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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9일 오전 11시 38분]

대구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28일 오후 대구시 동구 율하동 롯데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신고를 당부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28일 오후 대구시 동구 율하동 롯데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신고를 당부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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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임신 8개월 된 배 속의 태아를 장기 이상으로 하늘나라에 보내고 다음해 다시 임신을 했어요. 하지만 태어난 지 123일 만에 다시 하늘나라에 보냈어요. 처음에는 내가 유전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권민정(42,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가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두 아이의 엄마인 권씨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김용태(경북 청송)씨도 "지난 2010년 11월부터 5개월간 아이를 위해 가습기를 사용했다가 2011년 4월 3살 딸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냈다"며 "가습기살균제를 생산하거나 판매한 업체는 지금까지 아무런 사과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추가 신고가 오는 12월 마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28일 오후 대구시 동구 율하동 롯데마트 율하점과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피해자 찾기 대구캠페인'이 열렸다.

가습기살균제는 지난 1994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2011년 말 정부에 의해 시장에서 퇴출될 때까지 전국에서 800만 명이 사용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확인된 사망자만 143명에 이르고 환자는 387명이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사망 9명과 투병 중인 환자 24명 등 33명이다. 잠재적 피해자도 대구35만 명과 경북 15만 명 등 모두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이 28일 오후 대구시 동구 율하동 롯데마트 앞에서 전국순회 캠페인을 가진 가운데 피해자들이 플랭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이 28일 오후 대구시 동구 율하동 롯데마트 앞에서 전국순회 캠페인을 가진 가운데 피해자들이 플랭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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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과 대구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롯데마트 대구율하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지 않고 있다"며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라도 폐섬유화가 확인되는 경우가 있고 암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신고하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모두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신고된 피해자의 사망률이 27%에 달해 가습기살균제 사용 자체가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롯데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에 대해 "롯데마트가 자사 브랜드로 PB(Private Brand) 제품을 만들었다. 대형마트 PB제품 중에는 롯데마트 피해자가 가장 많았다. 피해자가 60명이 넘고 사망자가 22명에 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해 관련성을 판정해 1~4등급으로 구분하고 관련성이 높은 1~2등급에 대해서만 병원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3~4등급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김덕종(40, 경북 구미시)씨는 "2009년 당시 호흡 불량으로 중환자실로 실려갔던 4살 아이가 입원 후 3일 만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며 "2014년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라는 걸 밝히기 전까지는 인체에 무해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업은 인체에 무해한 것이라고 광고하고 판매해 그대로 믿었다가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피해자는 있어도 가해자는 없는데 정부는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생활용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호흡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스프레이 제품의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스프레이 제품은 판매 전에 제도적으로 호흡독성 안전검사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후 가습기피해자모임은 광주(30일)와 대전(31일), 수원(11월 5일), 인천(11월 6일), 서울(11월 7일)에서도 전국순회 캠페인을 가질 예정이다.



태그:#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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