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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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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가 해외 자원 개발이나 에너지 문제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캐나다 하베스트사 부실 인수를 자초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도 하베스트 자산이 과대 평가됐다는 국책연구기관 의견을 무시하고 석유공사에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셀프 검토'까지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북 익산시 을)은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석유공사 이사진 전문성 등 하베스트 부실 인수 문제를 따졌다.

전 의원이 석유공사에서 제출한 지난 10년간 비상임이사진 33명 경력을 분석한 결과 석유산업 관련 전문성을 가진 인사는 3~4명 정도에 그쳤다. 나머지는 정부 관료 출신 '낙하산'이거나 언론인이나 법조인, 학자들로 해외 자원 개발이나 에너지 문제에는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 이사회, 전문성 없는 '낙하산'-'홍보맨'으로 채워"

그나마 지난 2009년 10월 29일에 열린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관련 이사회는 석유공사가 이미 인수계약을 마친 상태에서 사후 추인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회 규정에는 "이사회 사전 승인 없이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되어 있지만, 이사들이 모두 들러리로 전락한 것이다.

하베스트 인수 결정 당시 비상임이사 면면을 보면, 민간 석유업체 출신이 1명 있을 뿐 산업부, 외교통상부 등 관료 출신을 비롯해 경제·무역학 교수, 제약업체 대표 출신, 군 출신들로 구성돼 있었다.

당시 관료 출신 A 이사는 하베스트사 인수에 대해 "부실기업이기 때문에 저평가됐고 그걸 활용해서 우리가 인수해 잘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자꾸 (공사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발목 잡는 사람이 없도록 현지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석유공사를 거들었다.

당시 석유공사는 A 이사를 "다년간 외교 일선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 대형화에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 및 풍부한 국제 감각과 협상력·정보력 보유"한 전문가로 평가했다.

지난 10년간 비상임이사를 지낸 33명 가운데는 언론인 출신도 5명 포함돼 있었다. "자원개발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홍보하고 우호적인 여론 조성"이 이들의 전문성이었다. 결국,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 개발을 견제해야 할 자리에 정부 관료 출신 '낙하산'이나 언론인 출신 '홍보맨'으로 채운 셈이다.

전정희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사들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사장조차도 문제가 있다고 한 하베스트 정유시설 인수와 관련해 어떤 이사도 재검토 의견을 내지 않았다"면서 "정권의 자주개발율 치적을 위해 박수부대 역할을 한 이사들은 모두가 상법 제399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하베스트 과대 평가 의견 무시하고 석유공사 '셀프 검토' 요구

새정치민주연합 MB정부 해외자원개발 유출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노영민 의원이 15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대상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를 담당한 주무장관(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서 에너지 공기업들이 추진하는 사업에 개입하거나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당시 석유공사 사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날(NARL, 캐나다 그룹 하베스트의 자회사)의 인수가 저촉되는지 최 부총리에게 직접 보고했고 사업승인에 분명한 동의를 받았다고 했다"며 "이게 개입과 지시가 아니면 뭐냐"고 따져 묻자, 최 부총리가 "아니다.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하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MB정부 해외자원개발 유출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노영민 의원이 15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대상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를 담당한 주무장관(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서 에너지 공기업들이 추진하는 사업에 개입하거나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당시 석유공사 사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날(NARL, 캐나다 그룹 하베스트의 자회사)의 인수가 저촉되는지 최 부총리에게 직접 보고했고 사업승인에 분명한 동의를 받았다고 했다"며 "이게 개입과 지시가 아니면 뭐냐"고 따져 묻자, 최 부총리가 "아니다.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하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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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는 이명박 정부 자원 외교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회사인 하베스트 에너지사의 주식 100%를 40억6500만 캐나다 달러(약 4조50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생산광구를 확보했다며 자원 외교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하베스트는 지난해 11월 부실 자회사인 정유시설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 '날')'을 헐값에 매각해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에 육박하는 손실이 났다.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감사원에 고발돼 지난 7월 구속됐다.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가 '몸통'이라는 의혹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전정희 의원은 이날 당시 지식경제부가 하베스트의 자산 가치가 과대 평가돼 있다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평가를 무시하고 석유공사에게 '자가 검토'까지 요구해 가며 해외자원개발사업계획 신고서를 접수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지질자원연구원은 하베스트 생산 광구인 상류의 매장량 가치 평가를 과다하게 산정해 약 1조2000억 원 비싸게 인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하류 정유시설인 '날'의 경우 인수 가격 3% 정도인 338억 원 정도에 매각해 1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는 당시 석유공사에서 기술적·경제적 평가가 적정했다는 보고서를 받고는 별다른 보완 요청 없이 신고서를 접수했다.

이에 전정희 의원은 "국책기관의 검토의견은 무시하고, 석유공사의 자가 검토를 토대로 해외사업계획 신고서를 접수했다는 것은 정부의 동조와 묵인하에 하베스트 부실 인수가 이뤄졌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최경환 부총리의 하베스트 인수 관여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지경부 장관은 석유공사법에 따라 국내외 석유자원의 탐사·개발·생산 업무를 지도·감독해야 한다.

당시 김상모 지식경제부 유전개발과장은 "당시 해외 석유개발사업에 대해 경제성 및 기술적 평가를 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관이 부재했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석유공사 기술원에 검토를 의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태그:#한국석유공사, #MB자원외교, #최경환, #전정희, #하베스트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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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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