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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본인의 동의를 얻어 전문 그대로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방문 도중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만나 메르스 퇴치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방문 도중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만나 메르스 퇴치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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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의심환자를 즉각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경찰이 송재훈 전 삼성서울병원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뉴스입니다. 이 기사를 읽는 국민은 아마도 '문제를 일으킨 삼성병원이 결국 처벌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고도 어이없는 일입니다.

1. 첫 진단과 초기대응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의심환자를 질병관리본부의 두 차례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검사를 고집해서 메르스 첫 감염환자를 밝혀낸 병원입니다. 그리고 첫 감염환자로 인한 2차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로 철저한 초기대응으로 훌륭히 조기방역을 해낸 병원입니다.

2. 정부의 책임
그랬던 삼성서울병원에서 막대한 감염환자가 발생한 것은 정부가 평택성모병원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감염 사태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삼성서울병원도 응급실에 내원한 14번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인지 상황을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3. 삼성의 책임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로 인해 내부에서 확대된 추가감염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몫입니다. 역학조사는 삼성서울병원이라는 민간의료기관의 몫이 아니라 정부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병원명의 비공개 역시 정부의 결정이었습니다. 삼성의 비밀주의는 정부와 삼성의 합작품이며 삼성의 책임은 정부의 결정에 따름으로써 원칙을 위반했다는 사실입니다.

메르스 사태의 99%는 정부의 책임입니다. 그런데 99% 책임을 가진 당사자인 정부가 민간의료기관장을 불러 질타하더니 이제 정부기관이 검찰에 기소까지 하였습니다. 즉 메르스는 정부책임이 아니라 민간의료기관의 책임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음 번에 메르스 사태가 또 다시 반복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의료진들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나서게 될지 의문입니다. 의사도 발끈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의협(대한의사협회)에서 뭔가 액션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하루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메르스 검사를 거절했던 질병관리본부 관료는 어떤 책임을 졌습니까? 병원정보공개를 결정 못하고 질질 끌다가 막대한 생명의 피해와 사회적 피해를 양산한 관료들은 어떤 책임을 졌습니까?

이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민간의료기관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 관료들은 그 백배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노환규씨는 대한의사협회 제37대(2012~2014년) 회장을 지냈습니다.



태그:#메르스, #메르스 책임, #삼성서울병원, #메르스사태, #14번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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