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창작센터에서 진행 중인 <우산과 부채> 전시를 관람하면서, 그리고 공식 인터뷰 약속이 아닌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이 전시를 함께 만든 안성석, 차지량과 인세인박 작가의 조금은 다른 감수성의 차이를 느낀다. 감수성이며 성격이 제각각 다른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전시의 주제와 작품들을 보고 짐작할 수 있는 '예술작품의 사회적 감각'에 대한 인세인박 작가의 입장이 의외다.
'현재의 불확실성의 세계, 더위와 바람 - 미래의 이야기, 제도 속에 노출된 미약한 개인, 희미해진 연대를 논하는 전시'라는 문장이 꽤 많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예술과 사회의 교차점을 찾는 일에 관심이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은 작가들이 현재의 세계를 해석하는 시각이나 작품을 통한 사회적인 발언 등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대답은 짧았다.
"큰 의미는 없어요"
작품이 말하고 있는 그대로 이데올로기는 가고 이미지만 남았다. 그리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이것들은 모두 이미 지난 이미지일 뿐이다. 스물아홉 살부터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시작한 인세인박은 그 시작이 꽤 화려하다. 현대인들의 삶을 장악하고 있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의식을 강하게 드러냈고, 그것이 동시대의 공감대를 얻었으리라.
비교적 고급스러운 LED보다는 네온사인의 '싼마이' 느낌이 더 좋다는 작가는 네온사인문자의 부분적인 깜박임을 통해 내용의 반전을 보여준다. 신한 갤러리 <미디어의 습격>전시로 2009년 데뷔하여, 2011년 아라리오 갤러리에서의 <M.Idea>전시 이후 <Blame Game>(영은미술관, 2012), <Director's cut>(아라리오 갤러리, 2014) 등의 개인전을 꾸준히 열어왔고 수많은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3년에는 제2회 에트로 미술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작년 2014년에는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 지원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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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세인박 작가의 작품 "미디어(MIDEA)", neon, flashing, 30x78cm, 2010년 |
| ⓒ 인세인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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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초기에 인세인박은 작품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사명을 가졌다고 한다. 특히나 한 단어에서 다른 단어를 찾아내는 문자놀이 같은 그의 작품은 발표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큰 재미를 주었다. 일명 언어유희라고나 할까. 인간의 사회화 과정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무방할 '문자'를 바탕으로 작업을 하니 관람객과의 소통 또한 즉각적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작품을 통해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 부담이 느껴졌다고 한다. 너무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객들이 직접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다고. '내가 뭐라고…', '내 생각이 다 옳은 것도 아닌데…'라는 말들로 자신을 낮추는 작가의 겸손하고도 혼란스러워 보이는 모습에 공감이 일었다.
더불어 그는 '작품이 말하는 시간'보다 '작품에 대해 해설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현대미술에 대한 회의감도 느끼고 있었다. 때문에 최근에는 시각적인 감각에 의존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우산과 부채> 전시에서 가장 많은 개념과 상징이 담겨있을 것 같은 공간이 바로 인세인박 작가의 전시공간이다. 관객들로 하여금 그 의미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을 온전히 관객들의 해석에 맡기고 싶다는 입장을 비친 작가에게 작품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인터뷰를 통해 이 사람의 삶을 대하는 태도, 작가의 세계관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몇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인세인박 작가님 전시공간에서 첫 번째로 만나는 작품 "Director's cut 2(single channel video, neon_variable installation, 2015)"을 처음 봤을 때, 저처럼 비위가 약한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들이 자의, 타의 이유로 죽어가는 장면들이 굉장히 어지럽게 편집되어 있는데 잔인하고 끔찍해요. 후에 작가님을 통해 인터넷 상으로 별도의 성인인증과정 없이 누구나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는 영상들일 뿐이라는 말씀을 듣고 충격은 배가 되었어요. 그 장면들 중에는 한 정치인이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살하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도 있다고 말씀해 주셨죠. 이런 장면들을 계속 보고 있으면 스스로 의식하고 있거나 아니거나 정신적인 충격의 잔상이 남을 것 같아요. 사람이라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죠.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를 수집하고 그것을 재편집해서 작품으로 다시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계신데, 이미지를 수집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있나요? 그간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예술가는 창작자가 아닌 편집자"라는 생각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이 작업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을 때의 일화 등이 궁금합니다."그냥 그림이 그리고 싶을 때도 있는데 '왜 그렸어?'라는 질문을 받거나 작품에 의미를 부여해야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한동안 고민이 깊어질 때가 있었어요. 내용에 이미지를 끼워 맞추려고 하는 스스로를 느끼면서 '입으로 하는 미술'이 싫어서 회의감이 들었죠. 그게 2012년 개인전이 끝나고 난 이후쯤이었어요. 전시하자는 연락도 많이 왔었는데, 대부분 응하지 못했어요. 2년 정도 고민이 많았죠. 그 고민 끝에 나온 작업이 <Director's cut>입니다.
작업방식은 설명드릴 수 있어요. 'money(돈)', 'capitalism(자본주의)'와 같이 주제와 관련된 단어를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해요. 연관되어 나오는 단어와 이미지들을 따라서 끊임없이 웹서핑을 하는 거죠. 연관단어에서 많은 단계를 거치다보면 처음엔 '자본주의'로 시작했지만, '포도'까지 올 수 있거든요. 결국엔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지는 거죠. 이상하죠? 이미지를 줍는 과정은 거의 비슷해요. 최종 이미지를 주워올 때는 오롯이 감각으로 정해요. '이거다!' 이렇게 느낌이 딱 올 때가 있어요. 당연히 취향이 반영되겠죠. 풍경보다는 인물과 텍스트(문장)에 관심이 많고, 잔인하거나 야한 것들…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이미지를 좋아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미지를 수집하는 과정, 그 길을 누군가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결과적으로 관객이 보게 되는 작품에서는 그 과정이 읽히지 않죠. 아무도 모를 거예요."
-작품 "Death to pigs (neon, glass, emergency lights, casting, variable installation, 2015)"에서 경고등의 변화와 점점 잠식되는 돼지머리에 붙어있는 빨간 별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어요. 게다가 'GOVERNMENT(정권)'라는 글과 그 안에 'OVER ME'라는 말이 쓰여 있어요. 벽은 녹색인데, 그것이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색이라는 것을 전시자료를 보고 처음 알았어요. 옆 작품의 'JESUS FUCKING WITH ME(오, 주님과 함께)'라는 글씨까지 겹쳐 보여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이 담겨있는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Fuck'이라는 단어가 단순 강조일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욕설로 더 익숙하기 때문이겠죠. 'Over me'는 어떻게 번역해야할지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요.
"Unknown(c-print, transformed frame, 2015)" 시리즈 중 일부 피사체는 실제 살인자의 사진이죠. 그 것을 모르고 봤을 때와 알고 봤을 때 기분이 굉장히 달랐어요. 우리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온갖 기호와 상징들을 습득하는 것(대표적으로 언어를 통해 취하는 정보)에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순수하게 '보고 느끼기'보다는 '의도를 읽어내기'에 더 골몰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현대미술의 특징이기도 하죠. 가령 비스듬하게 잘려나간 액자를 보면서 그것이 주는 감각에 집중하기 보다는 '액자를 왜 잘랐을까?', '무슨 의미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이성'을 작동하지 않은 채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아니 매우 어려운 일이예요. 네 면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공간 작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구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번 전시는 과제하는 것처럼 작업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주제가 분명하니까, 그에 맞춰 하는 거죠. 이즘(ism, ~주의)이라는 큰 주제를 정했고, 색으로 구분된 각각의 이즘 내에서는 자유롭게 감각에 의존해서 작업했어요. 주제와 관련되어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직접적인 이미지들을 쓸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엔 전시 전체가 재미없어 질 것 같아서 안 썼죠. 사실 이번전시에 맞춰 제작한 영상도 있는데 상영하진 않았어요.
중학교 때 봤던 '세 가지색, 블루/화이트/레드'라는 프랑스의 시리즈 영화가 있어요. 프랑스의 국기를 구성하는 세 가지 색인 블루(자유), 화이트(평등), 레드(박애)에 맞춰 각각 영화를 제작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큰 주제랑은 좀 거리가 느껴지는 것들이었죠. 예전부터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 아이디어를 차용했어요."
-2013년에 제작된 회화작품을 한 점 보고 책 한 권이 생각났어요.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 박이소의 번역으로 출판된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는 책이요.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Mary Anne Staniszewski)라는 미국의 미술사가 쓴 책인데 원작의 제목이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believing is seeing)'거든요. 시대에 따라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예술의 정의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죠. 이후에 찾아보니 아서 아사 버거(Arthur Asa Berger)라는 미디어 비평가의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seeing is believing)'라는 책도 있더군요. 작품과 해설에서 작가님이 언급하시는 혹은 차용하는 문구들이 현대사회에서 미디어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해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꽤나 많고, 이번 전시의 10개의 작품 모두 "이데올로기는 가고 이미지만 남았다."는 개념을 전달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예술 활동이 감정의 표현이지만 한편으로는 지적산물이라고도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의미는 없다.'고 발언하는 작가님의 태도와 작품들이 분출하는 에너지 사이에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이 되요. 작가의 의도와 관객들의 감상이 무관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신지…. 저처럼 깊게 생각할수록 어려워하는 관객들이 좀 더 작품에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제 의도를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아주 말도 안 되는 장치들을 마련해놓기는 해요. 연관이 없으면서도…, 있으면서도… 뭐 그래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이거다, 저거다 일일이 까발리기도 싫고, 다 얘기할 수도 없어요.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없어도 괜찮아요.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화두이지만 저의 모든 작업이 관객을 고려한 행위는 아니에요. 예를 들면 무언가를 먹었으면 싸야 되듯이 저는 이미지를 봤으면 뭔가를 만들어야 해요. 본능적으로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작가님 학창시절이 궁금합니다. 미술대학 진학을 결정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미술대학을 졸업해도 작가의 길을 걷지 않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것이 현실인데, 지금까지 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는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돈 모아서 옷 사는 걸 좋아했거든요. 2학년 때부터 의상디자인과를 가고 싶었는데 막상 입학원서를 넣을 때 그 학과를 적은 적이 없어요. 아마 그 쪽으로 갔다면 완전 다른 인생이 되었겠죠. 대학에 다닐 때에는 붓질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유화가 마르는 시간을 기다리는 게 너무 답답하고… 정해져 있는 건 다 부정하고 싶었어요. 입시미술을 할 때에 정형적인 정물화 구도 있잖아요. 왜 앞에 두 개, 뒤에 한 개 그려야하는지…. 나란히 세 개를 놓으면 안 되는 건지…. 그 때부터 POP(팝)적인 느낌이나 개념적인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다르지만.
소위 메이저 미술관에서 전시를 해보는 게 목표였는데 너무 빨리 실현되었죠. 제 실력 이상으로 운이 좋았어요. 메이저 갤러리에서 데뷔하면 엄청 잘 풀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그 때가 기회였는데 활용을 잘 못한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사람들과의 관계라든지… 허세 있는 사람 싫어하고 거짓말을 잘 못하고… 작업 외에 홍보나, 작품관리 등에 능숙한 성격이 못되어서 홈페이지도 없어요. 돌이켜보면 당시에는 조바심이 많았어요. 빨리 뜨고 싶었던 것 같아요.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성에 안차고…. 병적으로 아등바등 살았어요.
무조건 아침 일찍 작업실에 나와서 밥도 안 먹고 작업만 했어요. 두 번째 개인전 준비하면서 때는 몸무게 10kg이 감량될 정도. 케이블 작업을 할 때였는데, 하도 케이블을 많이 붙이느라 마찰 때문에 쓸려서 손가락에서 항상 피가 나고 있었어요. 작품에 묻은 피를 닦아가면서 했죠. 머릿속에 있는 걸 작품으로 만들었을 때 상상했던 거랑 다를 수도 있고, 빨리 만들어서 생각한 결과물이 나와야만 또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으니까 계속해서 만들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너무 잘해서 장인이 되었어요. 마치 상품처럼 딱 떨어지게 만들 수 있게 되었죠. 그러고 나니 더 하기가 싫더라고요.
어쩌다보니 50평정도 작업실을 썼었는데 공간의 반 이상이 작품으로 꽉 찬 거예요. 실제로 전시할 만한 작품은 몇 개 없는데, 그 때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게 겁이 났어요. 영상과 사진 쪽으로 작품 제작방식을 전환하게 된 계기였을 거예요. 그 (케이블)작업 계속했으면 어쩌면 시장성도 생겨서 형편이 좀 더 나아졌을지 몰라요. 하지만 당시에 못 견뎠어요. 뭐 앞으로 아예 안할 건 아니에요. 그것도 다 제 새끼니까. 단정 지을 수는 없죠.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니까 불안함을 채우려고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전시 준비할 때 작품을 걸 수 있는 개수보다 더 많이 만드는 편이예요. 제 작년부터 마음이 조금씩 놓이더니, 지금은 완전 반대가 되었어요. 감정기복이 되게 심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욕심도 많이 없어졌어요. 다시 한 번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왔나보다 싶어요.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힘…' 무능력? 저는 다른 길이 없어요. 다른 일을 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아요. 자주 하는 생각이 '이 짓을 왜하고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때려치우고 싶어요. 저도 언제 관둘지 모르겠어요. 결국에는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곧 중국에서 열리는 전시 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기존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가져가요. 케이블, 사진, 네온 작업들…. 중국 상해의 CZ프로젝트라는 작은 공간이고, 9월 23일부터 시작이예요. 큰 작품은 이미 배로 넘어갔고, 신작 네온작품은 직접 가져가려고 해요. <Summer never coming up>이 전시제목인데 좋아하는 노래가사에서 차용한 거예요. 작품 팔려서 빚 좀 갚으면 좋겠어요. 학자금대출 아직 못 갚았거든요."
작가의 마지막 답변에 나는 '기사 말미에 후원계좌라도 넣을까요?' 농담하며 함께 웃었지만 우리들의 씁쓸하고도 익숙한 일상이 환기되었다. 작가는 다수 질문에 약간의 자조를 섞어 가볍게 대답했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꾸밈없고 솔직한 성격 탓에 거침없이 쏟아지는 투박한 표현들을 어떻게 문서에 옮겨야할지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혹시나 오역한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당부했으나 '오해해도 괜찮다.'고 웃었다. 항상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살아와서 미래를 단정하는 법이 없고, 이상이 높지 않아 현실의 많은 것들을 수용하고 있다는 인세인박 작가. 그는 먹고 살기 위한 사람들의 몸부림에 대해 가치판단 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다.
최근에는 '여성혐오'가 논란이 되는 상황들을 지켜보고 있고, 그것에서 파생되는 질문들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곧 관심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작가는 이 사태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다음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경기창작센터 신규입주작가 안성석, 인세인박, 차지량 3인의 전시 <우산과 부채>는 10월 3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