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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강들은 모두 바다로 흐른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갯벌은 수많은 생명을 품는다. 인간이 만들어낸 오물 때문에 더러워진 강물도 갯벌에서 몸을 씻고 깨끗한 바다로 흘러나간다. 인간의 욕심은 강과 바다를 가로막았다. 강과 바다가 만나지 못하자 갯벌은 사라졌다. 흐르지 못하는 하천은 썩기 마련이다. 4대강 사업을 통해 뒤늦게 배웠다. 강은 흘러야 한다. 끝내 바다로 흘러야 한다.

MB정부가 막대한 돈을 퍼부어 하천의 곳곳을 막기 수십 년 전부터, 정부는 흐르는 하천을 막아왔다. 농사지을 땅을 넓히고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하구를 바다 앞에서 가로막았다. 배고픈 시절이었다. 하구를 방조제로 막아 하구호를 만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고인 물은 썩어갔다. 최근 들어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못할 만큼 오염되고 있는 하구호가 늘어나고 있다.

충남에만 279개 방조제, 하구 82% 닫혀

출처 - 충남 연안 및 하구생태 복원방안 중간보고서
▲ 충남 방조제 현황. 출처 - 충남 연안 및 하구생태 복원방안 중간보고서
ⓒ 충청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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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한 충남 서해안은 예전부터 방조제 건설이 활발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충남 지역에는 하굿둑을 포함해 279개의 방조제가 설치돼 있다. 각종 만과 갯벌이 발달한 태안군에만 121개의 방조제가 있다. 충남도의 지방하천규모 이상의 하구 34곳 중 28곳이 바다로 통하는 물길이 막혀 있고, 열린 하구는 6곳에 불과하다. 하천이 없는 곳에도 갯벌이 형성되는 만을 방조제로 막아 땅을 매립했다.

충남도는 기능을 상실한 방조제와 폐염전에 대해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오염된 하구호를 복원해 환경을 살리고 하구와 갯벌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농지와 농업용수를 확보해야 하는 배고픈 시절은 지났다. 하구의 본래 지니고 있는 환경적 가치와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높아졌다. 기존 육지의 농지를 지키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인 일이다. 하구호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건설 비용에 맞먹는 수천억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수질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013년 10월부터 '역간척'이라는 이름으로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역간척이라는 용어가 너무 강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연안 및 하구 생태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충남도는 지난 3월부터 복원대상지 및 복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부남호 농업용수로도 사용 못 해

복원대상 후보지로 발굴된 충남의 하구호.
▲ 복원후보 하구호 복원대상 후보지로 발굴된 충남의 하구호.
ⓒ 충청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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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발표된 '연안 및 하구생태 복원방안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하구호 중 홍성호, 보령호, 부남호가 복원가능대상 후보지로 발굴됐다. 하구호 복원 대상지 선정 기준으로 ▲ 용수 계획이 당초 축조 목표에 부합되는지 ▲ 담수호 수질이 용수 공급에 적합한지 ▲ 사회적 합의 도출 가능성이 높은지 ▲ 경제적 편익이 높은지 여부 등이 포함됐다.

홍성호와 보령호는 2001년 '홍보지구'라는 사업으로 동시에 건설됐다. 당초 2009년부터 농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수질 악화로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6년으로 농업용수 공급 시기를 늦췄지만 염분제거, 수질개선이 늦어져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간보고서는 보령호를 복원 후보지로 발굴한 이유에 대해 '농업용지 확보 등의 간척지 조성명분이 약해지고 상류의 축산폐수 오염원을 줄이지 못해 당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적었다. 홍성호는 '주변 축사가 증가하고 있어 해수 차단 시 수질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평가됐다.

1982년 최종 물막이 공사가 완료된 부남호(태안군-서산시 경계 위치)는 COD가 16mg/L으로 치솟는 등 수질이 5~6등급으로 나빠져 '농업용수로도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지적됐다. 중간보고서는 '처음 계획했던 1960년대와 달리 농업환경이 바뀌면서 현재는 태안기업도시와 서산바이오웰빙특구로 토지의 이용이 변하고 있어 담수를 지속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적었다.

이밖에 복원대상 후보지로 발굴된 폐염전은 서천군 유부도, 대죽도, 다사리와 서산 고파도리 등이다.

내년 하반기 복원방안 및 계획 수립

충남도는 복원 후보지를 대상으로 생태, 환경 모니터링을 실시해 최종 복원대상지를 확정하고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종 용역보고서에는 복원사업대상지에 대한 최적 복원방안이 담긴다.

도 관계자는 "이번 용역은 내년 8월 이후에 마무리 된다"며 "최종 복원대상지를 선정하기 위해 용역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도의 역간척 사업은 1990년대 후반 수질오염으로 논란이 됐다가 결국 담수화를 포기하고 복원이 이뤄지고 있는 '시화호'와 여전히 바닷물 유입이 차단된 채 개발되고 있는 '새만금'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

시화호는 해수유통됐지만 이후 역간척 사업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최근 들어 새만금 사업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해수유통을 통한 복원'이라는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충남도의 역간척 사업이 광역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방조제 건설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중앙정부도 적극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의 '역간척' 사업이 새만금의 생태 복원을 추동한다면 전국적으로 하구의 물길을 틀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지역에서 시작된 충남의 역간척 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충남넷'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역간척, #연안복원, #홍성호, #부남호, #홍보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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