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1] <넘버 3>의 재떨이와 <넘버 1>의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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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새누리당 거짓 현수막에 현수막으로 대응하자'고 최초 제안한 '서울지역 민중 총궐기 준비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 박무웅씨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100여 명의 누리꾼이 보내준 돈으로 제작되는 현수막 문구를 보여주고 있다.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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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넘버 3>에 이런 대사가 있다. "재떨이로 흥한 자, 재떨이로 망한다." 재떨이를 현수막으로 바뀌어 봤다.
"현수막으로 흥한 자, 현수막으로 망한다."이게 대체 뭔 말이여? 일명 '현수막 정치'로 그동안 쏠쏠했던 새누리당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내걸었다가 체면을 구겼다는 말이다. 거짓과 선동이 극에 달했다는 글이 SNS를 타고 공중부양하고 있다. 댓글을 모으면 질 낮은 대하소설 10권을 쓰고도 남는다.
분기탱천한 네티즌은 현수막을 소환했다. 과거 새누리당이 내건 "우리를 열 받게 하는 현수막"이 온라인에 복원됐다. 현수막에 적힌 문구는 이렇다.
'등록금 부담 절반으로!', '고교 무상의무교육 시대!', 맞춤형 보육 서비스!', '취업 스펙 타파!', '어르신 임플란트도 건강보험으로!', '아이들 돌봄서비스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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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 새누리가 내건 플래카드 새누리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홍보하기 위해 13일 여의도 국회 앞 대로변에 내건 플래카드.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
ⓒ 곽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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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빡침 댓글'이 줄을 서고 있다. 맞대응 현수막도 등장했다.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100명의 누리꾼이 맞대응 현수막 제작에 써달라며, 한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돈을 보냈다. 보신각을 중심으로 서울 곳곳에 100여 개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다.
제1당인 '정치 넘버 1' 새누리당은 조폭 <넘버 3>보다 못하다.
☞[이슈 인물] "주체사상 문구 끝판왕 새누리당 여기까지 왔구나"☞[발굴 기사] 새 교육과정도 '주체사상' 가르친다[풍경2] 부끄러운 어른의 '발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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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교과서 국정화반대 청소년 2차 거리행동에 참여한 초등고생들이 지난 17일 오후 종로구 인사동거리에서 평화행진을 하는 가운데, 한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행사에 불만을 표시하며 갑자기 현수막에 발길질을 하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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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차기에도 인격이 있다. 강도 잡는 발차기엔 정의가 있고, 시리아 난민을 잡은 헝가리 카메라맨의 발차기에는 세계적인 쌍욕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 수준은 아니었지만 지난 주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볼썽사나운 하이킥이 있었다.
"근조 대한민국 역사교육은 죽었습니다."이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청소년들이 17일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평화행진을 하는 데 난데없이 발길질이 등장했다. 그 모습을 잡은 건 <오마이뉴스>의 현장 카메라였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인격이 드러났다. 전국 방방곡곡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현수막을 내건 그들의 발길질에는 품격이 없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이건 우리 역사에 대한 발길질이다. 그 황당 옆차기를 당장 멈춰라.
☞[오마이포토] 학생에 발차기한 '부끄러운 어른' [풍경3] 우린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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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솔 학생(인덕원중 3)이 지난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앞 세종로공원에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466개 시민단체 참여) 주최로 열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범국민대회'에서 '저희도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좌편향된 역사를 배운적 없습니다'는 글을 스케치북에 적어와서 교대로 펼쳐보이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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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흐르는 젊은 피는 발길질로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청소년들의 저항이 심상치 않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우두커니 1인 시위 현장에 서 있고 밥벌이를 위해 스펙을 쌓고 연애편지도 써야 할 청춘들이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지하철에서 피켓을 들고 고3 여학생이 흘린 눈물도 있다.
발길질한 어른에게 청춘들이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다.
"저희도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정부서울청사 앞 세종로공원에서 한국사국정화저지네트워크 주최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범국민대회'가 열렸을 당시 촬영된 사진이다. 인덕원 중학교 3학년 김은솔 학생이다. 학생들은 바보가 아니다. 새누리당이 말한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박근혜 대통령의 가족사인 것을 알고 있다.
☞[생생한 현장] "'주체사상 교과서'에 분노...우린 바보가 아니다"[풍경4] 애플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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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페이스북 회원 '솔내음'에 따르면, 아이폰의 글 입력 창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넣으면 부정적인 단어와 문구가 추천됐다. |
ⓒ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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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사건'만 터지면 해외순방을 떠나는 박 대통령은 '근혜공식'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박 대통령의 빈자리를 애플이 채웠다. 박 대통령 이름을 아이폰에 썼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박근혜는'이라고 입력하면 '사퇴하라'는 문장을 만들었다. 문장 자동완성 기능이다. 새누리당의 발길질에 질린 네티즌들은 자기가 할 말을 대신하는 애플에 환호성을 질렀다. 이걸 이용해 인증샷을 마구 날렸다. 기술을 만든 건 역시 상식적인 인간이었다.
☞[발칙 영상] 아이폰에 박근혜 대통령 이름을 입력해보니...[풍경5] 정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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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서울 강동구에 개장한 '브이센터'에 자리한 13미터 크기의 대형 로보트 태권브이. |
ⓒ 이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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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지도자는 역사를 바꾸고, 저열한 권력자는 역사책을 바꾼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이 난세다. 난세에는 영웅이 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던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에 대형 로보트 태권브이가 등장했다. 태권브이를 테마로 한 체험형 박물관 브이센터가 문을 열었다.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가 되는 태권브이. 사람으로 치면, 중년인 그에게 정의와 평화를 맡겨야 하는 건 아닐까?
같은 중년인 '작은 거인' 가수 이승환. 그가 힘차게 오른쪽 주먹을 쭉 뻗었다. 자기 페이스북에 <오마이뉴스>의 발길질 사진을 내걸었다. 그것도 고마운데, 그는 왼쪽 주먹도 마저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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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오마이뉴스>가 카메라에 담은 모습을 가수 이승환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
ⓒ 가수 이승환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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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이런 어른이고 싶으십니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그의 '지붕뚫고 하이킥' 발언에 8만4203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1944명은 '공유'했다. 그의 주먹은 파괴력이 컸다. <오마이뉴스>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캠페인에도 독특한 '인증샷'이 줄을 잇고 있다. 청첩장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문구를 써 넣은 피 끓는 정의의 청춘도 있었다.
☞[속풀이 기사]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V"[풍경6] 우리가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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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1월 8일 <오마이뉴스>와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 발간 기금모금 공동캠페인 협약식을 갖고 모금운동에 착수, 불과 엿새 만에 2억 원을 달성한데 이어 최종적으로 7억5000여만 원이 모였다. |
ⓒ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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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우리가 영웅이다. 새누리당의 조상인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친일인명사전 편찬 예산'을 전액 삭감했을 때도 네티즌들이 나섰다. <오마이뉴스>가 친일인명사전 편찬비용 마련을 위한 캠페인을 벌였는데, 불과 보름 만에 5억원... 최종 7억원을 모아줬다. 우리가 한 일이다. '효순미선' '광우병' '탄핵' 촛불을 밝힌 것도 상식적인 우리였다.
역사전쟁이라고 말하지만 5년짜리 정권의 교과서 습격 사건이다. 재떨이와 현수막을 들고 어린 학생들에게 발길질을 해대는 어지러운 시대에 <오마이뉴스>는 영웅들과 함께 현장을 지키겠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 시인)[다시 보는 이슈 스페셜 : 오마이뉴스가 함께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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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쇠고기와 광우병 논란
☞ 탄핵정국-촛불문화제
☞ 역사교과서 국정화 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