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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BC방송의 <굿모닝 어메리카>에 출연한 아메드 모하메드 갈무리.
 미국 ABC방송의 <굿모닝 어메리카>에 출연한 아메드 모하메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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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도를 꿈꾸는 한 소년이 멋진 발명품을 만들고도 피부색과 이름 때문에 수갑을 차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처구니없는 일의 주인공은 혼자 힘으로 시계를 만들었으나 폭탄을 제조한 테러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14세 소년 아흐메드 모하메드. 그에게 전 세계로부터 뜨거운 격려와 위로가 쏟아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각) 미국 주요 방송에 따르면 텍사스 주 댈러스 인근 도시 어빙의 매카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모하메드는 지난 14일 필통과 가방을 이용해 만든 디지털 시계를 자랑하기 위해 학교에 가져갔다.

그러나 모하메드가 만든 시계를 폭탄으로 오해한 교사가 교장에게 이를 알렸다. 교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모하메드의 손에 수갑을 채우고 체포했다. 모하메드는 폭탄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를 유치장에 가뒀다.

수단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무슬림이며, 모하메드라는 지극히 이슬람적인 이름을 가진 14세 소년을 폭탄 테러 용의자로 의심한 것. 경찰서로 달려온 모하메드의 부모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모하메드가 왜 이 같은 시계를 만들게 되었는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체포가 정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히려 교장은 모하메드에게 정학 처분을 내리겠다고 위협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바마 "너무 멋진 시계, 백악관 와서 보여달라"

직접 만든 시계가 폭탄으로 의심되어 경찰에 체포된 아메드 모하메드의 사연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을 소개하는 ABC 뉴스 갈무리.
 직접 만든 시계가 폭탄으로 의심되어 경찰에 체포된 아메드 모하메드의 사연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을 소개하는 ABC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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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의 억울한 사연은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누리꾼들은 모하메드를 지지한다는 뜻의 해시태그 '#IStandWithAhmed'를 퍼 나르며 아무런 죄도 없는 영리한 소년을 테러범으로 몰고 수갑까지 채운 학교와 경찰을 비판했다.

유명 인사들도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공식 트위터에서 "멋진 시계를 가져와서 보여달라"라면서 "다른 아이들도 너처럼 과학을 좋아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것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모하메드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근거 없는 추정과 두려움은 오히려 안전을 위협한다"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호기심을 갖고 노력하기를 바란다"라고 모하메드를 격려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술과 꿈을 가지고 멋진 것을 만드는 일은 체포당할 것이 아니라 박수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구글과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모하메드를 정식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모하메드를 체포했던 경찰은 '무슬림이라서 체포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래리 보이드 어빙시 경찰서장은 "아주 의심스러운 장치였다"라며 "우리는 그런 것을 학교에 가져오면 안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라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죄 없는 소년에게 수갑 채운 '이슬람 혐오'

어린 마음에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겪었지만,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스타가 돼 격려를 받은 모하메드는 다행히 웃음을 되찾았다. 그는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이 시계는 나의 첫 발명품이 아니며, 마지막 발명품도 아닐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모하메드는 백악관, 구글, NASA 등에서 초청받은 소감을 묻자 "모두 가보고 싶다"라며 "하지만 가장 기쁜 것은 내가 꿈꾸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초청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모하메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에게 보내준 모든 응원에 감사하다"라며 "이 같은 인종적 불평등을 멈추고, 모두가 힘을 합치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한 누리꾼이 "백인 소년이 원자력을 연구하면 멋있지만, 무슬림 소년이 시계를 만들면 그렇지 않다"라며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비판했다.
 미국의 한 누리꾼이 "백인 소년이 원자력을 연구하면 멋있지만, 무슬림 소년이 시계를 만들면 그렇지 않다"라며 이슬람에 대한 편견을 비판했다.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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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은 이번 사건을 통해 '이슬람에 대한 뿌리 깊은 공포와 편견이 드러났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모하메드의 부모는 "아들을 사립학교로 전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모하메드의 아버지는 "5명의 경찰에게 체포된 아들이 우리가 도착해서야 풀려났다"라며 "아들은 단지 사람들을 위해 좋은 물건을 만들었을 뿐인데 모하메드라는 이름과 이슬람 혐오 탓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질리언 요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 소년의 창의력과 에너지를 파괴한 편견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라며 "정작 학교로 돌아가야 할 사람은 모하메드를 의심한 교사와 경찰"이라고 비판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아메드 모하메드, #이슬람, #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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