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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의 '군대식 기합 문화'를 고발한 A씨를 17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마이뉴스>는 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의 '군대식 기합 문화'를 고발한 A씨를 17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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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A씨의 제보로 페이스북 페이지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에 올라온 '군대식 기합 문화' 고발 글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후 다른 피해자들의 고발도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어졌다.

전남대 예술대학 학생회 측은 언론을 통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깊이 사과드리며, 학교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과도한 비난과 억측은 삼가달라"고 해명했다. 전남대 학생처는 음악학과 학생들과의 1대1 면담을 진행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A씨는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나온 문현옥 예술대학장 명의의 공고문은 그가 "언론과 직접 인터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최근 예술대학에서 발생한 학생 선후배 간의 규율잡기, 기합, 얼차려, 언어폭력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로 시작하는 이 공고문에는 "모든 학생 자치 활동 금지", "MT, 오리엔테이션 등 학생활동 금지"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A씨는 "예술대학장의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전남대 학생처가 진행하고 있는 1대1 면담 등의 조치와 관련해서도 "그저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수준"이라며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가 있기 마련인데, 학생처는 가해자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합당한 처분을 내릴 의도가 없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A씨와 한 인터뷰를 요약한 것이다.

2일 페이스북 페이지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에 올라온 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군대식 기합 문화가 문제가 된 뒤, 12일 예술대학장 명의로 올라온 공고문.
 2일 페이스북 페이지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에 올라온 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군대식 기합 문화가 문제가 된 뒤, 12일 예술대학장 명의로 올라온 공고문.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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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습이 전통? 짠하다"

- 지난 2일 처음 '전남대 대신 전해드려요'에 글이 올라온 이후, 보름 이상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바뀐 게 있다면요.
"문제가 터지자 암묵적으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일었습니다. '조용해질 때까지만 바짝 엎드리고 있자', '이 상황만 모면하자'와 같은 심보죠. 들은 바에 따르면, 일부 선배는 '일 터졌다고 너희가 갑인줄 아냐'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네요. 교수들은 '이런 (군대식) 문화에 반대하지만 학교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왜 선배들이 기합을 준다고 생각하나요.
"음악이라는 게 합주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단합이 중요하긴 해요. 한 사람이 틀리면 밸런스가 깨지니까요. 때문에 한편으론 과거의 군기 잡는 방식이 이해되긴 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야 할 전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많거든요. 제 생각엔 군기 주는 게 더 귀찮을 거 같아요. 굳이 그 귀찮은 걸 하는 거 보니, 그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아요. 자신이 위라는, 선배가 권력이라는 걸 행세하고 싶은 거죠."

- 기합받을 때 느낌은 어떤가요.
"지성을 갈구하는 대학에서 비지성인의 행동을 하니까 실망했죠. 대학에 입학하면 고등학교 때보다 좀 더 성숙한 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애들 같은 짓을 한다는 게 화납니다. 저는 음악을 하러 온 거지, 선배한테 인사하러, 선배 심부름하러 온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기합받는 시간이 그 어떤 때보다 아까운 시간이었어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얻는 것도 없으니까요. 그걸 전통이라고 말하고, 당연시하는 걸 보니 참 짠하더라고요."

- 예술대학장의 공고문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MT, OT(오리엔테이션)는 필요한 겁니다. OT는 학교 시스템을 알아가는 데, MT는 선후배 간 소통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군대식 기합이죠. 그런데 MT와 OT를 없앤다니요. 황당합니다. 저를 포함한 피해자들은 이런 조치를 원해 고발한 게 아닙니다. 예술대학장이 무책임한 거죠."

"문제 해결 안 되면 앞으로 더 폭로"

전남대 대학본부 앞에 놓여 있는 전남대 교시(진리, 창조, 봉사)가 새겨진 바위(자료사진).
 전남대 대학본부 앞에 놓여 있는 전남대 교시(진리, 창조, 봉사)가 새겨진 바위(자료사진).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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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어떻게 바뀌었으면 합니까.
"선후배 간 모이는 자리가 싫다는 게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머리 박는 유치한 대면식 좀 하지 않았으면 해요. 또 선배가 갑이 아니라는 것만 좀 인식하고 고쳐나갔으면 합니다. 사실 저는 MT 가서 장기자랑하는 것도 재밌고, 음악하는 선배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요. 좀 더 현대적인 방식으로 대면식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이런 것들이 고쳐지지 않으면 예술대학에서 일어나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계속 폭로할 예정입니다.

- 전남대 학생처의 대응은 어떤가요.
"전남대 학생처는 상황을 파악하려는 움직임 말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가해자를 찾아 합당한 대응을 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는 정도로 끝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없는 셈 치고, 앞으로 고쳐나가자'와 같은 인식이죠.

학생처가 이러니 학과, 학생회 차원의 제대로된 공식 사과도 없는 것입니다(전남대 예술대학 학생회는 8일 <뉴시스>와 한 인터뷰에서 '5일 오후 3시 학과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사과와 함께 후속 조치를 분명히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아래는 문현옥 전남대 예술대학장이 12일 발표한 공고문 전문이다.

공고문

최근 예술대학에서 발생한 학생 선후배 간의 규율잡기, 기합, 얼차려, 언어폭력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학생 여러분은 학업에 동요가 없으시기 바라며, 교수님들께서도 철저한 학생지도에 임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아울러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음 사항을 철저히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공지사항

▲ 정규수업 이외의 허가되지 않은 모든 학생 자치 활동 급지
▲ 향후 MT, 오리엔테이션 등 학생활동 금지
▲ 선후배 간 기합과 얼차려, 언어폭력, 따돌림 행위 등 금지
▲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음주 강요 금지
▲ 위 사항을 위반하여 발생한 사고에데 대해서는 학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할 예정임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전남대, #예술대학, #음악학과, #군대, #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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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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