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올해로 22번째 맞은 1500만 원 고료 '2015 진주가을문예' 당선자가 가려졌다.

1일 남성문화재단(이사장 김장하)과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위원장 박노정)는 올해 시(상금 500만 원) 김미나(경기 구리, "달과 목련과 거미의 가계") 시인, 소설(상금 1000만 원) 박시안(인천, "얼후(二胡)를 듣다") 작가가 당선자로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30일 마감한 결과 시는 202명, 소설은 129명이 응모했다. 심사는 시부문 천양희(본심), 유홍준·김륭(예심) 시인, 소설부문 은희경(본심), 정인·구병모(예심) 작가가 했다.

2015년도 진주가을문예 심사 결과, 시 김미나(왼쪽) 시인과 소설 박시안 작가가 당선자로 가려졌다.
 2015년도 진주가을문예 심사 결과, 시 김미나(왼쪽) 시인과 소설 박시안 작가가 당선자로 가려졌다.
ⓒ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회

관련사진보기


천양희 심사위원은 "예심을 거쳐 열다섯 분의 작품이 올라왔다. 모두 나름대로의 발견과 인식은 있었으나 새로운 것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시 쓰기는 유행도 없고 왕도도 없다. 따라 쓰기도 흉내 내기도 용납하지 않는다.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한번 겨뤄볼만한 일이다. 진주가을문예는 바로 그 길을 가는 등용문"이라 설명했다.

이어 "시인에게 발견이 새로운 가치라면, 신인을 발견하는 일도 새로운 가치라 할 수 있다. 그 가치란 신인답게 참신하고 패기 있으며  앞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는 작품을 뽑는 일이다. 그래서 수많은 시들 중에서 골라야 하는 고충을 뽑는다고 말할 것"이라 덧붙였다.

시당선작에 대해 천 심사위원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면서 섬세하고 연연하다. 말에 정감이 있고 상상력의 발랄명랑함이 있다. 그럼에도 은은한 슬픔을 건네준다. 작위적이지 않고 상투적인 말도 없다"며 "그래선지 그의 시에는 현실 너머를 생각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독자를 느껴져서 알게할 뿐 따라서 납득시키려 하지 않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고 평가했다.

은희경 심사위원은 소설당선작에 대해 "속도감 있는 문체에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언어와 이미지 유희, 중국 악기-중국인 노동자-중국행 항공권을 가진 남자의 겹 구성, 감정의 완급 조절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적 세계를 보여준다"며 "안정적이고 호감이 가는 작품과 거칠지만 매력적인 작품 중에 결국 후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미나 시당선자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받은 전화 한 통, 오해로 빚어진 불편한 시선들이 나를 절벽으로 밀어 푸른 눈을 피우게 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간 감당하기 힘든 시선들이 있었고 그 시선들에 대한 반항심으로 더 열심히 했다"며 "상처가 많은 것들에게선 더 진한 향이 나오는 법이라고 이제 그 시선들에게 말하고 싶다. 오히려 그 시선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시안 소설당선자는 "어린 시절 다락방에 대한 단상이 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뒤죽박죽인 다락방이다. 다락방인 채 뿌연 창 너머의 아름다움을 상상한다. 그 힘으로 쓰겠다"며 "나에게 다락방을 갖게 해 준 아버지. 하지만 이제는 뿌연 창 너머로 떠난 아버지. 내가 꿈꾸는 창 너머가 당신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나의 아버지 사랑한다"고 했다.

진주가을문예는 남성문화재단이 기금을 출연해 1994년부터 매년 가을에 운영해 시상해 오고 있다. 이번 당선자 시상식은 오는 5일 오후 4시 진주교육지원청 강당에서 열린다.

■2015 진주가을문예 시당선작 전문

달과 목련과 거미의 가계 _ 김미나

달 거미 한 마리 지붕을 밟고 목련나무로 걸어와요

거미의 집을 허무는 게 아니에요,
물웅덩이를 만드는 게 아니에요

솜 트는 기계 멈춰있는 집 앞의 목련나무
꽃송이 안으로부터 달이 솜털을 짜기 시작했나봐요
자동차 바퀴에 찍힌 고양이 울음소리도 되살아나요
솜이불을 짜는 소리 할머니의 귓바퀴에 감겨요

나는 벼락처럼 자라난 목력나무의 꽃과
달의 이빨들이 하나의 틀을 이루는 소리를 생각했어요

먹구름을 집어 삼킨 듯 검게 물드는 것들은
솜틀집 앞 배수구에 걸려있나봐요
그늘 쪽에 얼어있는 지난 봄눈 덩어리들이
아지랑이를 피워 올려요 아직 꽃샘추위는 발끝을
야금야금 베어 물고 있었죠

그러니까 목련들도 밤의 이불을 덮고 싶어
나뭇가지 침대에 꼭 맞는 그믐이 올 때까지

할머니의 꽃상여를 짜듯
깊은 어둠을 지우려고 달의 이불을 짜고 있나봐요

봄눈 녹자 귀신도 볼 수 있다는 물웅덩이엔
달과 목련과 거미가 한 가계(家系)에서 태어났다는
소문이 고여 있었어요 이불 한 채에 그려진 목련나무,
노란 나비들이 먼저 날아와서 날개를 풀고 있었어요


태그:#진주가을문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