 바꾸네' 라는 제목으로 40분간 진행된다.
갤러리명: 가나인사아트센터4층. am10:00-pm07:00.무료
주소: 서울특별시종로구관훈동188번지. 전화 02-736-1020
http://blog.naver.com/kkarak2004/220562909477
담당: 배인석 010-4552-9830 kkarak2004@naver.com



태그:#사무또라이, #7인의사무또라이, #또라이, #사무라이, #7인의사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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