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수능 성적이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났다. 어제(12월 2일) 받은 수능 성적표 때문에 아이들의 표정이 다소 침통해 보일까 걱정을 했는데 인사를 하며 지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밝아 보여 다행이었다. 학급마다 차이는 있었으나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는지 지각이나 결석하는 아이들도 거의 없었다.
아이들의 수능 후유증을 고려하여 고3, 수능 이후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계획된 특강을 취소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침체된 분위기에서 특강을 강행한다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어렵게 섭외했고 강사 또한 다른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 이 특강을 취소하는 것 자체가 강사에게 도리가 아닌 듯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의 양해를 구하고 특강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사실 이번 특강은 고3 청소년들이 들으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며 강사를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동료 교사가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이다. 이 지역 출신인 강사를 초빙하는 데 다소 어려움은 있었으나 강사는 고장의 후배들을 위한 일이라며 다른 모든 일정을 마다하고 본교 고3 학생들을 위한 특강을 쾌히 승낙해 주었다.
오전 10시. 교무실에서 간단히 티타임을 가진 뒤 강사와 함께 강의 장소인 소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강당으로 가는 내내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무엇보다 침체된 분위기와 강의를 들으러 온 학생 수 그리고 그 상황을 보고 당황하는 강사의 모습이 순간 떠올려졌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소강당 문을 열자,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어제의 일을 모두 잊은 듯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자리에 앉아 있지 않은가. 이 특강을 취소시키지 않은 것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국회사무처 국회 법제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강사를 학생들에게 소개했다. 강사는 강의에 앞서, 그간 대학 합격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 온 아이들의 노고를 격려해 주었고 수능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하는 아이들을 위해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학창시절 본인의 실패담을 이야기하며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이곳 출신인 강사는 고향 후배를 만난다는 설렘으로 밤잠을 설쳤다며 먼저 자신이 국회에서 하는 일을 동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순간, 아이들은 동영상에 비친 강사의 모습에 놀란 듯 환호하였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킨 뒤, 강사는 '미래 인재와 미래의 나'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강사는 아이들의 집중력을 모으기 위해 강의 도중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질문에 답하는 아이들에게 준비해 온 큰 상품을 주기도 하였다. 그러자 소강당 분위기가 갑자기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강사의 강의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며 상품을 받을 기회를 엿보았다.
특히 강사는 G2 시대를 움직이는 유대인들의 창조 정신과 화교 상인들의 끈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역설했다. 그리고 이곳 출신으로 성공한 저명 인의 사진을 보여주며 강원도의 힘과 이곳 출신 인재들의 숨은 저력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강사는 중국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알게 된 중국에 대한 편견과 새로운 인식을 말하면서 학생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중국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우쳐 주었다. 글로벌 대한민국은 더는 기존에 대우받던 스펙 중심의 커리어로 인정받는 사회가 아니므로 사회 첫 발을 내딛는 청소년은 자신만의 도전정신, 성실성, 집중력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사는 힘주어 말했다.
강의가 끝나자 아이들은 강사에게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강사는 답례로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멘토(Mentor)가 되어주겠다며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두었다. 아이들은 특강의 감동을 강사와의 기념사진 한 컷으로 대신했다.
수능 성적표를 받고 난 뒤 진행된 고교 학창시절 마지막 특강이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또한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이번 강의로 많이 알게 되었다며 특강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아무튼 지금까지 대학입시라는 굴레에 갇혀 그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이번 특강으로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데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반드시 대학을 나와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편견을 조금이나마 떨쳐 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