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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팽이를 후려 치는 귀양의 노인들
 이른 아침 팽이를 후려 치는 귀양의 노인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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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딱딱딱!" 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아침부터 화약으로 불놀이를 하나?"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날씨가 흐리다. 새로 건설된 빌딩들이 안개 속에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일까? 태양을 구경하기 어려워 '귀양'(貴陽)이란 이름이 생겼다는 설도 있다. 시내 중심가에는 클로버 모양의 공원이 펼쳐져 있고, 사람들이 공원에서 무슨 체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딱딱 하는 소리는 저 공원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공원 가까이 가보니 웬 걸? 딱딱 하는 소리는 노인들이 팽이를 치는 소리였다. 엄청나게 큰 팽이를 긴 채찍으로 후려 갈겨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이곳 노인들은 팽이치기를 아주 좋아 한단다. 아이들도 아니고 어른들이 말이다. 팽이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그 큰 팽이를 노인들은 마치 골프 스윙을 하듯 후려 치고 있었다. 그 소리가 화약을 터트리는 소리처럼 요란하게 들려왔던 것.

커다란 팽이를 긴 채찍으로 골프 스위을 하듯 치고 있다.
 커다란 팽이를 긴 채찍으로 골프 스위을 하듯 치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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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팽이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자 그중에 노인 한 분이 자신을 찍어 달라고 한다.그래서 그분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정말 멋진 폼으로 팽이를 후려 갈겼다. 팽이를 후려갈기는 폼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기마자세를 취하는 노인의 폼이 골프스윙보다 더 멋져 보인다.

온힘을 다하여 채찍을 힘껏 휘두를 때마다 휙휙 채찍소리가 나고 곧이어 팽이를 치는 소리가 딱총소리처럼 크게 들린다. 사람은 무언가를 두들길 때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노인들은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온 힘을 다하여 팽이를 친다. 채찍을 맞은 커다란 팽이는 멈출 줄을 모르고 빙빙 돌아간다. 팽이를 치는 노인들의 모습이 무척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귀양에 온 기념품으로 저 팽이를 사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귀주성을 여행하는 내내 팽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가이드에게 팽이를 파는 곳을 좀 알아달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에 귀주성에 갈 기회가 있으면 저 팽이를 꼭 사고 싶다. 커다란 팽이를 치면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건강에도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태양을 구경하기 힘든 중국 귀주성 귀양 시내
 태양을 구경하기 힘든 중국 귀주성 귀양 시내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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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주성(구이저우성)은 중국남서부 원구이고원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전국시대 초나라의 영토였고, 한나라 때는 형주와 익주에 속했으며, 송나라 때 토착민 지도자가 구주(矩州)를 이끌고 귀순하자 '구(矩)'를 '귀(貴)'로 고쳐 구이저우(貴州)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묘족 등 49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귀주성은 해발고도 1000~2000m에 달하는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문화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다. 귀주성의 수도인 귀양시 역시 고원에 둘러싸여 연평균 기온이 14~16°C로 강수량이 많고 햇빛을 보기 힘든 고원지대이다.

자신을 김용남이라고 밝힌 가이드는 귀주성은 주로 귀양을 보냈던 척박한 고원이라고 한다. 이름이 멋있다고 추겨세웠더니 "이름에 '용(龍)'자가 들어가 팔자가 세서 너무 힘듭니다"고 한다. 중국 연길지역이 고향인 조선족 2세인 그는 한국 잠실 롯데월드 건설현장에서 몇 년 동안 노동일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솔직 담백해 보이는 그의 태도가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아침을 먹은 뒤 우리는 귀양 중심가를 지나 '청암고진'성으로 출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난 10월 3일부터 8일까지 다녀온 중국 귀주성에 대한 여행기입니다.



태그:#중국 귀주성 기행, #귀양, #팽이를 치는 귀양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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