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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에 새로 문을 연 마을카페의 주메뉴. 신산리 녹차 아이스크림. ⓒ 안홍기
제주도 성산 일출봉 남쪽의 한 바다 마을, 파도치는 해안도로 바로 앞 작은 카페에서 최고의 녹차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많은 고급 녹차 아이스크림들이 묵직한 녹차향을 내세운다. 녹차 함량을 높이다 보니 녹차 특유의 쓴맛 또한 강해지고, 이 쓴맛을 달콤함으로 가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제주 신산리 녹차 아이스크림은 단맛이 절제됐다. 단맛이 적으니 텁텁한 뒷맛도 없고 녹차향으로 산뜻하게 마무리된다.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다디단 여타 관광지 소프트아이스크림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이스크림에 꽂혀 나오는 녹차 크런치 초콜릿도 일품이다. 달콤한 화이트 초콜릿에 은은한 녹차향이 번지고, 신선한 크림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제주의 보리와 밀로 만든 크런치가 구수함을 더한다.

최고의 맛은 재료에서 나온다. 신산리 주민들이 햇빛을 가려 차광재배한 녹차에 동물성 생크림, 100% 카카오버터를 고집했고 구아·로커스트 같은 천연 첨가제도 필요 최소량만 썼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은 빨리 녹고 초콜릿은 냉장보관이 필요한 불편함이 따른다.

이들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마을카페. 제주올레 3-B 코스. 온평포구를 출발, 올레 화살표를 따라 해안선을 천천히 걸으면 돌로 쌓은 성벽에 소원 돌탑이 보태진 환해장성이 나타나고 조금 쉬어볼까 생각이 들면 저 멀리 깔끔한 카페 하나가 나타난다. 주변이 복잡하지 않아 해안도로 드라이브 중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카페에 들어가 앉으면 걸으면서, 운전하며 봤던 바다가 그대로 테이블 앞에 펼쳐진다. 어디 들어가 쉬는 게 아니라 그냥 길가에서 쉬는 느낌 그대로다.

비결은? 최고의 재료 그리고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만"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마을카페에서 최고의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만들어 팔고 있는 신산리 마을사람들. ⓒ 신산리 마을카페
이 최고의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이 동네 토박이들이다. 신산리 이장 사모님, 신산리 사무장(제주도의 마을에는 이장 외에 사무장이 함께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녹차밭 주인 등 같은 동네 언니 동생들이 모여 카페를 운영한다. 녹차 아이스크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명희 사무장이 말하는 맛의 비결은 "선생님이 하라고 한 대로만 했기 때문"이란다.  

신산리 녹차에 이탈리아 젤라토(gelato)와 벨기에 수제 초콜릿의 기술을 접목한 '선생님'은 한국 수제 초콜릿 개척자 고영주 카카오봄 대표다. '올레길이 지나는 곳의 주민들도 행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진행하는 '제주올레길 주민행복사업'의 하나로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레시피 개발·전수를 의뢰해 신산리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이 탄생했다. 고 대표는 신산리 녹차를 가져다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레시피를 만들고 신산리 토박이들에게 기초부터 가르쳐 '신산리 쇼콜라티에'를 길러냈다.

카페는 본래 마을잔치 같은 공동행사를 여는 공용공간이었다. 마을 중심공간이 돌고래가 지나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카페가 됐다. 공용공간에서 마을사람들이 공동으로 하는 사업이니 수익금도 당연히 마을의 발전을 위해 쓴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의 가게, 저절로 믿음 생겼어요"
제주올레 3-B 코스가 지나는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에 새로 문을 연 마을카페의 내부. 마을 공용공간을 개조해 바다를 바라보는 창문을 냈다. ⓒ 안홍기
제주도 신산리 주민들이 마을카페에서 자신있게 선보인 녹차 크런치 초콜릿. ⓒ 신산리 마을카페
8월 14일에 문을 열어 한 달 남짓 된 시점, 장사는 잘 될까. 아직 매출액은 비밀이란다. 하지만 기자가 머무른 오후 1시간여 동안 카페 매상을 올려준 손님은 총 13명. 휴가철을 지난 시점이란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잠깐 쉬었다 다시 길을 떠나는 손님들도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제주여행 중인 김하희씨는 "친구들에게도 제주에 가면 꼭 들르라고 하고 싶은 추천명소"라고 평했다. 김씨는 "마을카페라는 이름을 보고 외지인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마을 이름을 걸고 하는 곳이라는 믿음이 생겨 차를 세우고 들르게 됐다, 아이스크림이 쓴맛이 덜한 부드러운 녹차맛이어서 정말 맛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스쿠터를 타고 제주일주여행을 하고 있는 서울 사람 김종현씨는 "바람이 너무 세"를 연발하며 카페에 들어왔다가 이 카페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아이스 청귤차를 주문했다. 초록색 감귤로 집에서 먹던 그대로 담근 제주 전통음료 청귤차를 맛본 김씨는 "보통 파는 음료수는 너무 달아서 또다시 갈증이 날 텐데, 갈증을 풀기에 딱 좋은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제주 사람들이 제주 녹차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으로 환상적인 제주 '바당길'을 가슴 속에 각인하고 싶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작은 종이컵에 담긴 신산리 녹차 아이스크림은 3500원, 녹차크런치 초콜릿 작은 것은 2000원, 큰 것은 5000원,  52% 다크 크런치 초콜릿은 6000원, 아이스 제주청귤차는 4500원, 아메리카노는 3500원, 녹차라떼는 4500원.

○ 신산리 마을카페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환해장성로 33
전화번호 : 064-784-4333
녹차 아이스크림을 내세워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에 새로 문을 연 마을카페. ⓒ 안홍기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신산리, #녹차아이스크림, #마을카페, #제주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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