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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7일은 세월호 피해자 가족과 국민 600만 명 이상의 서명으로 여야가 합의하여 제정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세월호특별법)>의 입법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봉인된 세월호 침몰과 구조실패의 진실을 규명하고 보다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종합적 대책을 수립하자는 가족들의 호소에 국민이 호응하고 국회가 입법으로 최소한의 응답을 한 결과였다. 하지만 세월호 진상규명의 길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상위법을 훼손하는 시행령 제시한 청와대

먼저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진상규명과 대책마련 작업을 진행할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구성과 활동은 여러 장애물에 부딪혀왔다. 특별법에 따르면 2015년 1월 1일부터 이 법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이석태 위원장(참여연대 전 공동대표)을 비롯한 특조위 위원들은 100일이 지난 3월 초에나 임명장을 받았다. 그 후 위원들이 제시한 법 시행령(대통령령)안을 정부가 거부하고 해수부 주도로 별도의 시행령안을 3월 27일 입법예고 했는데, 그것은 이후 이어질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정부가 제시한 시행령안은 특별법의 핵심내용을 임의로 변경하여 특조위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예를 들어 정부가 파견한 기획조정실장이 특조위와 각 소위의 업무를 종합·조정·기획하도록 한 것, 특별법이 특조위의 조사범위를 세월호 참사의 원인규명과 재해·재난 예방대책 마련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범위를 임의로 축소하여 정부 조사결과를 검증 및 세월호 관련(해상사고) 대책으로 한정한 것 등이다. 이로 인해 참사 1주기를 맞은 4월 내내 가족들은 추모행사를 포기하고 '법을 위반한 시행령' 개정을 위한 항의시위에 나서야 했다.

정부 시행령이 법 제정의 취지에 위배된다는 것은 여당 의원들에게도 분명한 것이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향후 국회가 정한 법에 위배되는 시행령에 대해서 국회가 정부에 개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하자는 야당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여야 합의로 국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물론, 여당에 외압을 가해 유승민 원내대표를 사실상 원내대표직에서 몰아내고 말았다. 그 후 국회법 개정은 중단되었다.

8월말까지 예산 0원, 9월에야 조사신청 접수 시작

5월 11일 시행령안 공표가 강행된 이후에도 또 다른 딴죽 걸기가 이어졌다. 세월호 인양에 대한 가족 참여 배제, 세월호 진상조사 예산안과 인력안에 대한 대폭 삭감, 조사관 인선에 불만을 품은 여당 추천 부위원장의 사퇴 같은 갈등이 지속되었고, 이로 인해 위원회의 진상규명 착수일정도 지연되었다. 특조위 예산은 9월에서야 지급되었는데, 그조차 2015년 예산안으로 신청한 160억 중 89억만 지급되었다. 8월까지 특조위 위원들과 준비기획단 실무자들은 급여조차 받지 못했다.

9월 14일에야 특조위는 조사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가족들은 이 날 세월호 출항 배경, 선박 침몰원인, 구조실패 경위, 전원 구조 오보의 과정 등 21개 항목에 대한 1차 진상규명조사 신청서를 5박스의 자료와 함께 접수했다. 특조위 위원회에서 신청사건에 대한 조사 개시를 의결한 것은 10월 2일이다.

특별법이 제정된 지 사실상 11개월 만에 조사를 착수한 것이다. 특조위 관계자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1차 청문회가 빨라야 12월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면 청문회 계획이 11월 초에는 제출되어야 하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다. 특조위의 가장 중요한 조사기구인 진상규명 소위(제1 소위)는 10월 2일 현재도 소위실무를 총괄할 국장과 검찰파견자로 보임할 제1과장을 임명하지 못하고 2과장과 3과장만 활동하고 있는 상태였다. 특조위는 조사에 필요한 인력구조를 완성하지 못한 채로 조사를 시작한 셈이다.

특조위와 가족들, '세월호 인양 후 조사활동 보장' 요구

특조위의 정상적인 활동이 정부 측의 비협조로 지연됨에 따라 최장 1년 6개월간(보고서 작성을 위한 3개월 제외)으로 활동시한이 한정된 특조위의 활동개시시점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어 왔다. 정부는 법에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적혀있으니 올 12월이면 1차 활동이 종료되고 6개월 연장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가족들과 특조위 다수 위원들은 위원임명이 3월, 시행령 공표가 5월, 예산안 지급은 9월부터 되었으므로 상례에 따라 예산안 지급 시점부터 활동개시 시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여야 원내대표는 정부 시행령의 위법성 논란 과정에서 특조위의 정상적인 활동이 차질을 빚었다는 점 등을 두루 감안하여 최소한 활동기간 만큼은 가을 정기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을 통해 명확히 하기로 약속했다. 이어 여야는 법 개정작업을 오는 11월 5일까지 마무리하기로 추가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6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특조위가 요구한 예산안을 31%만 반영하고 69%를 대폭 삭감함으로써 특조위 활동 시한을 사실상 내년 6월 전후로 보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렇지만 여야 사이에는 이렇다 할 중재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해수위원회 여당 간사 등 몇몇 여당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여당은 세월호가 인양되는 시한인 2016년 7월 말까지를 활동 시한으로 고려하는 반면, 특조위와 가족들은 가장 중요한 증거물인 세월호를 인양하여 선체를 조사하고 진상규명 작업을 이어갈 최소한의 시간으로서 인양 후 6개월의 조사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 131가구, 국가배상소송 청구

한편, 세월호 참사  구조를 방기한 지휘라인은 거의 처벌되지 않았다. 국가의 책임도 아직 법률적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가족들은 특별법과 특별조사위를 통한 진상규명과는 별도로, 가족 주도의 국가배상소송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국가와 핵심관계자들의 책임을 물으려 하고 있다.

지난 9월 22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 131가족은 정부가 제시한 배·보상 방식을 거부하고 국가와 청해진 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1억 원이다. 청구금액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소송은 배·보상을 더 받기 위한 것이 아니고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판결문의 형태로 명시하기 위한 것이다.

전무후무한 600만 명의 서명이 모여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정부와 여당의 노골적인 비협조와 방해에 직면해 이제야 진상규명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앞길도 여전히 순탄치 않으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최소 5년 이상 지속될 국가배상소송을 시작한 가족들은 긴 호흡으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 길을 가려고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주요 지휘라인
 세월호 참사 주요 지휘라인
ⓒ 참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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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글을 쓴 이태호님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이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이글은 월간<참여사회>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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