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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배우 지현우, 박시환, 현우, 기희원, 예성, 안내상(왼쪽부터)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송곳' 촬영현장 공개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배우 지현우, 박시환, 현우, 기희원, 예성, 안내상(왼쪽부터)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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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기획드라마 <송곳>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원작에 충실한 내용과 함께 출연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 현실을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애써 10여 년 전의 상황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열악한 노동현실과 우리 사회 곳곳의 부정의한 현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송곳>의 배경이 되는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직영 노동자 6만여 명을 포함해 40여 만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조직된 노동자는 채 10%도 되지 않는다. 빅3라 불리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는 예외없이 노동조합을 적대시하고 탈퇴를 종용하는 부당노동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에서는 한달여 전에 만들어진 민주롯데마트노조의 간부들에 대해 '자기 욕심 채우려는 사람들'이라며 인신공격이 가해지고 있으며 이마트민주노조에 대한 감시와 탈퇴공작은 4년 전 노조설립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노숙농성 나선 이유

9월 8일, 홈플러스노동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영국 테스코가 MBK파트너스에 홈플러스를 7조2천억원에 매각하는 것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9월 8일, 홈플러스노동조합원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영국 테스코가 MBK파트너스에 홈플러스를 7조2천억원에 매각하는 것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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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드라마의 직접 배경이 된 홈플러스 또한 예외가 아니다. 홈플러스의 모기업인 영국테스코는 자국에서 분식회계로 인해 경영진이 사법처리를 당하고 경영위기에 몰리자 올해 6월 한국 홈플러스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테스코와 홈플러스 경영진에게 수차례 매각추진의 사실여부와 매각 시 고용안정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침묵과 부인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매각추진 내용을 알린 노동조합에 대해 '근거없는 루머로 직원들을 불안하게 한다'며 공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핵심간부를 징계해고하고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기도 했다.

결국 테스코는 홈플러스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7조2천억 원에 매각, 5조원의 매각차익을 챙기게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먹튀'의 대명사로 알려진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차익으로 챙긴 4조5천억 원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뿐만 아니라 테스코는 홈플러스로부터 매년 30억 원씩 로열티를 받았으나, 2013년부터는 2년간 로열티 1200억 원으로, 20배가 넘는 이익을 얻었다.

MBK로의 매각 이후에도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토종 사모펀드임을 내세워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고용안정을 위한 노동조합의 대화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서는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대화요구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대화를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직도 한국인에게 낯선 '사모펀드'는 기업인수와 재매각을 통해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투자회사다. 당연히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계획보다는 재매각시 투자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구조조정과 수익창출을 우선하는 자본이다. 실제로 MBK가 인수한 케이블업체 C&M, 생명보험회사 ING등에서 외주화와 희망퇴직등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모펀드로 한국에서만도 C&M, ING생명, 웅진코웨이, 네파등 대형업체를 인수, 경영하고 있으며 매출과 자산규모에서 10위권 재벌그룹으로 성장했다.

사모펀드는 스스로를 선진금융기법과 책임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투자모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단기적 투기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사냥꾼'이자 경영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권한과 이익은 독점하는 재벌들의 행태와 차이가 없다.실제 MBK는 이사진 교체로 경영권을 장악했으면서도,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대화요구에는 자신들은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홈플러스에서는 단기수익추구를 위한 MBK식의 쥐어짜기가 이미 시작되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재개된 임금교섭에서 회사측은 '최저임금인 6030원으로의 시급인상과 상여금 축소'를 제시하고 상호 수정안을 제출하자는 노동조합의 제안조차 거부하며 일방적 양보를 강요하고 있다.

한편 이달 들어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현장근무자의 노동강도가 현저하게 강화되는 근무 체계 편성을 강행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경영권한을 가진 MBK와의 대화를 요구하며 지금도 20여 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MBK와의 대화와 성실한 임금교섭이 재개되지 않으면 11월 14일 2차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드라마 <송곳>이 보여주듯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단결할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일할 수 있는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인간다운 꿈을 꾸며 살아갈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투쟁해나갈 것이다.

<미생>에 이어 <송곳>이 우리 사회 청년, 비정규노동자의 현실을 돌아보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공감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정희님은 <홈플러스를 투기자본에 매각하지 마라> 시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입니다. 한겨레신문 '왜냐면'란에도 기고했습니다.



태그:#송곳, #홈플러스 , #M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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