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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호위무사들

'민중총궐기 대회', 박근혜 대통령 없는 빈 집!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자들의 거리행진을 막기 위해 청와대가 보이는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민중총궐기 대회'는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언론장악, 철도-의료-교육민영화, 노동개악 등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며 개최한 대회다.
▲ '민중총궐기 대회', 박근혜 대통령 없는 빈 집!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자들의 거리행진을 막기 위해 청와대가 보이는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민중총궐기 대회'는 민주노총 등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언론장악, 철도-의료-교육민영화, 노동개악 등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며 개최한 대회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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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세종로 네거리와 광화문 광장 일대에 수만 명의 '헬조선'(지옥+조선) 백성들이 모였다. 공주는 어김없이 해외순방 중이었고, 궁궐은 비어있었다. 수만 명 중 몇몇이 울분에 못 이겨 '청와대로 가자!'를 외친들, 공주를 생포할 수 없단 소문은 파다했다. 그저 '민중총궐기'라는 다소 투박한 이름의 집회에 모여, 자신들의 울분을 세상에 전하려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악, 언론장악, 철도·의료·교육 민영화·세월호 참사·농산물 가격 폭락 반대 등.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모였다. 실상은 하나의 이름으로 한 데 묶일 수 없는 개성들이었다. 그럼에도 포졸들은 백성들을 '불법'이라는 이름으로 한 데 묶고, 궁궐로 향하려 해 차벽을 여러겹 쌓아뒀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난센스다.

작게 삐져나오는 분풀이성 외침이, 과연 수km 수만 명의 군중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까. 포졸들이 '과잉 대응'이라는 언론의 평가에 발끈해도, '과잉'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 궁궐을 지키려면, 예정된 집회 장소인 광화문 광장 북단 세종대왕상 뒤편에서 여러겹 차벽을 쌓아도 됐다. 포졸의 최우선 본분은 백성을 지키는 거지, 궁전을 지키는 게 아니다.

캡사이신 섞인 파란 물대포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설치한 차벽에 집회참가자들이 사다리를 설치하자, 경찰이 캡사이신과 파란 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 캡사이신 섞인 파란 물대포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설치한 차벽에 집회참가자들이 사다리를 설치하자, 경찰이 캡사이신과 파란 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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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드 지난 14일 세종로 네거리와 광화문 일대 '민중총궐기' 집회 행진 중인 참가자들이, 경찰 차벽에 가로막히자 항의의 표시로 '퇴진' 스티커를 붙였다.
▲ 레드카드 지난 14일 세종로 네거리와 광화문 일대 '민중총궐기' 집회 행진 중인 참가자들이, 경찰 차벽에 가로막히자 항의의 표시로 '퇴진' 스티커를 붙였다.
ⓒ 하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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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솔직해지자. 차벽과 병력은 전술적으로 동원됐고 교통 병목 현상이 조장됐다. 민란 참가 백성들이 서로 뭉치지 못 하게 막았고, 지하철역 입구를 차단해 퇴근길 보행자들을 잠재적 집회 참가자로 가정하고 불편을 겪게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백성들이 무리를 이루려 차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미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지만 '불법' 딱지를 붙였다.

백성들은 평화 집회를 보장하라 항의했지만, 포졸들은 수 미터 상공에서 백성들의 머리 위로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쏟아부었다. 포졸들에게 '폭력성을 시험당한' 백성들은 본격적으로 저항권을 발동했다. 포졸들이 '늘 그랬듯' 이렇게 될 줄 백성들도 이미 마음 먹고 있었다. 단지 포졸들도 같은 백성이라는 생각에 한 번의 믿음 정도는 또 속는 셈 줬을 뿐이다.

그러나 예상대로 포졸들은 믿음을 깨뜨렸고, 준비성 좋은 몇몇 백성들이 연장을 챙겨나왔으므로 '길 뚫기' 작업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늘상 공주를 대변하길 자처해온 저잣거리 바람잡이들에게 때는 이때였다. 실제 집회 현장을 탈맥락적으로 보도하고, 백성들에게 '폭력' 딱지를 붙이기에 '좋은 그림들'만 골라내 퍼뜨렸다.

결국 포졸들이 호위한 건 공주의 신체가 아닌 지지율이게 되며, 분노한 백성들이 공주의 성벽에 '퇴진' 딱지를 붙였다면 포졸들은 백성들 이마에 '변질' 딱지를 붙였다. 명백하게 '정치적'인 진압이었다. 이제 '법을 지키면 당신들 말을 들어줄 거예요'라는 거짓말은 그만두고, 솔직해지자. 왕당파들은 원래 백성들과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헬조선의 민란이 '폭력적'일 수 없는 이유

차벽 끌어내는 집회참가자들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 경찰과 대치하던 집회참가자들이 경찰 차벽을 끌어 내기 위해 밧줄로 끌어 당기고 있다.
▲ 차벽 끌어내는 집회참가자들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 경찰과 대치하던 집회참가자들이 경찰 차벽을 끌어 내기 위해 밧줄로 끌어 당기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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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앞 사거리에 있는 경찰들의 모습.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 앞 사거리에 있는 경찰들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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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에서 '민란'은 늘 변질된 폭력 집회로 몰린다. 하지만 폭력이란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 동원하는 힘'을 말한다. '제압'이라는 말이 내포하듯, 제압하는 자의 힘이 제압 당하는 자보다 우월해야 한다. 차벽을 밧줄로 잡아당기고, 유리창을 깨뜨리고, '퇴진' 딱지를 붙였다고 힘이 우월하다고 한다면 그건 '블랙 코미디'이다.

나날이 포졸이 '의경→순경'으로 계급 교체가 되고 앳되기보단 노련하고 신념에 찬 얼굴을 하기 시작하듯. 진압 무기가 최첨단화 되듯. 제압하는 쪽은 보통 포졸이지 백성 쪽이 아니다. 그들은 매우 전술적으로 훈련 받은 집단이다. 물론 현장에서 포졸을 사다리로 밀치거나 쇠파이프로 내려치는 백성들도 있다.

그러나 방어구로 완전 무장한, 포졸들에게 그런 일격이 먹힐 확률은 극히 미미하다. 그럼에도 기성언론은 침소봉대하며 격한 몸짓의 쇠파이프 사진 숏을 찍어 보도한다. 그러나 사진 너머의 맥락, 대부분 그 결과가 헛방으로 끝나며 곧 반격하는 방패와 캡사이신에 백성들이 겁먹어 도망친다는 점은 보여주지 않는다.

백번 양보해, 일부 백성들이 포졸 몇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고 치자. 하지만 전반적으로 포졸의 힘이야말로 제압적이므로, 왜 일부 백성들의 '힘'을 수 만 명의 백성들에게 적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결국 사진으로 보는 것과 현장에서 보는 맥락은 많이 다르다. 대등하게 싸우는 것도 아니고, 포졸들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특히 차벽 뒤편 백성들은, 포졸들이 차벽 앞 백성들에게 캡사인신을 쏠 때마다 '쏘지마, 쏘지마~' '내려와, 내려와~'하는 식의 애원만 한다. 차벽 뒤편 백성들이 할 수 있는 건, 이들을 무시한 채 등지고 서서 앞편 백성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포졸들의 뒷통수에 대고 비명을 지르는 것 뿐이다. 집회 현장에서 전반적으로 감지되는 분위기는 '두려움'이다. 그것도 포졸들에 대한 '압도적인 두려움'. 어떻게 헬조선의 민란이 폭력적일 수 있는가?

이런 나라에서 '올바른 정신'으로 살아가는 게 가능한가

'1등 식용유'가 경찰 진압장비(?)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경찰차벽 위에서 한 경찰관이 식용유를 집회 참가자들에게 뿌리고 있다. 경찰이 들고 있는 플라스틱병 표면에 '1등 식용유'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보인다. 경찰은 이날 집회참가자들이 버스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식용유를 버스 표면에 뿌리기도 했다.
▲ '1등 식용유'가 경찰 진압장비(?)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경찰차벽 위에서 한 경찰관이 식용유를 집회 참가자들에게 뿌리고 있다. 경찰이 들고 있는 플라스틱병 표면에 '1등 식용유'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보인다. 경찰은 이날 집회참가자들이 버스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식용유를 버스 표면에 뿌리기도 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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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폭력은 과연 무조건 나쁜가. 그럼 인류의 앞선 세대들이 기득권들의 폭압로부터 폭력으로 겨우 쟁취해낸, 이 정도 수준의 자유와 평등도 모두 부정 당해야 하나. 폭력적이고 형식적 법치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올바른'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최저임금 이하·단기직·저임금·임시직 노동자 비율 1·2·3위 석권(OECD). 상위 10%가 부의(富) 66%를 독점 그러나 하위 50%는 2%만 소유(김낙년·동국대 경제학). '노력해도 계층상승이 어렵다'는 체감은 81%(현대경제연구원). MB정권 당시 '경기 활성화' 명분으로 법인세율을 깎는 특혜를 줬음에도, 돈을 풀지 않은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만 710조.

유보금 풀어 청년 일자리를 늘리길 요구해도 비현금성 자본에 묶였다며 배째라는 식. 1%의 현금성이라도 풀라 해도 무시로 일관. 노동자 수가 늘면 기업의 생산성에도 이득이지만 기업은 지출하지 않으면서 장기 근속 노동자 임금을 깎아 일자리를 쪼개는 나라. 그러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 이미지를 홍보하는 뻔뻔함.

경제적 이유로 연애·결혼·출산을 단념 '당한' 청년이 만연한 가운데, 낮은 출산율 추세대로라면 한국인의 멸종까지 예상되는 실정(2014 브루킹스 연구소). 복지가 시급한 이유임에도, 세금 22조원을 4대강 '녹차제조 사업'에 허비하며 생태계를 파괴. 한편 2015년 서울대 정시모집 신입생 52.2%가 강남 3구 출신.

인간의 존엄성과 창의력이 강조되는 시대에 역행하는 주입식 교육에 모자라, '역사 국정교과서' 도입까지 추진중. 거대 양당의 '청년 기준'은 만 45세까지. 특히 새누리당 초선 국회의원 비율은 54.3% 평균연령은 56.4세.

기업을 넘어 공무원 면접까지 '사상검증'식 질문들이 던져지는 등. 경제, 교육, 정치 등 사회 전반에 '불평등'과 '부조리'가 만연한, 이 '폭력적'인 땅에서 '폭력적'이지 않고 살아가는 게 가능한가. 그런 방법이 있다면 누가 좀 알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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