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 번은 어느 교회에서 설교를 부탁 받아 갔는데, 세상에서 보기 드문 우스운 모자를 쓰고 거지 옷을 입고 갔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설교보다도 그 꼴이 신기해서 거지가 설교를 한다고 모여들기도 했다."

그는 사실 '부자'였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오직 가난을 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땅을 일궜다. 그 결과 실제로 전라남도 화순군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됐다. 하지만 나이 마흔에 신앙을 접하고 그는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내놓는다. 화순의 성자로 불리는, 또 구한말 기독교 토착 신앙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세종 선생 이야기다.

이세종 선생, <맨발의 성자>의 스승

지난 8월 기독교 동광원 수도회와 이세종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문화재예방관리센터 주관한 '성자 이세종 생가 복원사업' 준공식 모습. 이세종 선생은 구한말 기독교 토착 신앙의 선구자로 불린다
 지난 8월 기독교 동광원 수도회와 이세종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문화재예방관리센터 주관한 '성자 이세종 생가 복원사업' 준공식 모습. 이세종 선생은 구한말 기독교 토착 신앙의 선구자로 불린다
ⓒ 화순군

관련사진보기


구한말 '초라한 행색'으로 관심을 모았던 그의 설교는 오늘날에도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고 있다. 이세종선생기념사업회가 '기독교 영성학과 이세종의 영성 & 수도적 삶'을 주제로 서울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 1층 소강당에서 오는 27일 학술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통해 사업회가 던질 질문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특히 유효하다. '이세종의 영성이 한국 교회에 왜 필요한가?', 바꿔 표현하면 그의 삶에서 현재 한국 교회가 배워야 할 점이 반드시 있다는 말이 된다.

그의 삶은 실제로 적지 않은 종교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조현 <한겨레> 종교 전문 기자(논설위원)는 "근대 3대 신학자 중 한 명이었던 정경옥 교수(감신대)는 1937년 이세종을 만나본 뒤 '서방교회의 성인 못지 않은 훌륭한 영성가'라고 평했다"고 전한 바 있다.

또한 조 기자는 "엄두섭 목사가 쓴 <맨발의 성자>의 주인공으로, 폐병환자들을 돌보다 폐병에 걸려 숨진 이현필 선생이 그의 제자"이며 "소설가 문순태가 쓴 <성자의 지팡이>의 주인공으로 나환자들의 아버지이자 광주지역 시민사회의 대부로 불린 최흥종 목사, 함석헌의 스승인 유영모, 강순명·백영흠 목사 등 존경받는 개신교 지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고도 소개하고 있다.

"옷만 다른 사람보다 좋게 입어도 마음이 교만해진다"

이세종 선생의 삶은 '이세종의 생애와 영성 사상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유은호 교수(한영유니온 개혁신학교)가 2014년 발표한 이 논문에는 부자가 되고 싶었던 산골 농부에서 비움의 철학을 온몸으로 실천한 목자로서의 성장사와 함께 종교적 평가 등이 담겨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이세종 선생은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사람이다. 애써 모은 재산(땅)의 절반을 교회에 내놓고, 나머지 재산은 본인이 직접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1944년 사망하기 3년 전부터는 신사 참배로 핍박받은 이들에게 남은 집과 전답을 다 나눠주고 산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유 교수는 이와 같은 선생의 행적을 "이집트 초기 사막 수도사들에게 나타났던 전형적인 헌신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집트 사막의 수도사를 대표하는 성 안토니는 농부 출신으로 예수를 믿고 자신의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이집트 사막에 들어가 수도 생활을 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세종과 성 안토니의 헌신 유형이 유사하다"고 적고 있다.

또한 유 교수는 선생의 금욕적 생활의 예로 "이세종은 예수님도 고운 옷을 안 입으셨다고 말하면서 평소에 홑바지 저고리로 지냈으며, 더운 때나 추운 때나 같은 옷을 입었고, 언제나 걸인과 같이 떨어진 베옷을 기워 입고 구멍 뚫린 모자를 쓰고 다녔다"는 점을 예로 들기도 한다. "옷만 다른 사람보다 좋게 입어도 마음이 교만해져서 다른 사람을 낮추어보게 된다고 일부러 낡은 검정색 무명옷만 입고 다녔다"는 것이다.

"전도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이세종 선생은 "전도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해야 한다"고 평소 강조했다고 한다. "이세종은 실천을 통한 전도를 몸으로 보인 사람"이며 "구제도 전도를 위한 그의 실천의 하나의 방법이었다"는 것이 유 교수의 평가다. 오늘날, 한국 교회 일부 지도자들과 비교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세종선생기념사업회는 27일 학술토론회가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세종 선생의 영성이 한국 기독교 토착 신앙 영성의 첫 뿌리라는 점에 착안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이강학 교수(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대학교), 이후정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 김경은 교수(장로회 신학대학교), 남성현 교수(한영신학대학교) 등이 참여한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태그:#이세종, #이현필, #맨발의 성자, #함석헌, #유영모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