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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지난 2013년 8월 2차 해고된 정승기씨 . 사진은  지난 8일 모습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지난 2013년 8월 2차 해고된 정승기씨 . 사진은 지난 8일 모습이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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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22일째다. 그는 낙심해 있었다. 최근 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정승기(53)씨. 그는 1993년부터 16년여 동안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현장 노동자로 일했다. 일밖에 몰랐던 그는 회사가 주는 상을 13번이나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6부터 벌어진 한국타이어 노동자 돌연사 논란 당시 사측을 공개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 일로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지난 2010년 3월 해고됐다. 그는 "회사의 억압적 조직문화와 열악한 작업환경을 고발한 데 대한 보복 징계"라고 항의했다. 대법원의 '부당 해고' 판결에 따라 지난 2013년 7월 복직했다. 해고된 지 3년 4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복직 2개월 만에 다시 해고됐다. 복직 이후 사원을 선동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게시하거나 배포해 회사 경영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을 포함, 해고 이유는 7가지였다.

이 중 4건에 대해서는 1차 해고 때 이미 법의 판단을 받았다. 다른 2건은 해고된 상태에서 있었던 일이다. 복직 이후 있었던 일은 법원에서도 징계 사유로 보지 않았다. 결국, 해고자 신분에서 회사를 비판한 일로 해고된 셈이다.

1차 해고 때 그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 1·2·3심 모두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다. 1심은 물론 지난 7월 있었던 2심에서도 패소했다.

정씨는 법원 판결에 "억울하다. 말도 안 된다. 사법 정의가 무너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1차 해고 기간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한 공익 목적의 활동을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며 "게다가 허위사실이 아니라 사실이거나 사실로 볼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한국타이어 생산 공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직원에 대한 사찰"이라며 "직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이 대화 제의마저 거부했다"며 "복직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21일, 그와 농성장에서 나눈 주요 인터뷰 요지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정승기씨가 31일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삭발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정승기씨가 31일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삭발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 이대식 민주노총대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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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농성 22일째다. 농성 이유는?
"원직 복직을 위해서다. 부당해고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0년 3월 해직됐다가 법원의 '부당해고'라는 판정에 따라 2013년 7월 복직됐다. 그러다 복직 2개월 만에 또다시 해고됐다. 해고 사유는?
"사측이 7가지 이유를 들어 해고했다."

-구체적인 해고사유는?
"다음은 소송자료에 나와 있는 사측의 해고 사유와 내가 한 반박 내용이다. 이 자료를 참고해 달라."

1항. 2008년/ 고객인 대리점 사장이 타이어 등 상차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였음. 이로 인해 회사의 신용을 해하였음
-> (반박) 농담으로 한 말이었고 1회에 불과, 업무 저해성이 없었다.

-2항. 2008~2009년/ 연간 평균 20회 이상의 외출, 조퇴 등의 사용, 불성실한 근무태도 등으로 인하여 2008년 2/4분기부터 2009년 3/4분기까지 6회 연속으로 최하등급인 E등급의 근무평정을 받음, 근무평정 성적 불량
-> (반박) 원고가 언론접촉을 통해 사측을 비판하자 근무평정이 저조해졌다. 최하위근무평정을 받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없다.

3항. 2009년/ 3월, KBS와 한 인터뷰에서 '회사는 사과문 하나 발표한 적 없고 변명만 하고 있다. 회사가 산재 처리문제를 제기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를 징계하고 강제전환 배치하였다'는 허위내용을 전달, 회사의 명예를 손상함. 이 과정에서 2008.2.대전공장 인사위원회 회의내용을 무단으로 녹음한 CD를 언론에 유출(회사에 대한 명예훼손, 회사의 중요기밀사항 외부 누설)
-> (반박) 징계를 방어하기 위해 녹음한 것을 방송제작진에 건넨 것이다. 사업장의 근로환경 개선 및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공익적 동기에서 비롯된 행위다.

4항. 2009년/ 4월과 5월, 대전 MBC에 '회사가 직원 감시용으로 CCTV 설치하고, 역학조사와 관련 회사 측의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회사가 헝가리 공장에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사태 수습하였으나 국내에서는 사과는커녕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허위 왜곡 사실 전달
-> (반박) 사측으로부터 압박을 받았던 때로 감시 목적으로 받아들일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헝가리 공장에서 대표이사가 직접 사과한 것처럼 국내 근로자 집단사망 문제에도 사측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5항. 2011년/ 1월부터 2013.4.경까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허위 내용과 회사 명예 훼손하는 글을 게시하고, 그러한 내용의 글 또는 댓글들을 방치하였음
-> (반박) 제3자의 게시물에 대해 원고에게 삭제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제 3자가 한 행위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게시된 글이 어떤 부분이 문제되는지 사측이 알려준 바도 없었다.

6항. 2012년/ 르포작가를 만나 허위사실을 이야기해 허위 내용이 기재된 책이 발간, 배포하게 함.
-> (반박) 허위사실을 말한 바가 없다. 일부 다르게 표현된 부분은 작가가 잘못 기재한 것으로 출판 이후 오류를 발견하고 작가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작가가 작성한 출판물을 내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7항. 2013년/ 7월경 회사와 노동조합의 협상 및 합의 사실을 허위, 왜곡한 내용(회사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 취하하도록 강요한 것처럼 적시)의 유인물을 배포
-> 원고가 다른 근로자들에게서 들어서 확인한 것으로 사실로 믿을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지난 2013년 8월 2차 해고된 정승기씨 . 사진은  지난 8일 모습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지난 2013년 8월 2차 해고된 정승기씨 . 사진은 지난 8일 모습이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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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의 해고사유에 대한 입장은?
"이 중 1~4항까지는 1차 해고 때 이미 법적 판단을 받았다. 징계사유가 되지만 해고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거였다. 5~6항의 경우 해고된 상태에서 있었던 일이다. 7항의 경우 법원에서도 징계사유로 보지 않았다. 특히  5-6항의 경우 1차 해고자 신분 때 있었던 일로 회사 내 노조 운영의 비민주성, 사업장 내 산업재해 발생 등 안전문제 등 근로조건 개선과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다. 게다가 해고 상태에서 있었던 일이다."

-2차 해고 무효소송에서는 1.2심 모두 패소했는데?
"억울하다. 말도 안 된다. 판결에 법리적 오해가 많다고 생각한다. 사법 정의가 무너진 느낌이다"

-가장 억울하게 생각하는 것은?
"법원이 1차 해고 기간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한 공익 목적의 활동을 징계 사유로 인정한 점이다. 사측이 해고 이유로 내세운 대부분이 사적인 목적이 아닌 근로자의 복지증진과 지위향상을 위한 공익 목적에 의한 것이다. 게다가 허위사실이 아니라 사실이거나 사실로 볼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

-소송과 무관하게 현재 한국타이어 내 가장 큰 문제를 한가지 꼽자면?
"직원에 대한 사찰이다. 직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직원들 속에 감시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북한의 5호 담당제와 무엇이 다른가? 오죽했으면 내가 '살아서도 감시하고 죽어서도 감시한다'고 말했겠는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지난 2013년 8월 2차 해고된 정승기씨 . 사진은  지난 8일 모습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지난 2013년 8월 2차 해고된 정승기씨 . 사진은 지난 8일 모습이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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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에서는 사찰이나 선거개입을 한 적도, 할 의사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입증할 관련 문서가 있다. 이미 <오마이뉴스>에서도 직원들에 대한 사찰 정황을 보도했지 않나.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한다."(관련기사: 한국타이어, 노조 대의원선거 '공약 작성'에 개입했나)

-직원들에 대한 사찰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사측에 우호적인 노조를 통해 임금은 적게 주고, 일은 많이 시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사측은 매년 15%의 영업이익을 챙겨왔다. 회사의 성장 이면에는 저임금을 주고 작업환경 투자를 소홀히 한 측면이 크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이 노조결성 수 개월만에 1000여 명을 넘어섰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어용노조에 대한 불신과 저임금 등 그동안 사측의 억압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 례로 한라공조의 경우 한국타이어 자회사인데도 한국타이어 직원들보다 임금이 훨씬 더 많다."(관련기사: 한국타이어 52년 만에 복수노조 설립)

-단식 22일째다. 건강상태는?
"힘들다. 하지만 버틸만하다."

-사측에 대화 제의는 안 했나?
"대화를 하자고 제의했다. 사측에서 거부했다."

-농성은 언제까지 할 건가?
"복직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할 생각이다."


태그:#한국타이어, #정승기, #해고, #금속노조, #단식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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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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