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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죠. 국정 교과서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한테 민생 문제가 더 중요하니까 반대하지 말라는 사람들, 그런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지. 정부에서 쓸데없이 국정 교과서 만든다고 해서 그런 건데. (국정제) 반대하면 경제가 더 안 좋아진다? 정부 논리를 그대로 다시 말하는 거잖아요."

9년 째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이승극씨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신의 가게 앞에 한국사 국정화교과서 반대 현수막을 내 걸었다.
 9년 째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이승극씨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신의 가게 앞에 한국사 국정화교과서 반대 현수막을 내 걸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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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째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이승극씨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신의 가게 앞에 한국사 국정화교과서 반대 현수막을 내 걸었다.
 9년 째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이승극씨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신의 가게 앞에 한국사 국정화교과서 반대 현수막을 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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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 안쪽 자리에 앉은 이승극(58)씨가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이 민생 문제 해결을 미루게 하고 있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자줏빛 등산복 차림에 이따금 손님을 맞는 이씨. 그는 서울 용산구 원효로 골목 한편 9년째 자리 잡은 슈퍼마켓의 주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 동네에 살았다는 그는 28일 오전 9시께 이웃 5명과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각자 집 앞에 내걸었다.

뜻 모은 용산 주민들, 집 앞에 '국정화 반대' 현수막 걸기 시작

15평 남짓한 그의 슈퍼마켓은 서울 용산구 청파, 원효, 효창 세 동이 만나는 꼭짓점 자리에 있다. '5년짜리 정부가 5천 년 역사를 쓸 수는 없다' 골목이 시작하는 슈퍼 왼쪽 담벼락엔 그가 이웃과 함께 걸었다는 현수막 세 개가 차례로 걸려 있었다.

동네가 만나는 골목에 슈퍼가 있다 보니 이씨의 가게는 자연스레 동네 사랑방이 됐다. 생활 방식이 비슷한 10명의 이웃이 가게 앞 골목길에 놓인 파란 플라스틱 테이블에 자주 모였다. 3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나이도 다양하다. 모이면 뉴스에서 봤던 정치, 사회 등 한국 사회 현안들에 대한 이야기를 왁자지껄하게 막걸리를 마시며 나눴다. 국정교과서 반대 현수막 걸기 캠페인에 참여하자는 제안도 이 파란 테이블 위에서 나왔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과 남영역 사이에 한국사 국정화 반대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다. 이 현수막은 '국정화교과서'를 반대하는 용산구 주민들이 자원해 자신의 이름을 넣어 제작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과 남영역 사이에 한국사 국정화 반대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다. 이 현수막은 '국정화교과서'를 반대하는 용산구 주민들이 자원해 자신의 이름을 넣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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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과 남영역 사이에 한국사 국정화 반대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다. 이 현수막은 '국정화교과서'를 반대하는 용산구 주민들이 자원해 자신의 이름을 넣어 제작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역과 남영역 사이에 한국사 국정화 반대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다. 이 현수막은 '국정화교과서'를 반대하는 용산구 주민들이 자원해 자신의 이름을 넣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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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부터 용산 주민과 함께 국정교과서 반대 캠페인을 시작한 배훈 용산시민연대 대표는 "서명 운동만 하면 밋밋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용산 주민들과 캠페인을 결합했다"면서 "시민단체 회원은 물론 화상 경마장 문제로 함께 연대한 주민,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주민이 만나 공동체를 이뤘다"고 전했다.

반대 현수막은 지금까지 총 37장이 모였다. 배씨는 이날 오전 12시부터 이웃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남영역 입구부터 숙명여대역 입구까지 650m에 이르는 길에, 주민들로부터 전달받은 30장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과정에서, 원효로 1가 슈퍼마켓 사랑방 소모임의 이번 캠페인 참여도 시작됐다.

같은 동네에서 15년째 살고 있다는 정연욱씨도 집 앞 한편에 현수막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모임에 있는 사람 중에서, 몰라서 안 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알고 안 하시는 분은 없다"고 말했다. 진보, 보수를 떠나 참여 의사가 있는 주민이 뜻을 모았다고 했다.

"종북 슈퍼마켓이라고 찍히면 어쩌느냐"는 질문에 이승극씨는 "어르신들이 좀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으려나... 동네에 경찰 공무원도 있고, 국정원도 있다고는 하는데, 걸면서 다른 걱정은 안 했다"며 웃었다.

"국정 교과서, 진보·보수 떠나 당연히 반대해야"

9년 째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이승극씨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신의 가게 앞에 한국사 국정화교과서 반대 현수막을 내 걸었다. 이씨는 "진보나 보수를 떠나서 일반적인 양심을 갖고 있으면 당연히 검인정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 "진보보수 떠나 당연히 검인정 해야" 9년 째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이승극씨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신의 가게 앞에 한국사 국정화교과서 반대 현수막을 내 걸었다. 이씨는 "진보나 보수를 떠나서 일반적인 양심을 갖고 있으면 당연히 검인정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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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9년 째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이승극씨가 가게 앞에 한국사 국정화교과서 반대 현수막을 내 걸자 지나가던 주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 동네 슈퍼에 내 걸린 '국정화반대' 현수막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9년 째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이승극씨가 가게 앞에 한국사 국정화교과서 반대 현수막을 내 걸자 지나가던 주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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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15시간 슈퍼를 지킨다는 그는 TV보다는 신문과 인터넷 뉴스로 국정 교과서의 문제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종편 방송을 잘 안 보긴 하는데... 다른 자영업자들은 TV를 많이 보니 접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종편 보도는 정부 논리를 그대로 따르는 사람 말을 많이 활용하니까, 100% 친정부적 관점일 텐데…"라고 우려했다.

이씨는 국정 교과서는 진보나 보수를 떠나 "일반적인 상식을 갖고 있으면 당연히 반대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 때 국정 교과서로 배웠다"면서 "민주화 이후 점점 사회는 다원화되는데, 여러 사람의 이야기와 해석이 들어간 검·인정제로 교과서를 만드는 게 맞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씨는 사실 자신은 보수적 성향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남 간섭받지도 하지도 말고, 스스로 벌어서 살겠다는 생각이다"라며 "그게 보수 아닌가? 그런데 사회가 자꾸 진보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라고 반문했다. 덧붙여 "여론이 상당히 (국정 교과서 추진)에 안 좋지 않나, 여론을 활용해서 밀고 거리로 나갔으면 좋겠는데... 더 열심히 대중화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터뷰 도중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손님이 들어와 담배 한 갑을 샀다. 차곡차곡 정리된 담뱃서랍에서 이씨가 담배를 꺼내는 동안 손님은 계산대 뒤에 붙은 국정 교과서 반대 현수막을 눈으로 흘깃 쳐다봤다. 그는 자리에 앉아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손님이 들어와 (현수막을 보고) 묻거나 하면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손님도 같이 동참할 수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국정교과서, #시민,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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