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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의 일이다. 해마다 열리는 더블린 오픈 하우스(Open House, Dublin)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더블린 시청을 찾았다. 더블린 오픈 하우스는 해마다 10월경에 열리는 행사로써, 평소 공개되지 않았지만 건축사적으로 의미있는 공공건물이나 개인주택, 유료로 들어가야 하는 건축물을 무료로 공개하는 행사이다.

시청에서 배포한 지도에는 오픈 하우스 건축물들이 종류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시청에서 가까운 곳부터 보기 위해 지도를 들고 걷던 중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가게 된 곳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조지 스트릿 아케이드(George Steet Arcade)이다.

빅토리안 양식으로 지어진 조지 스트릿 아케이드 모습
 빅토리안 양식으로 지어진 조지 스트릿 아케이드 모습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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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더블린에 첫 번째로 설립된 빅토리안 건축스타일의 쇼핑 센터이다. 이 마켓이 처음 설립될 당시에는 영국 스타일의 건축 양식으로 설계되어 더블린 시민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한 곳이었다고 한다. 우리 식으로 하자면 일본식 스타일 건물을 멋지게 지은들 누가 좋아하겠냐 말이다.

하지만 1892년에 엄청난 화재가 발생하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곳에 상권을 가졌던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파산상태에 빠진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동정의식을 느끼게 되고 대규모 모금활동을 통해 파산한 상인들을 도와준다. 이런 아일랜드 사람들의 성향은 한국 사람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우여곡절을 통해서 이 마켓은 1894년 가을에 다시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는 더블린의 새로운 문화 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최근 더블린 시티는 조지 스트릿 근처를 '크리에이티브 쿼터(Creative Quarter)'로 지정해 새로운 혁신적인 사업을 주도할 문화적인 공간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마켓 안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간단히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 레스토랑부터 액세서리 점, 옷 가게, 골동품 가게, 책방, 아트샵, 레코드샵, 무명 화가의 작품 가게 등 모든 잡다한 물건들이 가득한 곳이다.

어떤 상점은 주인이 심혈을 기울여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느껴지지만, 어떤 상점은 뻔하디 뻔한 물건을 파는 곳도 있다. 이런 물건도 팔리나? 싶은 물건들부터 여기서 장사하기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들도 판매한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똑같은 일상이겠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마켓안의 다양한 상점들은 여행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켓안의 다양한 상점들은 여행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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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스트릿 아케이드 정문으로 나오면 사우스 그레잇 조지 스트릿(South Great George's Street)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영화 <원스>에서 남녀 주인공이 피아노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던 악기점을 찾을 수 있다.

악기점의 실제 이름은 '월튼(Waltons)'이란 곳이며 현재는 리모델링으로 확장공사를 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영화에서 보았던 똑같은 장소를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그곳에는 악기를 파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단순히 악기를 사기 위해서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봐도 꽤 장시간 이곳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더 신기했던 것은 그 어느 누구 하나 악기점의 악기로 연주를 하면서 눈치를 보는 사람이 없었고 악기점의 주인조차 그들의 연주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마치 매일 저런 사람들이 한두 명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하신다. 특별한 음악을 틀어놓지 않아도 항상 라이브 음악이 흐르는 그 곳, 고객들에겐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영화 <원스>에 나왔던 'Waltons' 악기점.
 영화 <원스>에 나왔던 'Waltons' 악기점.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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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스트릿 아케이드 후문으로 나오면 드러리 스트릿(Drury Street)을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은 더블린에서 뜨고 있는 패션의 메카이다. 알록 달록하게 상점 건물이 페인팅 되어 있는 것은 기본이고 주변 곳곳에서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을 비롯한 아일랜드 디자이너들의 매장, 골동품 가게, 빈티지 샵 등 재미있는 매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빈티지 제품들을 좋아하고 평범한 더블린 시민의 일상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조지 스트릿 아케이드 근처로 가자. 관광객보다는 현지 사람들이 더블린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조지 스트릿 아케이드(George Street Arcade)

Web: http://www.georgesstreetarcade.com/

Open:
월 - 수: 9:00 am to 6:30 pm
목: 9:00 am to 8:00 pm
금, 토: 9:00 am to 6:30 pm
일: 12:00 pm to 6:00 pm



태그:#아일랜드, #더블린, #조지스트릿아케이드, #원스, #더블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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