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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아에리브르 축제 전경 파리 인근을 지나는 2km의 아주 짧은 고속도로 A186를 하루동안 막아놓고 페스티발이 열렸다. 내년에 들어설 트람 공사로 올해가 고속도로 상에서 여는 마지막 페스티발이다.
▲ 라부아에리브르 축제 전경 파리 인근을 지나는 2km의 아주 짧은 고속도로 A186를 하루동안 막아놓고 페스티발이 열렸다. 내년에 들어설 트람 공사로 올해가 고속도로 상에서 여는 마지막 페스티발이다.
ⓒ 정운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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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동쪽에 인접한 몽트러히(Montreuil)에서 고속도로 2km를 앞뒤로 막아놓고 열리는 아주 재미난 에코-페스티발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이름하여 'LaVoie est Libre'(라 부아 에 리브르), 길이 열렸다는 뜻이다. 14명의 자원봉사자와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어낸, 주민 중심의 지역 페스티발이란 사실이 독특했다. 또한 여기저기 흔치않게 보이는 태양광 발전기들을 보는 것도 무척 신선했지만 나의 이목을 가장 끌었던 것은 바로 '페쉬'(Pêche)라고 불리는 지역화폐였다.

페쉬는 불어로 복숭아라는 뜻인데, 어째서 복숭아가 이 동네의 지역화폐 명칭이 됐을까. 이 이야기를 하려면 몽트러히의 역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몽트러히가 복숭아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17세기경. 파리의 다른 주변 도시와 마찬가지로 몽트러히도 파리에 식량을 제공하는 농업 지역이었고, 이곳의 특산물은 복숭아였다. 원래 복숭아는 따뜻한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파리같은 위도에서 복숭아를 생산하기는 불가능했다.

 프랑스 왕에게 진상하는 복숭아를 생산했던 몽트러히의 복숭아 밭.
 프랑스 왕에게 진상하는 복숭아를 생산했던 몽트러히의 복숭아 밭.
ⓒ 정운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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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어떻게 극복했느냐! 몽트러히 농부들은 밭에 2m 높이의 '복숭아벽'을 설치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햇볕으로 따끈하게 달궈진 벽이 복숭아가 열리기 좋은 온도를 유지하게 되는 원리였다. 이 방법은 퐁텐블로 등 다른 지역에도 퍼져나갔다. 그래서 남프랑스에서 복숭아를 운반해오는 수고 없이 파리 바로 옆에서 복숭아를 공급할 수 있었다.

복숭아는 궁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고급 과일이었다. 프랑스 대혁명이 끝나고 왕족의 특권이 사라진 뒤, 민중도 복숭아를 먹을 수 있게 되자 복숭아 밭은 크게 늘어나 19세기 말에는 복숭아 벽 길이가 총 700km, 농경면적 600 헥타르에 이르게 됐다.

20세기에 들어서 파리 인구가 늘어가고 운반수단이 발달하자 복숭아는 남부에서 생산해 운반해서 먹고, 몽트러히의 복숭아 밭에는 주택과 상가가 들어서게 됐다.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자취만 남은 이 지방의 특산물인 복숭아와 복숭아 벽을 기리기 위해서 몽트러히 지역화폐의 이름을 '복숭아'라고 칭하게 되었다.

점심을 지역화폐로 사먹어보고 싶어서 지역화폐 협회가 있는 부스까지 걸으며 중간 중간 부스에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끝에서 저끝까지 걷느라 점심시간이 다 지난 오후 2시가 되서야 지역화폐 부스 도착했다. 이 협회의 일원과 문답을 나눴다.

 지역화폐를 교환하고 관리하는 협회 부스. 헤드폰을 끼고 앉으면 '돈'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돈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왜 지역화폐가 필요한지 등등등.
 지역화폐를 교환하고 관리하는 협회 부스. 헤드폰을 끼고 앉으면 '돈'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돈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왜 지역화폐가 필요한지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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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지역화폐가 필요한가?
"우리가 유로화로 물건을 샀다고 치자. 상인이 번 돈을 은행에 넣으면,은행가 수중에 돈이 들어가고, 유행가들은 모아진 돈으로 실제 현금보다 9배 많은 (실존하지 않는) 돈으로 대출을 내주고, 은행 이자를 챙겨 돈을 불리고, 주식을 하고, 투기를 한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왔던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은행가들은 은행 돈을 자기들 요트, 선박, 주택을 만드는 데 탕진하고, 식량을 갖고 투기를 했다. 하지만 지역화폐를 쓰게 되면 돈의 흐름이 그런데로 흘러가지 않고, 지역으로 한정돼 지역경제발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 그럼 페쉬와 교환한 유로를 일반 은행에 넣으면 안될 텐데, 어디다가 유로화를 저장하나?
"La Nef(라 네프)라는 윤리적인 금융사에 입금한다. 라네프는 일반 은행처럼 주식시장이나 식량투기에 돈을 운용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에 투자한다."

그래서 나도 한번 지역 화폐를 써보기로 했다. 협회에 가입을 해야 지역화폐를 살 수 있었다. 가입비는 자유기부인데, 나는 몽트러히에서 멀리 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돈 거래를 계속할 게 아닌지라, 가입비 1유로를 내고 10유로에 해당하는 10페쉬를 샀다. 다시 말해서 총 11유로를 지불했고, 페스티발동안 200명에 한해 1유로를 더 주는 프로모션이 있었기 때문에 11페쉬를 받았다.

 몽트러히 지역화폐 '페쉬'는 이렇게 생겼다. 좌측에 있는 목록은 페쉬를 살 때, 구매자가 지원하고 싶은 지역협회의 목록이다.
 몽트러히 지역화폐 '페쉬'는 이렇게 생겼다. 좌측에 있는 목록은 페쉬를 살 때, 구매자가 지원하고 싶은 지역협회의 목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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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쉬를 살 때 작성하는 서류에 내가 낸 유로화의 일정 퍼센트를 어디에 기부할 것인지 선택하는 항목이 있었다.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주택건설사업에 투자한다거나, 윤리적인 상거래에 투자한다거나, 이민자들을 돕는 협회를 지원한다거나 등등. 페쉬를 갖고 다시 저쪽 끝에 있는 식당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페쉬를 받는 부스도 있고, 받지 않는 부스도 있었다.

유기농 밀을 방앗간에서 빻아 르방으로 발효시키고 손반죽을 해서 만든 진짜 수제 빵을 사먹고 싶었는데,페쉬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어디서 왔느냐 물었더니 파리에서 왔다고 한다. 아쉽지만 난 이 페스티발에서 페쉬로만 결제를 하기로 했으니 페쉬를 받는 부스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빵과 과자를 샀다. 빳빳한 페쉬를 받으면서 '와~, 오늘 두 번째로 받은 새 지폐에요!'라며 좋아하던 상인들과 초면이지만 야릇한 연대감이 느껴졌다.

11페쉬를 다 쓰고나서야 페스티발을 떴다. 당연히 내가 페쉬로 낸 돈은 온전히 몽트러히의 지역경제로 흘러들어갔고, 윤리적인 활동을 하는 몽트러히 협회에 분담금으로 지원될 것이다. 

지난 2014년 6월 21일부터 통용되기 시작한 페쉬의 사용자는 총 십 만의 몽트러히 인구 중에서 약 250명. 프랑스에는 현재 30개의 지역화폐가 쓰이고 있으며 지역화폐를 고려 중인 곳이 또한 30군데라고 한다.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방안의 하나로 고안된 지역화폐와 지역경제의 앞날에 희망과 기대를 가져본다.

 페쉬를 취급하는 부스에는 '우리 페쉬 있어요'하는 푯말을 붙인다. 페쉬는 동전이 없기 때문에 거스름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로로 받는다. (쌍팀 = 1유로보다 작은 금액의 동전으로 영어권의 센트에 해당)오른편 표지판은 유기농 주점부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비너스의 젖꼭지'라는 협회의 이날의 메뉴다. 지역에서 생산한 복숭아향의 흰 수제 맥주를 2유로에 판다는 내용.
 페쉬를 취급하는 부스에는 '우리 페쉬 있어요'하는 푯말을 붙인다. 페쉬는 동전이 없기 때문에 거스름돈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로로 받는다. (쌍팀 = 1유로보다 작은 금액의 동전으로 영어권의 센트에 해당)오른편 표지판은 유기농 주점부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비너스의 젖꼭지'라는 협회의 이날의 메뉴다. 지역에서 생산한 복숭아향의 흰 수제 맥주를 2유로에 판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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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주가를 날리던 2008년, 서버에 대한 보이콧으로 티스토리로 이주. '에꼴로'란 닉넴으로 활동하던 파워트위터러. 친환경, 유기농, 대안적인 삶, 지속가능한 사회에 관한 기사를 수 년 째 여러 온오프 매체에 기고. 사람만나고 사진찍고 글쓰고 영화보고 노래하길 즐기는 한량.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좀 진작 할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