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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 첫 날인 3일 오전 T블랙 기사인 최아무개씨가 직접 뒷문을 열어 손님 탑승을 돕고 있다.
 카카오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 첫 날인 3일 오전 T블랙 기사인 최아무개씨가 직접 뒷문을 열어 손님 탑승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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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나 걸려요?"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 첫날 '카카오택시 블랙'(아래 T블랙)을 불렀다. 3일 아침 9시쯤 스마트폰 카카오택시 애플리케이션(앱)에 신용카드 정보를 먼저 입력하고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에서 광화문까지 경로를 입력했다. 하지만 "이용 가능한 택시가 없다"면서 "재시도하면 최대 30분 이내 거리에서 가장 가까운 택시를 찾아주겠다"는 안내가 떴다.

구파발에서 호출했는데 마포에서 출발?

무심코 재시도 버튼을 눌렀더니 바로 배차 완료. 그런데 아뿔싸, 현재 택시 위치는 마포구, 차로 32분 걸리는 거리다. 취소하려고 보니 "예약 완료 후 취소하면 8000원의 취소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안내가 떴다. T블랙 기본료와 같은 금액이었다.

급히 T블랙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30분이나 걸리느냐"고 묻자 "제가 있는 곳과 고객님 계신 곳까지 여건이... 지금 출발했으니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는 뜻밖의 응답이 돌아왔다. 여느 콜택시 기사 같으면 "너무 오래 걸리네요, 그냥 취소하시죠"라는 답이 나올 만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길가에 멀쩡히 서있는 빈 택시들을 보면서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쌀쌀한 날씨에 고객을 이렇게 밖에 오래 세워둬도 되나?

앱을 살펴보니 일반 카카오택시와 마찬가지로 택시 이동 경로가 지도에 실시간으로 떴다. 어느덧 30분을 넘겨 T블랙이 출발지에 다가오자 차번호를 확인하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곧 T블랙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세단이 길 맞은편에 섰다. 영업용 차량을 뜻하는 노란색 번호판을 빼면 택시 위에 다는 표시등이나 '빈차' 같은 표시도 없어 일반 승용차와 구분하기 어려웠다. 

잠시 후 기사가 전화를 걸었고 내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여느 택시 같았으면 바로 불법 유턴할 법한 상황이었지만, T블랙은 정석대로 유턴이 가능한 곳까지 돌아오느라 3~4분이 더 걸렸다.

5분 뒤 내 앞에 3000cc급 벤츠 택시가 섰다. 곧 기사가 차에서 내리더니 "광화문까지 가는 손님 맞으시죠,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라며 차 뒷문을 직접 열어줬다. 마치 VIP가 된 기분이었다. 택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달라는 '부가 서비스' 요구도 흔쾌히 들어줬다.

손님이 "빨리 빨리" 재촉해도 규정 속도 대로

카카오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 택시 안에는 미터기가 따로 없고 고객 스마트폰에 있는 앱으로 요금을 자동 결제한다.
 카카오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 택시 안에는 미터기가 따로 없고 고객 스마트폰에 있는 앱으로 요금을 자동 결제한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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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타자, 기사는 "이제 출발합니다"라며 가볍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광화문까지 예상 소요 시간은 43분. 일반 카카오택시처럼 카카오톡으로 차량 번호 등이 담긴 안심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냈다. 차 안에 미터기는 따로 없었고 요금은 카카오택시 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본요금 8천 원으로 시작했는데 10분쯤 지나자 1만5천 원으로 금세 불었다. 슬슬 요금 걱정이 밀려왔다. 생수 제공 외에 기대했던 부가 서비스는 없었다.

내가 첫 손님이라는 T블랙 기사에게 40분 내내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지만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흔쾌히 답했다.

왜 이렇게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느냐고 묻자, 아직 T블랙 차량이 100대밖에 안 돼 종로, 여의도, 강남, 마포 등 주요 거점에 주로 대기하다보니 구파발 같은 서울 외곽 지역은 이동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래도 30분 이상 걸리는 콜택시가 어디 있느냐고 따지듯 묻자, 거꾸로 고객이 호출하면 30분이 걸리든, 1시간이 걸리든 서울 안에서는 어디든 찾아가는 게 원칙이란다. 다만 영업 지역이 아직 서울시에 국한돼 서울시 경계를 벗어난 곳에서는 호출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좀 전에 불법 유턴을 해서라도 고객에게 빨리 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T블랙은 교통법규 준수가 원칙이라고 한다. 고객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고객이 아무리 빨리 가달라고 재촉해도 과속하지 않고 규정 속도와 교통 신호를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다.

도어 서비스 등 VIP 대접으로 모범 택시와 경쟁

카카오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은 벤츠 E클래스 3000CC급 차량을 이용한다. 호출 서비스만 하기 때문에 영업용 차량을 뜻하는 노란색 번호판 외에는 택시 표시등나 빈차 표시 등이 따로 달려 있지 않다.
 카카오 고급 택시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블랙'은 벤츠 E클래스 3000CC급 차량을 이용한다. 호출 서비스만 하기 때문에 영업용 차량을 뜻하는 노란색 번호판 외에는 택시 표시등나 빈차 표시 등이 따로 달려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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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택시 기사들이 친절하긴 한데 우리 서비스가 더 낫다고 하네요."

T블랙 기사 200여 명은 고급 택시 서비스 업체인 하이엔에서 두 달 정도 고객 응대 등 전문 교육을 받은 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소속된 택시회사 10여 곳에 투입됐다. 12시간 2교대로 운영되며, 택시 사납금이 아닌 월급제로 운영된다. 월급이 얼마냐고 묻자 법인 택시 기사 월급 수준(200여 만 원)보다는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규정 속도를 지켰지만 예상 소요 시간보다 2분 빠른 41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11.5Km 거리를 이동하면서 나온 요금은 2만8800원으로 일반 택시비(다음 지도 기준 1만2천 원 정도) 두 배 수준이다. 요금은 카카오택시 앱에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돼 기사와 요금 얘기를 전혀 나눌 필요가 없었다.

기사는 내릴 때도 정확한 목적지가 맞는지 확인한 뒤 차 뒷문을 열어줬다. 또 손님이 택시에서 내리고 난 뒤에도 바로 떠나지 않고, 손님이 차에서 시선을 완전히 뗄 때까지 차 앞에 서서 대기했다. 떠나는 손님을 향한 마지막 예우였다.   

T블랙은 출퇴근 시간이나 약속시간이 급할 때 이용하기보다 일반 택시를 잡기 어려운 한밤중이나, 특별한 날 '이벤트'로 활용하기에 적당해 보였다. 특히 택시 기사를 잘못 만나 불친절한 서비스에 지친 손님들에겐 색다른 경험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곧 한겨울인데, 손님을 밖에서 30분 넘게 떨게 하는 건 아무래도 실례다. T블랙은 1단계로 15분 이내 이동거리에 있는 차량을 배차하고, 고객이 원하면 2단계 30분 이내, 3단계 1시간 이내에 있는 차량을 배차한다고 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차량 배차 뒤 5분까지는 취소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차량 수를 더 늘려 배차 차량의 이동 시간을 최대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택시 블랙도 일반 택시와 마찬가지로 배차된 택시 이동 경로를 지도 상에 볼 수 있지만(왼쪽) 일반 택시와 달리 앱에서 요금을 결제한다.(오른쪽)
 카카오택시 블랙도 일반 택시와 마찬가지로 배차된 택시 이동 경로를 지도 상에 볼 수 있지만(왼쪽) 일반 택시와 달리 앱에서 요금을 결제한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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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카카오택시 블랙, #T블랙, #카카오택시, #고급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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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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