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행

포토뉴스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출발점인 김녕성세기해변에서 출발한 올레꾼의 행렬이 월정리로 향하고 있다. ⓒ 안홍기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축제참가자들이 김녕성세기해변~제주해녀박물관 코스를 걷고 있다. ⓒ 안홍기
2010년 1코스에서 시작한 제주올레 걷기축제(사단법인 제주올레 주최)가 드디어 올레 코스를 한 바퀴 돌았다. 이 축제는 지난 30일 20코스 시작점 김녕 성세기해변에서 개막했다. 축제에 참가한 올레꾼들은 31일 21코스 도착점이자 1코스 시작점과 이어지는 종달바당까지 걸으며 걷기의 즐거움과 행복을 나눴다.

여섯 번째인 이번 축제 참가자는 30일 3000명, 31일 4500명으로 연인원 7500명에 이른다. 그중 외국인 도보여행자가 1000명으로 이제는 대표적인 '글로벌 걷기 축제'가 됐음을 입증했다.

인생의 관문이나 결단 앞두고 있을 때, 과거를 돌아볼 때 걸어야 할 길로 사랑받는 제주올레지만 이 걷기축제 기간만큼은 사색의 길, 치유의 길이라기보단 유쾌·발랄·즐거움의 길로 바뀐다. 올레길이 지나는 지역에서는 제주도 지역민들과 축제참가자, 자원봉사자들이 어우러져 자신이 올레에서 얻은 행복을 서로 나눈다.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출발점인 김녕성세기해변에서 평대초등학교 5~6학년으로 구성된 '뱅밴드'가 가수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부르고 있다. ⓒ 안홍기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출발점인 김녕성세기해변에서 평대초등학교 5~6학년으로 구성된 '뱅밴드'의 공연에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 안홍기
초딩 밴드와 '해녀시대', 제주 문화적 저력 돋보여

이번 축제의 시작은 평대초등학교 5~6학년으로 이뤄진 '뱅밴드'가 열었다. 이른 아침 김녕 성세기해변 무대에 오른 초등학생들은 이문세의 '붉은 노을' 등을 불렀고, 꼬마들의 기타·드럼 솜씨에 반한 참가자들은 몸을 흔들며 환호했다. 

20·21코스를 합친 길이는 26km. '놀멍쉬멍' 걷는다고 하지만 만만하진 않은 길이다. 하지만 중간중간 음악공연이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뱅밴드와 같은 '제주 뮤지션'들의 공연은 제주가 가진 문화적 저력을 보여줬다.

하도리 해녀 합창단 '해녀시대'가 제주 전통 민요에 바탕을 둔 합창을 선보였고, '나형이네 밴드'는 제주도 말로 보사노바 풍의 노래를 불렀다. 제주 정착민인 핑거스타일 기타 고수 '산하'가 들려주는 선율은 그저 즐겁기만 한 게 아니라 신비로움을 느끼게 했다.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월정어촌계정자에서 9살에 시각을 잃은 가수 홍관수씨가 올레꾼들을 위해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 안홍기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 도착점인 제주해녀박물관에서 배우 유준상씨와 기타리스트 이준하씨의 프로젝트팀 '제이앤조이 20'이 올레꾼들을 위해 노래 공연을 하고 있다. ⓒ 안홍기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도 흥겨움을 보탰다. 배우 유준상과 기타리스트 이준하씨가 결성한 프로젝트팀 '제이앤조이 20'은 올레길을 걸으며 만든 서정적인 노래를 선사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유준상씨는 "비행기 푯값과 숙소비만 받기로 하고 내려왔다. 밥은 내 돈으로 사 먹는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주올레 청년 서포터스 '벨레기간세'(제주어로 '유별난 게으름뱅이'라는 뜻)와 자원봉사자들은 축제의 탄산음료 같은 존재들이다. 노란 옷을 입은 봉사자들은 안전관리는 물론 코스 중간중간 올레꾼들과 게임을 벌이며 재미를 더했다. 올레꾼들의 다리가 풀어질 때쯤엔 꼭 봉사자들이 나타나 힘을 북돋웠다.

이마에 꽃을 달고 고양이 분장을 해서 발랄한 '꽃냥이' 차림으로 축제에 참가한 20대 여성 친구 2명은 "좀 걷다가 지친다 싶으면, 노래 공연이 짠~, 오카리나 공연이 짠, 또 지친다 싶으면 오메기떡 만들기가 짠~ 나타나서 지루하지도 않고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겠다"고 했다.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김녕성세기해변~제주해녀박물관 코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참가자들과 림보를 하며 흥을 돋우고 있다. ⓒ 안홍기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김녕성세기해변~제주해녀박물관 코스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참가자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있다. ⓒ 안홍기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둘째날인 31일 제주올레 청년서포터스 벨레기간세 자원봉사자들이 이날의 코스를 출발하는 참가자들의 기운을 북돋우고 있다. ⓒ 안홍기
올레꾼, 스스로 더 즐겁게 "내가 찾은 행복 나누니 더 좋아"

걷기축제를 더 즐겁게 만든 건 참가자들 자신이다. 이번 축제에서 참가자들의 '셀카 요청'을 가장 많이 받은 이들은 '뿌리 게스트하우스 친구들' 8명이다. 제주올레를 걷다가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며 친구가 된 청년들은 2012년부터 매년 이 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엔 검은색 옷에 얼굴을 하얗게 칠한 채 송곳니를 단 흡혈귀 분장으로 올레길을 걸었다.

'뿌리 게스트하우스 친구들'은 올레꾼들에게 막대사탕을 나눠주며 흥겹게 길을 걸었다. 이들은 "제주올레 걷기축제는 항상 좋다"며 "내가 이 길을 걸으며 찾은 행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축제가 참 좋다"고 했다.
제주올레를 걷다가 뿌리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친구가 된 젊은이들. 이들은 흡혈귀 복장을 하고 걷기축제에 참가해 많은 참가자들을 즐겁게 했다. ⓒ 안홍기
일본 돗토리현의 트레킹코스를 홍보하기 위해 2015제주올레걷기축제에 참가한 오하라 요지, 다카스카사 유코씨 등 일행이 돗토리현의 특산품인 대게 모양 모자를 쓰고 걷고 있다. ⓒ 안홍기
이들 못지 않게 시선을 끈 참가자들은 일본 돗토리 현에서 왔다. 현 내 트레킹코스 전문가인 오하라 요지씨와 톳토리 현 지역진흥국 다카스카사 유코씨 등 일행 5명은 축제 내내 대게 모양 모자를 쓰고 걸었다. 대게는 톳토리 현 특산물이다. 오하라씨는 "축제도 재밌고, 무엇보다 제주도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이번엔 반드시 흑돼지를 먹어 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울에서 온 홍준선·박현정 부부는 배낭에 달린 기념품과 배지들만 봐도 '올레 마니아'란 걸 알 수 있었다. 2012년부터 4번째 이 축제에 참가한 이들은 "우리만 따로 걷는 것보단 매년 이렇게 축제에서 다 함께 걷는 걸 좋아한다"며 "오면 늘 좋고 재밌다. 사람들이 함께하고 자연과 맛있는 먹거리가 있어 매년 오게 된다"고 했다.
2012년부터 제주올레걷기축제에 매년 참가하고 있는 홍준선·박현정 부부의 배낭. 제주올레 각 코스의 스탬프와 각 년도 제주올레걷기축제 배지가 주렁주렁하다. ⓒ 안홍기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김녕성세기해변~제주해녀박물관 코스에서 길가의 꽃을 보고 사진을 찍고 있는 아빠와 딸. ⓒ 안홍기
4번째 참가한 외국인 "벌써 내년 축제 기다려져요"

해외에서 이 축젯날만 손꼽아 기다린 이도 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 온 친구와 함께 이번 축제에 참가한 싱가포르 여성 줄리씨는 "2011년에 처음 왔고 이번은 네 번째"라며 "이번 축제가 끝나면 또 내년 축제를 기다리며 1년을 살 것 같다"고 했다.

제주의 삶을 만끽하는 외국인 청년들도 이 축제를 즐겼다. 한라대에서 유학하는 멕시코인 하비에르씨와 러시아인 아르템씨는 '올레 오카리나 동아리'가 즐거운 연주를 하는 동안 옆 풀밭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한동리 정자에서 '올레 오카리나 동아리' 회원들이 축제 참가자들을 위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안홍기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김녕성세기해변~제주해녀박물관 코스 중 한동리정자에서 열린 '올레 오카리나 동아리'의 공연에 축제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안홍기
작년에 제주도로 온 하비에르씨는 "멕시코에도 '횡단 트레일' 같은 길이 있는데 여기보단 훨씬 험하고 뭔가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한 길이다.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고, 혼자 다니기엔 여러 가지로 위험한 곳이 많다"며 "올레길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막걸리를 마셔도 전혀 위험하지 않고 그냥 즐기기만 할 수 있다. 사람들이 함께 걸으면서 행복을 나누는 모습도 너무 좋다"고 했다.

아르템씨는 제주에 온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제주 러버'(lover)가 됐다. 모스크바 출신인 그는 "이렇게 좋은 곳에서 열리는 축제를 나만 즐길 순 없다"며 "내년 축제엔 모스크바뿐 아니라 다른 국가 친구들을 제주로 부를 것이다.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오직 막걸리뿐"이라며 웃었다.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참가자들이 올레길에서 셀카봉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안홍기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첫날인 30일 김녕성세기해변~제주해녀박물관 코스 끝무렵인 평대리 바닷가에서 축제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안홍기
○ 편집ㅣ김준수 기자
태그:#제주올레걷기축제, #제주올레, #벨레기간세, #트레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