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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주말 홍대 길거리. 엑소의 'Call me baby'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기대를 안고 음악이 흐르는 곳으로 갔을 때, 기대는 순식간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앳되어 보이는 학생들이 노래만 크게 틀어놓고 춤은 포인트 안무만으로 대충 추고 있던 것. 마치 자신들끼리 노래방에 온 것 같은 행동에 보는 사람들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사실 요즘 홍대 길거리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무분별한 유입으로 준비가 안 된 팀 몇몇 때문에 홍대 길거리 공연의 인식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홍대에서 몇 년간 기타리스트로 활동해 온 정선호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홍대의 좋은 볼거리 중 하나였던 거리공연이 갑자기 몰려든, 공연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수많은 팀들 때문에 무시되고 욕을 먹고 있다", "정작 좋은 공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준비되어 나온 팀들은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부지기수다. 정말 슬프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준비되지 않은 팀의 유입에 대한 문제는 더욱 확대되어 거리 공연자들간의 '자리싸움'으로도 번졌다. 거리 공연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아침부터 연습도 하지 못하고 나와서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가 된 것이다. 3년간 홍대에서 버스킹을 해 온 강진환(24)씨는 공연 자리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아무래도 '자리 싸움'이 제일 큰 문제에요. 일찍부터 가서 자리를 잡지 않으면 못하니까요. 오래 기다리거나 아예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는 것에는 관객들의 태도도 빼 놓을 수 없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 도중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고 있었다. 무대였던 거리는 공연이 끝나면 원래 거리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공연이 끝나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당연히 더러운 거리를 보고 거리 공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거리 주변 상인들도 가게 주변이 더러워지는 것을 보고 좋지 않은 감정을 느낀다. 이런 점에서, 현재 거리 공연에 대한 문제는 공연자만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닌 관객들의 노력도 필요한 것이다.

사실 홍대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이야기다. 공연자들의 말로는 작년까지도 단속이 있었고 지금은 거의 없어진 상태라고 한다. 가장 심했던 시기는 약 2년 전, 위 같은 문제들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을 때이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길거리 공연을 단속해 달라'며 경찰과 구청에 민원을 냈다. 이유는 "공연이지만 도가 지나쳐 소음 공해가 됐다", "가게 앞을 가로막아 장사가 안 된다" 등이었다. 이로 인해 경찰이 수시로 방문하여 공연을 철수시키고 구청에서도 단속을 나와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공연자로선 최악의 상황. 하지만 많은 공연자와 관객의 노력으로 현재 홍대의 '걷고 싶은 거리'는 단속에서 자유롭게 됐다. 소리가 겹쳐 소음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리를 두고 공연하고, 관객이 몰리면 인도가 막히지 않도록 통제했다. 가급적이면 앰프 볼륨을 줄이고 다음 팀이 기다리면 한두 번 공연하고 자리를 양보하는 등 서로 예의를 지키는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네티즌도 "길거리 공연 전면금지를 막아 달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집단 민원을 넣기도 했다. 그렇다. 현재 홍대 거리공연의 자유로움은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결실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현재 길거리 공연 실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2년 전 어렵게 얻은 자유로움이 다시 무질서를 야기한 상태. 거리공연자들은 좀 더 공연의 무게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강진환씨는 인터뷰에서 버스킹을 '유일한 소통의 장'으로 꼽았다. 이렇듯 거리 공연을 '유일한' 것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리 공연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관객 또한 좀 더 거리공연 주변 환경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조금만 고쳐진다면 지금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공연자들과 관객의 노력으로 부정적 인식에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다. 공연자는 더 확실한 준비를, 관객들은 경청하는 자세와 질서, 쓰레기 등을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 행동. 이런 사소한 행동도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면 큰 변화가 될 것이다. 강진환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관객에게 감사를 전했다.

"누군가를 공감시켜드렸을 때 뿌듯함을 느껴요. 오래 들어 주시는 분, 끝나고 잘 들었다고 말 한 마디 건네는 분. 정말 감사하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제 노래를 듣는데 쓰시는 거잖아요, 듣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이처럼 관객과 공연자는 서로 상부상조하는 존재이다. 서로가 조금씩 조심한다면 관객은 거리에서 좋은 음악을 듣거나 멋진 춤을 볼 수 있게 된다. 공연자는 관객과 소통하며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좀 더 안정되고 좋은 길거리 문화는 결국 우리들이 차차 만들어 가는 것이다.


태그:#걷고싶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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