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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 봉우리가 솟아 있는 전북 진안 구봉산.
 아홉 봉우리가 솟아 있는 전북 진안 구봉산.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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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가을 산은 아름다운 유혹이다. 더군다나 줄지어 늘어선 산봉우리들을 연이어 타는 산행은 쏠쏠한 재미가 더해져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지난 11일 창원봉우리등산클럽 회원들과 함께 진안 구봉산(1002m) 산행에 나섰다. 오전 8시에 창원시 마산역서 출발한 우리 일행이 구봉산 주차장(전북 진안군 주천면 양명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40분께. 늦가을 날씨치고 따뜻한 날인 데다가 두꺼운 등산복을 입고 오르막길을 줄곧 걸으니 여름처럼 더웠다. 그렇게 40분 정도 올라갔을까, 4봉과 5봉을 잇는 구름다리가 아스라이 보여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아홉 봉우리를 연이어 타는 고달픔, 그리고 쏠쏠한 재미

   올 7월에 완공된 구봉산 구름다리. 국내에서 가장 긴 무주탑 산악형 보도 현수교로 길이가 100.0m이다.
 올 7월에 완공된 구봉산 구름다리. 국내에서 가장 긴 무주탑 산악형 보도 현수교로 길이가 100.0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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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구봉산 산행을 하기 전에는 진안 하면 신비스럽게 생긴 마이산이 항상 머릿속에 먼저 떠올랐다. 그런데 올 7월에 완공한 구름다리가 개통된 이후로 구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이 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구봉산 정상 쪽과 1봉의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100m 거리에 1봉(668m)이 위치해 있다. 1봉 정상으로 갔다가 다시 갈림길로 올라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무슨 일이든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내 1봉 정상에 도착해 앙증맞은 표지석을 눈에 담고서 2봉 정상을 향해 걸어갔다. 10분도 채 안 돼 2봉(720m) 정상 표지석이 보였다.

    구봉산 제1봉 정상(668m).
 구봉산 제1봉 정상(66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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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봉산 3봉(728m)에서 바라다본 4봉(752m) 정상. 구름정이란 정자가 눈길을 끈다.
 구봉산 3봉(728m)에서 바라다본 4봉(752m) 정상. 구름정이란 정자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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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 3봉(728m)에서 4봉(752m) 정상을 올려다보니 구름정이란 이름을 가진 정자가 눈길을 끌었다. 높은 산꼭대기에 정자가 있다는 게 색다른 느낌을 준다. 정자에 앉아 잠시 쉬고 싶은 충동도 일었지만 곧 구름다리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졌다.

아홉 봉우리를 이어 타는 구봉산 산행은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고달픈 산행이다. 그래서 로프와 나무 계단이 많이 설치되어 있고, 경사가 급한 바위를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호기심과 설렘, 게다가 아기자기한 재미로 체력이 꽤 소모되는 편치 않은 산행길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구봉산 4봉(752m)과 5봉(742m)을 잇는 구름다리에서.
 구봉산 4봉(752m)과 5봉(742m)을 잇는 구름다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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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봉산 5봉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에.
 구봉산 5봉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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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봉산 7봉(739.8m)으로 가는 길에.
 구봉산 7봉(739.8m)으로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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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객들 사이에 요즘 떠들썩하게 소문난 구름다리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가장 긴 무주탑 산악형 보도 현수교로 길이가 100m이고 너비는 1.2m이다. 마치 하늘에 걸쳐 있는 듯한 구름다리에 서서 내려다보는 가을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단풍이 짙게 물든 가을 속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는 그 가을을 오래도록 붙들고 싶었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5봉(742m)이다. 이곳에서 로프를 잡고 거친 바위를 한참 타고 내려가야 6봉(732m)으로 올라갈 수 있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딜 수가 있어 팔과 다리에 힘을 주게 되니 몸이 지친다. 7봉(739.8m)으로 가는 바위에는 기다란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계단을 오르는 것도 생각보다 만만찮은 일이다. 그래도 여럿이 쭉 이어져 있는 산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변화무쌍한 산행길이 재미가 있다.

   구봉산 7봉(739.8m) 정상에서 8봉(780m)으로 가는 길에.
 구봉산 7봉(739.8m) 정상에서 8봉(780m)으로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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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가을산은 아름다운 유혹이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가을산은 아름다운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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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봉 정상에서 8봉(780m)으로 가는 길에는 나무 계단도 있고 작은 구름다리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길이다. 친구와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고, 단풍 든 아름다운 가을 경치를 그저 친구와 같이 바라다보고 싶은 길이다.

8봉 정상에서 10분 남짓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산을 했다. 8봉에서 돈내미재를 거쳐 구봉산 정상인 9봉으로 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라 너무 힘들어서 정말이지, 울고 싶었다. 혼잣말로 투덜거리기도 하고 짜증을 부리기도 하면서 그냥 걸을 수밖에 없었다.

나무 계단 부근에 연분홍 진달래가 피어 있었다. 예전에 겨울날에 산행을 하면서 진달래꽃을 본 적도 있다. 환한 기분도 잠시뿐이고 천근만근 무거운 몸에 마음마저 지쳐 갔다. 갈림길로 도로 내려가자니 너무 멀리 왔고 정상에 오르기에는 갈 길이 아직 멀었다.

   구봉산 정상인 제9봉 천왕봉(1002m).
 구봉산 정상인 제9봉 천왕봉(100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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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서부터 1시간 정도 걸려 오후 2시께 구봉산 정상인 천왕봉에 도착했다. 감격의 눈물이라도 흘려야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가뿐했다. 산악회 하산 시간을 맞춰야 해서 배낭에 든 점심 도시락을 꺼낼 겨를도 없이 정상 표지석 사진만 몇 장 찍고서 하산을 서둘렀다.

바랑재로 해서 바랑골로 가는 하산길도 대체로 경사가 가팔라 종종 로프를 잡고 조심스레 걸어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구봉산 전경을 바라보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고, 숲길의 노란 단풍들이 어찌나 이쁘던지 가던 발걸음을 몇 번이고 멈추곤 했다. 두 번은 못 오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구봉산은 벌써 그리움이 되어 내 마음 한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태그:#아홉봉우리, #구름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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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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