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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네티즌들을 분노케 한 문제의 발단이 된 에어아시아 항공 광고 사진
 캄보디아 네티즌들을 분노케 한 문제의 발단이 된 에어아시아 항공 광고 사진
ⓒ 에어아시아 페이스북 사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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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 항공에 캄보디아 네티즌들의 때아닌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에어아시아 미얀마 지사 측이 최근 동남아 항공판촉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이미지광고를 자사 공식 페이스북에 올리는 과정에서, '베트남항공상품' 이미지에 실수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유명관광명소인 센트럴마켓 사진을 넣었기 때문이다.

에어아시아 항공이 지난 9월 24일 올린 광고에는 수도 프놈펜 유명관광명소로 알려진 프싸 트마이(Phsar Thmei), 또는 센트럴 마켓으로 알려진 종합재래시장의 이미지가 올라와 있다. 지금까지 캄보디아 네티즌들의 항의성 댓글들이 수십 개 이상 달려있음에도 벌써 3주가 넘도록 그대로 올라와 있어 회사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다.

일부 캄보디아 네티즌들은 에어아시아 항공 불매운동까지 거론할 정도로 몹시 흥분한 상태다. 기자 역시 16일 SNS 메시지를 통해 에어아시아 미얀마 지사 측에 공식해명을 요청했지만,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기사를 올릴 시점이 되어서야 에어아시아 미얀마지사 측이 문제가 된 내용을 뒤늦게 삭제하고, 사과문을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이런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건 비단 에어아시아 항공뿐만이 아니다. 해외여행가이드북을 발행하는 우리나라의 한 출판사에서도 지난해 이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베트남관광가이드북에 캄보디아 국민들의 국가적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앙코르와트'라는 글자를 넣었기 때문이다.

요즘 앙코르와트가 캄보디아의 문화유산이란 사실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지만, 이미지만 보면 분명 베트남의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히 있었다. 당시 이를 우연히 알게 된 한국거주 캄보디아인들의 전화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출판사 측이 전량수거를 거부한 대신 다음 편집 시 반드시 이 내용을 삭제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사건은 더 큰 문제없이 일단락될 수 있었다.

캄보디아 국민들의 반베트남 정서, 이유가 있다

 캄푸치아 크롬 깃발 스티커를 얼굴에 붙힌 채 반베트남 시위행사에 참가중인 캄보디아 승려의 모습.
 캄푸치아 크롬 깃발 스티커를 얼굴에 붙힌 채 반베트남 시위행사에 참가중인 캄보디아 승려의 모습.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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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캄푸치아 크롬을 돌려달라 과거 베트남에 빼앗긴 땅을 돌려달라며 승려들과 사회단체들이 합세해 수도 프놈펜 한복판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우리 땅 캄푸치아 크롬을 돌려달라 과거 베트남에 빼앗긴 땅을 돌려달라며 승려들과 사회단체들이 합세해 수도 프놈펜 한복판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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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단순실수나 착오로 잘못 올린 사진 한 장이나 광고 문구 한 줄 틀린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오히려 캄보디아국민들이 별것 아닌 일로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에 대해서 납득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오래된 캄보디아-베트남 양국 국민들 간의 해묵은 감정과 갈등을 이해한다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캄보디아 역사를 살펴보면, 12세기 화려했던 앙코르제국이 몰락한 이후 이 나라의 역사는 '굴욕의 역사' 그 자체였다.

강대국 베트남과 태국의 영향력 하에 속국으로 전락하며, 수백 년 동안이나 치욕을 경험했을 뿐더러, 20세기에 이르러서도 내전을 겪는 과정에 수많은 캄보디아 민간인들이 베트남군으로부터 학살을 당했다. 그것도 모자라 킬링필드로 점철된 폴 포트 공산정권 몰락 후인 지난 1979년부터는 무려 10년 가까이 '해방군'이란 이름으로 들어온 베트남군에 의해 반식민지에 가까운 상태로 통치지배를 받아야만 했다.

그뿐 아니다. 시간을 다시 거슬러 17세기에는 자신들의 조상으로 물려받은 오랜 영토를 이웃 나라 베트남에 제대로 손 한번 쓰지 못하고 빼앗긴 역사마저 갖고 있다. 과거 '사이공'으로 불렸고, 지금은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가 된 호찌민시를 둘러싼 6만 8990㎢에 달하는 영토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도 약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크메르인들과 그 후손들이 살고 있으며, 이 땅을 찾기 위한 사회단체들의 시위와 집회가 수도 프놈펜에서 해마다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캄보디아인들의 반베트남 정서는 그 골이 워낙 깊어 캄보디아에서 대를 이어 오래 살아온 베트남인들조차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자신이 베트남 혈통임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2013년 총선 당시에는 친베트남 성향의 훈센 정권을 겨냥해 유력한 야당총재가 베트남인들을 비하하는 '요운'이란 단어를 사용해 사회적 파장과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작년에는 한 젊은 남성이 단지 베트남인이란 이유만으로 대낮 도로 한복판에서 다수의 캄보디아인들로부터 집단구타를 당해 결국 살해 당한 사건도 있었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베트남인들이 살고 있다. 베트남 조상의 혈통을 이어받은 이들까지 합치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오래전 선대부터 정착해 살아왔거나, 베트남 공산화 직후 메콩강을 거슬러 탈출한 일명 '보트피플'들이다. 이들은 70년대 크메르루즈 정권 시절 베트남인이란 이유만으로 무참히 살해당하기도 했지만, 용케 살아남아 베트남으로 피난했다가 90년대 초 유엔주도하에 과도정부가 수립되자, 다시 돌아와 사는 케이스도 상당수다.

베트남 출신이라는 사실, '주홍글씨'가 돼

 동남아 최대 호수 톤레삽 호수주변 선상가옥에서 물고기를 기르거나 잡으며 살아가고 있는 베트남출신 사람들.
 동남아 최대 호수 톤레삽 호수주변 선상가옥에서 물고기를 기르거나 잡으며 살아가고 있는 베트남출신 사람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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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남아 최대 민물호수인 톤레삽호수 주변에 사는 베트남인들 대부분은 여전히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다. 대를 이어 수십 년 넘게 이 나라에 살았지만,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거주증'만 받았을 뿐 국적을 얻지 못해 땅을 구입할 수 있는 권리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주로 호수 주변이나 강가에 선상가옥을 짓고 민물고기를 기르며 수십 년을 살아왔다. 이들은 명백히 베트남인의 혈통을 갖고 있음에도, 베트남 정부조차 받아주지 않아 영원한 이방인으로의 삶을 살고 있는 신세다.

이 땅에서 태어나 캄보디아 학교에 다니고 이 나라 말과 풍습을 배운 2세들 역시 마찬가지다. 캄보디아 국적법은 조건이 까다로워 캄보디아인과 결혼을 해도 국적이 자동으로 주어지지는 않는다. 또 다른 베트남인일 뿐이다. 메콩강가에 사는 한 베트남인은 "국적이 없기에 2세들 역시 육지로 나가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들에겐 베트남 출신이란 사실이 평생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인 셈이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정부가 2017년에 캄퐁츠낭지역에서 열리는 강축제를 대비해 강가 주변 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베트남인들이 거주하는 수상가옥들을 대대적으로 철거하고, 대체해 살 곳을 제공한 적이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 정부가 대체주거지로 내준 곳은 정작 수심이 너무 낮아 고기를 기르기에 힘들 뿐더러 주변 환경이 열악해 베트남 출신 이주자들의 불만이 높다. 보상비나 이주비용이 터무니없다는 주장도 쏟아져 나왔다.

 국적도 없고, 땅을 구입할 권리도 갖고 있지 않아 메콩강 주변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베트남 보트피플과 그 후예들.
 국적도 없고, 땅을 구입할 권리도 갖고 있지 않아 메콩강 주변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베트남 보트피플과 그 후예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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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에게 캄보디아 국적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동정론을 펴는 캄보디아인들도 더러 있다. 이러한 논리에는 베트남인들의 안정적 정착이 결국 국가와 지역 사회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대의명분도 포함되어 있다.

캄보디아 대학생 소은 나린(22)은 "그들도 오랫동안 살아온 만큼 캄보디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캄보디아인들의 생각과 정서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과거 양국 간 오랜 역사와 연관된 일종의 '트라우마'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 캄보디아인들은 베트남의 땅이 되어버린 캄푸치아 크롬 지역을 기억 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인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도 놀랍게도 자국영토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는 지식인들도 적지 않다.

캄보디아 현지 언론인 붓 폴라씨(42)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캄보디아 지식인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여느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반베트남 정서를 강하게 갖고 있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고기를 잡기 위해 우리나라 강변에 살기 시작한 이들이 점점 내륙으로 들어와 결국 우리 땅을 모두 차지해버리고 말았다. 지금 베트남인들을 받아들여 그들이 자식을 낳고 그 수가 늘어난다면 또다시 그런 일(베트남이 과거 캄푸치아 크롬지역을 복속시킨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이번 에어아시아의 사소한 광고실수에 캄보디아국민들이 이렇게까지 흥분한 이유를 누군가 묻는다면, 붓 폴라씨의 주장에 그 해답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메콩강변 고기잡이 배를 탄 소녀의 모습. 도시개발이 가속화됨에 따라 메콩강이나 톤레삽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베트남인들도 점점 그들이 살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 메콩강변 고기잡이 배를 탄 소녀의 모습. 도시개발이 가속화됨에 따라 메콩강이나 톤레삽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베트남인들도 점점 그들이 살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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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프라자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