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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새누리당 거짓 현수막에 현수막으로 대응하자'고 최초 제안한 '서울지역 민중 총궐기 준비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 박무웅씨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100여 명의 누리꾼이 보내준 돈으로 제작되는 현수막 문구를 보여주고 있다.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새누리당 거짓 현수막에 현수막으로 대응하자'고 최초 제안한 '서울지역 민중 총궐기 준비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 박무웅씨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100여 명의 누리꾼이 보내준 돈으로 제작되는 현수막 문구를 보여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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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새누리당 악질 현수막에 현수막으로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새누리당의 거짓과 세뇌의 현수막에 맞서, 진실의 현수막을 달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은 오는 18일 오후 4시, 보신각을 중심으로 서울 곳곳에 100여 개의 현수막을 다는 작업으로 실행될 예정이다. 100여 명의 누리꾼이 현수막 제작을 위해 돈을 보냈고, 문구를 만들었고, 직접 현수막을 달겠다고 나섰다.

이는 지난 11일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글에서 시작됐다. ID '떡사리추가'는 현수막 대응의 구체적 내용이 담긴 "열받는 새누리 현수막에 전쟁을 선포한다"는 글을 올렸고, 여기에 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호응과 응원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폭발적 반응에 걸맞게 100여 명의 '의지'가 모였고, 그 첫 발을 오는 18일 떼게 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최초 제안자인 '서울지역 민중 총궐기 준비위원회' 소속 시민단체 활동가 박무웅(37)씨와 16일 만났다.

그가 꼽은 '가장 열 받는 현수막'은 단연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현수막이다. 그는 "새누리당이 여기까지 갈 수 있구나, 충격이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번 현수막 대응에도 많이 제안된 게 국정교과서 관련 문구였다. 새누리당 '주체사상' 현수막 아래에는 '그런 거 안 배우는데요, -고등학생' 현수막을 달 예정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새누리당 현수막을 대상으로 직접 행동을 기획하게 됐을까. "새누리당이 잘해서"이고, "야당 현수막이 후져서"이기도 하다. 박씨는 "새누리당은 괴벨스식 방식을 써서 증오의 대상을 분명하게 하는 선명한 구호를 사용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문구를 쓴다"라며 "이에 대응해야 할 제1야당은 평이한 내용만 현수막에 걸더라, 정치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야당이 제대로 못 하니, 시민이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는 "현수막 행동 소식이 퍼지면서 많은 소시민이 '그래도 뭔가 할 수 있겠구나'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며 "현수막 행동은 작은 관심이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고귀한 행동이다, 많은 분이 댓글 하나라도 함께 해주면 고맙겠다"라고 밝혔다.

* <현수막 행동> 참여신청을 원하시면 클릭!

다음은 박무웅씨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열 받는 새누리 현수막에 도전한다!' 현수막 대응을 기획한 계기가 무엇인가.
"<오늘의 유머> 커뮤니티에 노동 개악 (관련) 현수막을 110여 개 달았다고 자랑삼아 글을 올리니 반응이 좋았다. '참여하고 싶다, 후원금은 어디로 보내면 되나' 등 반응이 폭발적이더라. 이런 참여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기획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직접 문구도 제출하고 제작 비용도 모금해서 현수막을 다는 거까지 같이 해보는 게 좋지 않겠나 싶어서, 2~3주 고민해 지난 11일 제안 글을 올리게 됐다.

현수막 대응을 생각하게 된 시작은 정부·여당이 노동 개악 이슈로 '청년팔이'하는 거 때문이었다. 청년들을 위한 노동개혁이라고 하는데,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게 앞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은행 등에서 이미 증명됐다. 내년 대기업들 신규 채용 비율을 더 낮추겠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는데, 그런 식으로 호도하며 약자인 청년을 파는 게 싫었다."

- 온라인으로 많은 것들이 소비되는 시대인데, 굳이 현수막 대응을 택한 이유가 있나.
"새누리당이 최근 현수막으로 프레임을 잡는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하더라. 영향력을 끼칠 거 같더라. 아무래도 문구가 뇌리에 박히니까. 대부분 앞뒤 맥락 제외하고 자극적이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한 문구들인데 그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진실을 알리는 대응을 오프라인에서도 해야겠다 생각했다. 반면, 야당은 정말 평이한 내용만 현수막에 걸더라. 야당이 제대로 못 하니 정치적인 문제에 고민을 가진 시민이라도 나서야겠다 싶었다."

"많은 분이 열의 보여줘 굉장히 뿌듯"

박무웅씨는 "현수막 행동 소식이 퍼지면서 많은 소시민이 '그래도 뭔가 할 수 있겠구나'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며 "현수막 행동은 작은 관심이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고귀한 행동이다, 많은 분이 댓글 하나라도 함께 해주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
 박무웅씨는 "현수막 행동 소식이 퍼지면서 많은 소시민이 '그래도 뭔가 할 수 있겠구나'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며 "현수막 행동은 작은 관심이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고귀한 행동이다, 많은 분이 댓글 하나라도 함께 해주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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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열 받는 새누리당 현수막 문구는 무엇인가.
"'우리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가 끝판왕이었다. 충격이었다. 아, 새누리당이 여기까지도 갈 수 있구나 했다."

-16일 12시 현재까지, 현수막 행동에 몇 명이 돈을 보냈고, 몇 명이 참가신청을 했나.
"모금액수는 100만 원이 넘었다. 지금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현수막은 최소 100개 만들 수 있다. 총 4~50분이 보내주신 금액이다. 18일 직접 현장에 나와서 현수막을 달 분들은 3~40명이 신청해줬다. 문구는 뜻밖에 조금 신청해서 총 23개다. 이 외에도 2명이 재능기부로 디자인을 맡아줬고, 18일 현장 스케치 촬영을 지원해주신다는 분도 있다."

-총인원으로 치면 100명에 달하는 규모다. 
"문구 신청을 직접 하진 않았지만, 인터넷 댓글로 문구를 많이 남겨주셨다. 실제 그걸 인용해서 현수막에 썼다. 그런 규모까지 합치면 100여 명은 훌쩍 넘기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많은 분이 열의를 보여준 것이 굉장히 뿌듯하다. 국정교과서, 노동개혁 문제로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있는데 거기 참가자들 대부분 조직된 조합원이나 단체회원이다. 이보다 훨씬 많은 시민이 정치 문제에 짜증과 환멸, 분노를 느끼지만 뭘 할 수가 없다. 작은 행동이지만 그분들이 참여할 수 있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내세울 방법이 실현된다고 생각하니 참 좋다.

단순히 현수막 100개가 아니라, 이런 소식이 퍼지면 더 많은 소시민이 '뭔가 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댓글 보면, 학생이라 돈도 시간도 없어 참여 못 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댓글로 '공책 한쪽에다 자기 생각을 써서 버스 정류장에라도 붙였으면 좋겠다'고 남겼다. 이런 게 현수막 하나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 모집한 현수막 문구 중 기발한 것들 몇 개만 소개해 달라.
"인터넷 댓글로 올라온 건데, 새누리당이 가장 많이 붙인 현수막이 '노동개혁으로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이다. 여기에 '노동'을 '재벌'로만 바꾸자고 제안했고 그걸 현수막으로 출력했다. '주체사상 배우고 있다'는 문구 바로 아래에다가 고등학생 이미지 넣고 '그런 거 안 배우는데요' 이런 현수막도 있다. '주체사상 교육? 교육부 장관부터 구속시켜~' 이런 것도 있다."

- 이렇게 제작한 현수막을 18일 오후 4시, 서울 곳곳에 붙일 계획이라고 들었다.
"골목까지 붙이긴 어렵고 교통량이 많은 시내 주요 도로, 여의도나 종로, 을지로, 신촌 서대문을 중심으로 붙일 예정이다. 일단 종로 보신각에 모였다가 뿔뿔이 흩어져 붙일 거다."

"사회적 약자의 시민권 발현, 부산·광주판 현수막도 나오길"

박무웅씨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린 온라인 판 대자보.
 박무웅씨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린 온라인 판 대자보.
ⓒ 박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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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수막 행동이 어떤 파장을 가져오길 바라는가.
"서울 거주자가 아닌 분 중 참여 못 해 아쉽다는 반응이 많더라. 물론 전국적인 행동이 되긴 어렵겠지만, 부산판, 광주판 현수막 행동이 진행되면 좋을 거 같다."

- 제안 글에 달린 댓글을 보니, 현수막 행동이 합법적인가에 대한 우려도 있더라.
"최악의 경우 과태료가 나올 수 있다. 나오면 (과태료) 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시민권의 문제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정치적 경제적 기득권을 가진 분들은 어디에건 자기 의견을 올릴 수 있다. 신문광고를 할 수도 있고 자신들의 건물에 플래카드를 내걸 수 있고, 정당 현수막도 걸 수 있다. 정부도 노동개혁에 대해 공익광고 형식으로 온갖 곳에 홍보한다.

반면, 숫자상으로 적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나 국정교과서로 교육받아야 하는 청소년들의 입장은 조직돼 있지 않고, 의사 표현을 할 경제적 능력도 안 된다. 이들의 시민권을 발현한다는 측면에서... 물론 법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겠지만, 법보다는 시민권이 우선한다고 자기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 정당의 대응이 미진해서 시민이 직접 나서는 측면도 있는 거 같다.
"새누리당에 대응해야 할 제1야당에서는 노동 개악 등에 대한 입장조차 제대로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 새정치연합 현수막들도 디자인부터 문구까지 너무 후지다. 국정 교과서 이후에 좀 열심히 하는 거 같긴 한데. 새누리당은 표를 잃을 걸 감수하고서라도 정체성을 분명히 표현하는데 야당은 그런 부분을 회피하고 있다. 정당이 정치적으로, 정책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주민 간담회 한다' 이런 현수막만 걸려있다. 정당으로서 정치적 기능을 발휘하는 거 같지 않다."

- 반면, 새누리당 현수막이 통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새누리당은 괴벨스식 방식을 쓰는 거 같다. '귀족 노동자', '주체사상 교육' 등 증오의 대상을 분명하게 하는 선명한 구호들을 사용한다. 보수세력을 결집하는데 효과적인 문구들을 뽑아내고 있다. 사실관계를 모든 사람이 확인할 수는 없으니, 젊은 세대마저 언뜻 보고 동의할만한 문구를 쓰는 게 강점이다. 분명한 건 문구가 효과적이라는 것과 올바른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문구 대부분이 생각할 기회를 박탈하고 세뇌하는 수준이다."

- 아직도 참여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지금도 모금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행동을 하고 남은 금액으로 두 번째 기획도 해보고 싶다. 사실, 세월호 참사 후 동네 주민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작은 현수막을 거리에 붙였던 기억이 마음 한 편에 남아있어서 이번 행동을 제안하게 됐다. 본인이 가진 의사를 표현하는 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참여 못 하는 많은 사람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관심과 참여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고귀한 행동이다. 많은 분이 댓글 하나라도 함께 해주시면 고맙겠다."


태그:#새누리당, #현수막, #주체사상, #전쟁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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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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