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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김천민단협 사무실에서 김천민단협 이동욱 대표와 가맹 단체 대표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시민운동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경북 지역에서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는 김천민단협 이동욱 대표 10월 28일 김천민단협 사무실에서 김천민단협 이동욱 대표와 가맹 단체 대표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시민운동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경북 지역에서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이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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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진척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일주일도 안 되어 성명서가 나왔으니까요. 그러니까 10월 22일(목) 김천민주시민단체협의회 대표자 회의를 갖고 어제(10월 28일) 성명서를 발표했으니까 우리 단체의 입장에서는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입니다. 약간의 이견도 없지 않았지만 누가 보든 비상식에 속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우리의 결속을 다져 주었습니다.

우리 단체 소개를 먼저 좀 해야 할 것 같군요. 정식 명칭은 '김천민주시민·단체협의회'(약칭 김천민단협, 대표 이동욱)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경북 김천 지역에 거주하거나 활동 근거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지역 발전과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만든 조직입니다. 김천 지역에 시민운동 단체가 많지 않은데, 건전한 시민들이 모여 사랑의 마음과 지혜를 모아 민주 시민으로 바로 설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작년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바다에 갇혀있는 아이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일주일간 김천역 광장에서 열었구요. 또 얼마 전엔 전교조의 합법화를 위해 서명운동을 벌였던 적도 있습니다. 그것뿐 아니라 외국쌀 수입으로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을 듣고 수입쌀 반대 선전전도 해서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역사 문제에 정치가 개입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봉건 왕조시대 때조차도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들은 권력의 부당한 개입이 있을 시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사초를 지키려고 했습니다.

조선조 연산군에 의해 일어난 사화(史禍)도 따지고 보면 절대 권력을 믿고 사초에 개입한 것이 발단이 된 것입니다. 하물며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진척되었고 OECD 가입국이라고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국사를 권력으로 다시 쓰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이 문제는 지역을 초월하고 계급계층도 초월하고 연령도 뛰어 넘는 모든 국민의 미래와 관계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경북은 박근혜 대통령의 출신 지역으로 그의 콘크리트 지지 기반이라고들 말합니다. 정서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입니다. 기름 때 묻은 옷을 입고 공장에서 달려온 사람, 추수를 하다 헐레벌떡 뛰어온 농군, 또 학교 등 직장에서 일하던 사람들과 시민들이 뜻을 모아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면서 '역사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는 현 집권 세력입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그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 치도 물러설 기미가 없습니다.

'관계'는 사람이든 단체든 국가도 마찬가지지만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과 여당 지도부는 정해 놓고 따라오라고 호령합니다. 이런 것이 정말 비정상의 정상화, 비상식의 상식화라고 생각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에 우리 김천민단협은 회원들의 뜻을 취합해 아래와 같은 성명서로 우리의 의사를 발표합니다. 지역적 한계를 의식하고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연한 내용으로 우리의 뜻을 표하지만 권력이 자신들의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갈 때 우리의 주장과 실천력의 강도도 점점 높아질 것입니다. 정의와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명제를 믿으면서 아래의 성명서로 고고한 저희의 함성을 만천하에 전하고자 합니다.

[정권에 의한 교과서 국정화 기도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온 나라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 경제의 양극화 현상으로 대다수의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교과서 문제까지 터져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질적 고통에다 정신적 고통까지 더해져 국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우리는 이런 갈등과 분쟁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이 서 있음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봐 왔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그는 집권 이후 소수 극우 지지자들과 의기투합해 국정을 농단해왔다.

그 결과 경제는 침체되고 정치는 실종되었으며 노동자 농민의 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삶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 이것은 권력 잡은 사람의 오만의 결과이며 국정 능력 부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색깔론으로 치장하며 40여 년 전의 유신 독재로 돌리려는 시도에 대한 응보에 다름 아니다.

​발전하는 역사를 가진 민족에게만 희망이 있다. 무한 경쟁의 21세기 국제 사회에서 역사를 후퇴시키는 일은 국민에 대한 무례이자 큰 죄악이다. 지금 선진국뿐 아니라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 중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나라는 없다. 교과서 국정화는 비민주적이고 후진적 교육 정책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과서 국정화는 대통령이 앞장서고 여당 지도부가 따라가는 국격 떨어뜨리기 작업이자 국민의 정신을 박제화하겠다는 우민화 정치의 일환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텃밭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북 지역의 김천에 기반해 활동하고 있는 우리 김천민주시민·단체협의회 회원 일동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입을 열어 교과서 국정화 기도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다. 확언컨대 교과서 국정화는 미래를 희망으로 그려야 할 국민이 걸어 갈 길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학자들이 반대하고 있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교과서 국정화 기도는 정녕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 그리고 소수의 극우세력이 그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고 박정희)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고 김용주) 등 과거 불의의 편에 섰던 이들에 대한 흔적 지우기로 보고 있다. 우리의 현대사를 친일 독재 중심으로 다시 쓰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작용했다면 역사를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다. 역사는 냉정한 것이다. 개인 또는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국의 역사가 E. H.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로 정의했다. 죽은 과거를 살아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살려낸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권의 교과서 국정화 기도를 지켜 보면서 이 정권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을 무시할 뿐 아니라 죽은 과거를 잘 못 살려내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현 집권세력은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역사 전쟁'이라고 했다. 역사 문제로 국민과 전쟁을 치르겠다고 한다. 전쟁을 좋아하는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것은 진리와 정의를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고, 독재로 회귀하려는 무리에게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교과서 국정화 기도를 즉각 중지하라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제 1조 2항을 준수하라고. 이런 국민을 바람을 무시하고 국정화를 밀어붙일 때 일어나는 불상사는 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현 집권 세력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천명해 둔다. 그 책임은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 기반으로 알려져 있는 경상북도 김천시에서 지역 발전과 민주 시민으로서의 역량 강화에 힘써 온 우리 김천민주시민·단체협의회 회원 일동은 지역주의와 특정인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에 반대하면서 이번 박근혜 정권의 교과서 국정화 기도에 대해 뜻을 모아 다음과 결의한다.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교과서 국정화 기도를 즉각 철회하라
하나, 박근혜 정권은 국민들의 뜻을 헤아리고 서민 중심의 경제정책을 실시하라
하나, '좌경'이라는 색깔론으로 국민들을 옭아매지 말고 국민 모두에게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라
하나, 더 이상 특정 지역과 소수 극우세력을 과신해서 독단 정치를 하는 폐단을 지양하고 국민의 소리에 폭넓게 귀 기울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의 투쟁 역량을 강화하고 확대해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몸을 던져 싸울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2015년 10월 28일

김천민주시민·단체협의회

김천농민회, 전교조김천지회, 철도노조김천역지부, 철도노조기관차지부, 철도노조시설지부, 보건의료노조김천의료원지부, 금속노조한국오웬스코닝지회, 금속노조코스파지회, 공공노조화물연대김천지회, 김천YMCA 시민사업위원회 (무순)


태그:#김천민단협, #국정화반대성명, #콘크리트지지, #역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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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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